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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는 배우다' 이준 "욕망의 베드신 몰입…애드리브도"



영화

    [인터뷰] '배우는 배우다' 이준 "욕망의 베드신 몰입…애드리브도"

    김기덕 사단 작품서 첫 주연 맡아 희로애락 인생사 연기…"진심으로 다가가는 배우이고파"

     

    인터뷰를 위해 최근 서울 목동 CBS노컷뉴스를 찾은 그룹 엠블랙의 멤버 이준(25)은 브라운관에서 보던 대로 다소 엉뚱했다.

    일행보다 앞서 도착했다는데도 나타나지 않던 그에게 전화를 거니 "건물에 들어오긴 했는데 어딘지 모르는 곳에 갇혀 있"단다. 10여 분 뒤 헐레벌떡 나타난 말쑥한 차림의 이준은 미안했는지 우왕좌왕했다.
     
    'TV 속 엉뚱한 모습이 설정은 아닌가보다'고 묻자 의외로 속 깊은 답이 돌아왔다.

    "시청자들이 웃고 즐길 수 있게 예능에 나가면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열심히 하려다 보니 목소리도 커지고 실수도 하게 되더라구요."
     
    24일 개봉하는 자신의 첫 주연작 '배우는 배우다'를 촬영할 때도 무턱대고 열심히 했다는 그다.

    "지난해 말 영화 촬영이 한창이었는데, 연말 가요 시상식 등 각종 행사와 겹쳐서 눈코뜰 새 없이 바빴죠. 극중 단역에서 한순간 톱스타로, 다시 밑바닥 인생으로 추락하는 굴곡 많은 역이었던 만큼 지친 몸과 마음 덕에 잘 나온 연기도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미리 본 관객들 사이에서는 이준의 연기를 칭찬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대해 본인은 "진심으로 임한 자세가 통한 것 아닐까"라며 겸연쩍어 했다.

    이 영화의 제작과 각본을 맡은 김기덕 감독을 만나면서 인생의 키워드도 '진심'이 됐단다.
     
    "촬영하면서 너무 답답하고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열심히 했는데 모니터링을 하면 거짓 같고, 어떻게 한지도 모를 만큼 정신 없이 찍은 장면은 잘 나오는 거예요. 최근 함께한 자리에서 김기덕 감독님이 '정말 진심으로 한다면 자기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고, 실력을 떠나 관객들이 박수를 쳐 줄 것'이라고 조언해 주셨는데, 그동안 진심이 부족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연기를 사랑하는 자세를 잃지 않고 오래 오래 연기하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됐어요."

    -센 캐릭터로 유명한 김기덕 사단의 작품이 첫 주연작이다.
     
    "부담보다는 설렘이 컸다. 좋은 작품에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라는 부담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시 찾아오기 힘든 중요한 기회라고 여겼다. 인터넷에서 대본을 구해 연습을 하고 엄마, 누나 앞에서 연기를 보여 주던 내 모습이 극중 배역인 오영의 처음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점도 끌렸다."

    -최근 폐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레드카펫도 밟았는데.
     
    "가요 시상식 등에서 가수들만 보다가 한 번에 많은 배우들을 보니 마냥 신기했다. 인사드리기 바빴다. '안녕하세요. 저는 앰블렉의 이준입니다. 이번에 영화를 찍었습니다'라고. 다들 친근하게 받아 주셔서 고마웠다."

     

    -가수 출신 배우들과의 교류는.
     
    "2PM 준호, 제국의 아이들 임시완과 만나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내가 말하기 보다는 그 친구들이 좋은 말들을 많이 해 준다. 시완 군의 경우 '김기덕 감독님 영화에서 원톱도 맡고, 기간이 걸리더라도 배우의 길을 잘 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는데, 자부심이 생기더라."

    -극중 네 차례의 베드신이 인상적이다.
     
    "연출을 맡으신 신연식 감독님이 나를 많이 믿으셨다. 감독님이 동선을 다 정해 주셨지만, 손동작 같은 연기적인 부분은 내가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 주셨다. 베드신은 모두 사랑 없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욕망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꼭 필요했다. 인간의 변해가는 모습,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신들이다. 아름답지 않게 찍어야 했다. 리허설은 어느 선까지만 하고 배우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디테일하게 정리한 뒤 한 번에 찍었다."

    -일방적 욕망이 담긴 베드신, 쉽지 않았을 텐데.
     
    "그 자체가 굉장히 생소했고, 공감이 잘 가지 않았다. '내가 공감 못하면 관객들도 그럴 텐데'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인물과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집중하다보니 신기하게 애드리브도 나오더라. 베드신 중 내뱉는 '미안하면 해'라는 대사는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것인데, 극에 그대로 반영됐다."

    -극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처음과 마지막에 오영이 연극을 하는 장면이 그렇다. 처음에는 마네킹을 세워놓고 독백을 한다. 연기가 너무 하고 싶지만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단역 인생으로서 말이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밑바닥까지 추락한 뒤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붙잡고 같은 상황을 연출한다. 이 두 장면이 배우는 배우다라는 제목을 그대로 나타낸 듯하다."

    -극중 오영처럼 미치도록 뜨고 싶나.
     
    "가늘고 길게 가고 싶다. (웃음) 좋아서 하는 일인 만큼 한 번에 잘 됐다가 금새 잊히고 싶지는 않다. 사실 주변에서 많은 사례를 유심히 보면서 휩쓸리지 말자고 항상 조심하는 편이다. 남들 시선도 중요하겠지만, 스스로 만족하면서 나이들 때까지 열심히 하고 싶다."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2009)에서는 정지훈(비)의 어린 시절 역을 맡기도 했는데.
     
    "2008년 오디션에 붙은 순간 인생 피는 줄 알았다. (웃음) 흔하지 않은 일 중에서도 아주 흔하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원래 성격이 흥분하지 않고 현실적인 편인데, 그때는 '할리우드 간다. 난 됐다!'는 마음에 주변에 마냥 자랑하고 다녔다. 한 달 뒤 독일로 촬영을 갔는데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 때문에 한국 사람에 대한 편견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했다. 촬영을 마친 뒤 조금 더 내공이 쌓였다는 생각에 만족스러웠다."

    -무용을 했던 것(한예종 무용과 자퇴)이 연기에 도움을 주는 듯하다.
     
    "많이 느끼고 있다. 무용을 해서 몸이 유연하다 보니 액션 연기를 하는데 생각보다 금방 몸에 익었다. 무용도 몸으로 연기를 하는 것이다. 몸 동작 하나 하나에 이유가 있고, 삶이 있다. 연기와 무용은 둘 다 사실적이고 닮은 데가 굉장히 많은 것 같다."

    -배우와 가수 중에서 무엇에 더 끌리나.
     
    "내가 지금 가수를 하고 있는 만큼 그 일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하지 않는 일을 할 수는 없으니까. 배우도, 가수도 관객들에게 어떠한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한다는 점에서 똑같은 아티스트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내가 사랑해서 하고 있는 일의 연장선에 가수, 그리고 배우가 있다."

    -이번 영화가 어떻게 다가오는지.
     
    "내 연기를 평가받는 첫 시험대다. 100점 받고 싶다. (웃음) 무엇보다 촬영하면서 받은 연기 스트레스로 행복했다. 닌자 어쌔신 촬영 이후 연기를 오래 쉬면서 목마름이 있었다. 이 작품의 대본을 보면서 단순히 허구가 아니라 있을 법한 일이라는 생각을 계속 했다. 내 직업이 관심도 사랑도 많이 받지만 사람들이 등을 돌리는 것도 한 순간이다.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꿈이 있나.{RELNEWS:right}
     
    "이 얘기하면 사람들이 웃는데, 나이 60을 바라보시는 아버지처럼 자식을 낳고 자랑스런 아빠가 되는 게 인생의 목표다. 나는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인지라. 지금도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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