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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고속도로 통행료 거품 '방치'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 거품 '방치'

10% 이상 내릴수 있는데도 정부는 모른척

 

정부가 민자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10% 이상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10여년간 방치하면서 운전자들에게 통행료 부담을 떠안긴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정부는 민자 고속도로 사업자들에게 손실보전 명목으로 연간 수백억 원의 예산을 지원해 이중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 땅 짚고 헤엄치는 민자 고속도로 사업 

민간 사업자들이 건설해 운영하는 민자 고속도로 가운데 정부가 관리하는 도로는 천안~논산과 서울외곽, 인천공항, 대구~부산, 서울~춘천, 용인~서울 등 모두 10곳이 있다. 이들 민자 고속도로는 사업자가 정부에 기부채납하고 20년 이상 무상 사용하는 BTO 방식으로 운영되며 건설비용과 운영비, 금융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통행료를 산정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연간 통행료 수입이 당초 전망치 보다 줄어들 경우 민간 사업자에게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을 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최소운영수입보장 90%는 당초 연간 통행료 수입 100만원을 예상했으나, 실제 7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면 100만원의 90%인 90만원에서 모자라는 20만원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이들 민자 고속도로에 지원한 MRG는 인천공항 고속도로가 800억원, 서울외곽 고속도로 230억원 등이다. 민간 사업자 입장에서는 정부가 손실분을 보장해 주는 만큼 땅 짚고 헤엄치는 매력적인 사업이다.

◈ 저금리 시대에도 민자 고속도로 금융권 대출금리 9% 적용
 
민자 고속도로 사업자들은 금융권 대출금리를 높게 책정하는 수법으로 고속도로 통행료를 올려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0년에 개통한 인천공항 고속도로는 금융권의 선순위채 금리가 9%인 초고금리 자금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07년 개통한 서울외곽 고속도로의 경우도 금융권 선순위채 금리 7% 초반의 자금을 쓰고 있다. 최근 시중 대출금리가 4%대까지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이들 민자 고속도로는 2배 이상 비싼 금융자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민자 고속도로 사업자들은 이처럼 높은 금리의 자금을 사용해 운영비가 많이 들어가는 만큼 통행료를 올려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 10% 이상 추가 인하 가능하다 

인천공항 고속도로는 9%대 고금리 자금을 사용하면서 승용차 기준 7600원의 비싼 통행료를 받고, 이것도 모자라 정부로부터 지난해 무려 800억원을 지원받았다. 인천공항 고속도로는 당초 금융권 부채가 1조2000억원에 달했으나 그동안 75%를 상환하고 3000억원 정도가 남아있다.
 
따라서, 현재 금융 이자 비용만 연간 270억원 정도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5%대 자금으로 바꾼다면 연간 이자 비용은 150억원대로 120억여원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인천공항 고속도로의 통행료는 지금보다 10% 이상 충분히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또, 출.퇴근길 극심한 차량 정체로 고속도로의 기능이 사라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서울외곽 고속도로의 경우 지난 2011년 5월에 통행료를 5900원에서 4800원으로 18.6% 내린 바 있다.
 
하지만, 현재 7%대 초반의 금융권 자금 금리를 5%대로 낮추면 연간 이자 비용만 수십억 원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연간 230억 원 규모의 MRG 비용뿐 아니라 통행료도 지금보다 최소 6% 이상 추가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민자 고속도로 사업자들이 지나치게 높은 금리의 자금을 사용해 통행료 인상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며 "금리를 1%만 낮춰도 통행료 인하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정부가 민간 사업자들의 회계운영까지 간섭할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토부의 이같은 입장은 정부가 그동안 민자 고속도로 사업자들에게 특혜성 지원을 해주고 운전자들에게는 통행료 폭탄을 안긴 것으로 해석된다.
 
◈ 국토교통부, 민자 고속도로 손보겠다 

국토교통부는 지금까지 민자 고속도로에 대해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비율을 낮추는 작업을 해 왔다. 인천공항 고속도로는 지난 2004년 MRG 비율을 90%에서 80%로 낮췄고, 천안~논산 고속도로는 지난 2005년 90%에서 82%로 내렸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같은 조치로 예산 지출은 줄었지만 운전자들의 통행료 부담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뒤늦게, 국토부가 민자 고속도로 사업자들에게 통행료 인하 방안 등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29일 민자 고속도로 운영법인 사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민자 고속도로 협약조건과 통행료, MRG 수준 등 사업별 여건을 면밀히 검토해 금융권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자금재조달 방안 등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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