전복죽은 기력이 떨어진 환자나 입맛이 없는 수험생들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영양식으로 인기가 높다. 전복이 그만큼 우리 몸에 좋다는 얘기다.
그런데, 전복 양식장에서는 폐사율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 남해 연안에 가두리 양식장이 빽빽하게 들어서면서 어장 환경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양식장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복 공급물량은 들쭉날쭉하며 전복 가격이 오르는 기현상이 최근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전남 완도군 노화도 일대 가두리 양식장 전경
◇ 전복 가두리 양식장 7년에 54% 증가…생산량은 들쭉날쭉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전복 가두리 양식장은 지난 2014년 기준 모두 599개로 지난 2007년 389개와 비교해 7년 만에 54%나 급증했다. 이들 전복 양식장은 전남지역에 573개(96%), 특히 완도군 단일지역만 325개(54%)가 몰려 있다.
국내 전복 양식장은 이처럼 수적으로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규모도 커지면서 대형화, 기업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복 양식장은 작은 '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1칸 당 전복이 큰 것은 1만5천 마리, 작은 것은 3만 마리 정도가 서식한다.
10여년 전만해도 보통 300~500칸 규모의 양식장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1,000칸이 넘는 대규모 양식장도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전복 양식장이 늘었지만 전복 생산량은 증감을 거듭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양식 전복 생산량은 2013년 7천5백 톤에서 2014년 9천 톤으로 증가했지만 지난해는 7천1백 톤으로 오히려 20%나 급감했다.
◇ 전복 양식어장 환경 악화…폐사율 증가세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다름 아닌 환경 탓이다. 어장 환경이 나빠지면서 전복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자연 폐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립수산과학원 김형철 연구사는 "가두리 양식장이 크게 늘어나고 대형화 되면서 해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고여 있는 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전했다.
김 연구사는 또, "전복의 먹잇감으로 공급한 미역, 다시마 찌꺼기와 전복 배설물까지 양식장 바닥에 그대로 쌓이면서 어장이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다"며 "이렇기 때문에 상당수의 전복이 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양식 전복은 최적의 조건에서 질병이 없는 경우 자연 폐사율이 10% 정도가 되지만 최근 3년 사이에 폐사율이 4~50%까지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해에는 남해안에 적조까지 발생하면서 양식 전복의 폐사율이 80%에 달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김 연구원은 "폐사율은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은 없지만 전복 양식 어민들의 이야기와 출하 물량 등을 감안할 때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가두리 양식장의 무분별한 팽창이 전복 양식의 생산성을 떨어트리며 제 발등을 찍었다는 얘기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전복 유통 체계 불합리…생산자, 소비자만 피해 보는 구조이런 부작용 때문에 결국 피해는 생산자 어민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전복은 수협 위판장의 가격경매를 통하지 않고 대형 도매업자가 직접 가두리 양식장에서 전복을 매입해 중간 상인이나 소매점에 판매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수협에 따르면, 가두리 양식장 출하가격은 10미(10마리 1kg)가 4만원, 20미 2만9천원(20마리 1kg), 30미는 2만3천 원대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전복 도매업체 관계자는 "1kg 당 산지 출하가격에 보통 1,000원에서 1,500원 정도의 중간 이윤을 붙여 중간 상인이나 대형 할인매장 등에 넘긴다"며 "이후 소매가격은 20% 이상 마진이 붙여져 소비자들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수협 관계자는 "전복의 경우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이 정해진 게 없고 판매하는 유통 상인에 따라 그때그때 천차만별이다"며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통하지 않는 체계"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생산량이 많았던 2014년이나 적조 때문에 생산량이 줄었던 작년이나 소비자 가격은 크게 변한 게 없다"며 "결국 생산자 농민들은 자기들끼리 경쟁을 하며 피해를 입고, 소비자들은 항상 오른 가격에 사서 먹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