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한 경찰청장.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지난달 12일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최종 확인되면서 유 전 회장 뒤를 쫒던 검찰과 경찰은 말 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상황은 청와대도 마찬가지.
이성한 경찰청장은 변사체가 유병언 전 회장으로 최종 확인된 22일 오후 청와대 호출을 받았다.
정부 주요기관에 따르면 이 청장은 이날 오후 3시쯤 청와대에 도착했으며 유 전 회장이 시신으로 발견되기까지 전 과정을 김기춘 비서실장 등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거듭된 검거 촉구에도 행방이 묘연했던 유 전 회장이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언론보도가 이날 새벽부터 이어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김기춘 실장에게 상황 정리를 요구했고, 이에 김 실장이 이성한 청장을 직접 불러 자초지종을 들어보자고 했다는 것.
이성한 청장은 청와대에서 짧지 않은 시간 머물면서 경찰의 초동 대처 미흡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순천경찰서는 지난달 12일 발견된 유 전 회장 시신을 단순 무연고 변사 처리하면서 이후 약 40일간 수사력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상 청와대가 사정기관 수장을 경질할 때는 청와대로 부르지 않고 바로 직위해제했다.
이에 이날 이성한 청장을 부른 것은 초동 대처 미흡 책임을 물어서 경질하기 보다는 정확한 자초지종을 듣고 대처 방향 등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경찰 병력을 최대한 동원했음에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질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 청장이 이번 사태로 물러나는 것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2일 작심한 듯 경찰 책임론을 제기한 게 이성한 청장 거취 논란을 가열시켰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경찰청장 임기 2년을 보장한다고 공언했지만, 김기용 전 청장도 1년 6개월 만에 옷을 벗고 이성한 청장이 임명된 만큼 교체 가능성도 솔솔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