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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군기지 이전 2019년 이후로" … 한미 밀실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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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미군기지 이전 2019년 이후로" … 한미 밀실합의?

    • 2013-10-14 06:00

    CBS노컷뉴스, '미 육군 환경 복원 예산 계획 보고서' 단독 입수
    "주한미군기지 오염 심각", 미군 공식 확인 … 한국 정부 '깜깜이'

    [오염으로 신음하는 미군기지] 주한미군기지의 상징인 용산기지의 2016년 반환을 앞두고 오염 정화 문제가 최대 이슈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 한가운데는 한미SOFA(주둔군지위협정) 개정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주한미군기지 오염 문제와 SOFA 개정 문제를 집중 취재·보도한다. [편집자 주]

    2013년 '미 육군 환경 복원 예산 계획 보고서'

     


    한미 양국 정부가 경기 북부지역 미 2사단 주요 기지들의 이전 시기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밀실합의'에 의해 2019년 이후로 늦춰진 것으로 드러나 큰 파문이 예상된다.

    미 육군은 미 국방부의 환경정화프로그램에 해당되지 않은 기지들에 대해 2011년 7월 환경정화전략계획(AECSP)을 처음으로 수립한 뒤, 2012년부터 자체적으로 환경 정화 예산을 책정해 오고 있다. 해외주둔기지들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CBS노컷뉴스는 최근, 2012년과 2013년의 '미 육군 환경 복원 예산 계획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이 보고서에는 서울 용산기지와 대구기지, 캠프 험프리(평택), 캠프 케이시(동두천), 캠프 레드클라우드(의정부) 등 5개 주한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정화 예산 계획도 함께 담겨있다.

    예산 수립 첫해인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용산기지와 대구기지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각각 223만 달러와 734만 달러의 환경오염 정화예산이 책정돼 있다. 특히 캠프 케이시와 레드클라우드는 2014년부터 2019년 ‘이후’까지 각각 5191만 달러와 1932만 달러의 예산 계획이 세워져 있다.

    한미 양국 정부가 주요 미군기지 이전 시기를 2019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적어도 2011년 이전에 '밀실합의'한 뒤 이를 철저히 비밀에 부쳐왔음을 알 수 있다. 미 육군의 해외주둔기지, 특히 주한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오염 정화예산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밀실합의' 의혹, 사실로 드러나

    동두천에 위치한 캠프 케이시 정문. (다음 지도 캡처)

     


    미군기지 이전시기의 '2019년 연기설'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한겨레신문은 2008년 10월 21일, "2008년 10월 3일 열린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특별분과위원장 정례 협의에서, 미군 쪽 대표가 미군기지 이전사업 완료 시점을 용산기지는 2016년으로, 동두천·의정부 일대 미군 2사단은 2019년으로 미뤄줄 것을 우리 쪽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신동아도 2011년 6월호 기사에서 "2010년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직후 미국 측이 (방위비)분담금 전용 기간을 2019년까지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국방부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더욱 커졌다"고 전하면서, "미국 측이 2사단 이전 완료시점으로 언급해온 2019년까지는 총 2조 5000억 원가량의 분담금이 전용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올 때마다 한미 양국 정부는 '2019년 연기설'을 계속 부인해 왔다.

    이와 관련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박주선 의원(무소속)은 13일, "9월 16일 국방부에 ‘미 2사단 이전 시기를 2019년까지 연장해 달라는 미군 측 요구에 대해 한국 측이 합의한 바 있는지’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아직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미 육군 보고서를 통해 '2019년 연기설'이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미군기지 이전비용과 방위비분담금 문제 등을 둘러싼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공약을 파기하면서까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한을 2015년 말에서 그 이후로 늦추려고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동안 2016년 기지 이전을 전제로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해온 의정부시와 동두천시 등 경기 북부지역 지방자치단체들과 주민들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2012년 11월 7일 미2사단 정문옆에서 개최된 '동두천 미군기지 반환촉구 범국민 서명운동 선포식' (사진=동두천시 홈페이지)

     


    ◈ 기지 오염 오죽 심각했으면 … 미군, 계속 주둔 예정 기지만 정화

    미 육군 보고서를 통해 주한미군기지 오염 상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면서 파문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2억 2020만 달러에 이르는 해외미군기지 정화예산 가운데 주한미군기지 예산이 무려 39.6%인 8726만 달러(935억 4272만원. 2013년 10월 11일 환율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동두천 시내에 위치한 캠프 케이시 하나에만 배정된 예산이 5191만 달러로, 해외주둔기지 전체 정화예산의 23.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 육군은 조만간 한국 정부에 반환할 예정인 기지들에 대해서는 심각한 오염에도 불구하고 정화예산을 전혀 책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CBS노컷뉴스 2013년 8월 6일 MB 이어 朴정부도 미군기지 환경주권 포기)

    녹색연합 활동가인 신수연 씨는 "미 육군 환경정화전략계획을 보면, 심각한 오염이 확인된 부평 캠프 마켓과 부산 DRMO(폐기물처리장) 등에 대한 정화예산은 전혀 책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주한미군이 계속 사용 기지와 반환 예정 기지의 오염에 대해 노골적으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용산'과 '대구'에 배정된 정화예산도 계속 사용 예정인 기지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추정된다.

    ◈ 명백한 SOFA 위반 … 한국 정부만 ‘깜깜이’

    신 씨는 또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기지의 심각한 오염 사실을 확인하고도 한국 정부에 통보하지 않은 것은 SOFA(한미 주둔군지위협정) 환경조항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의 무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1년 한미 간에 체결된 SOFA의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건강 및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에 관한 적절한 정보를 교환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작업한다"고 규정돼 있다.

    국가기록원도 '한미 양국이 SOFA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 체결'이라는 제목의 기록에서 "미군기지 내에서 환경오염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최단시간 내에 유선 연락, 48시간 내에 서면 통보되고, 서면통보 이후 10일 이내에 실무그룹회의를 거쳐 공동조사와 오염치유 조치계획이 협의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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