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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유레디?' 허원 감독 "낮은곳 향한 십자가의 삶이 정의"



영화

    [인터뷰]'아유레디?' 허원 감독 "낮은곳 향한 십자가의 삶이 정의"

    한국교회 어제 오늘 내일 짚은 다큐…"사랑과 나눔의 참 기독교인 모습 전하고파"

    사진=이명진 기자

     

    최근 서울 목동 CBS노컷뉴스를 찾은 종교 다큐멘터리 '아유레디?(Are you ready?)'의 연출자 허원(42) 감독은 지금도 뚜렷하다는 어릴 적 기억 하나를 들려 줬다.
     
    "부모님께서 가게를 하셨는데 명절 때만 되면 경찰들이 돈을 받으러 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야 별 문제가 없었죠. 어린 마음에도 '우리를 돌봐야 할 사람들이 왜 이럴까' 싶었어요. 이런 영향으로 힘을 남용하는 것은 나쁘다는 생각이 아주 어릴 때부터 뿌리내린 듯해요."
     
    중학교 때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에게 행복한 시간을 주는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결심한 뒤 1991년 동국대 영화과에 들어간 그다.

    1980년대 등하굣길에 최루탄 냄새를 맡고, 전교조 소속 스승들이 학교를 그만두게 되는 것을 보면서 세상이 부조리하다는 것을 인지했던 허 감독은 자연스레 사회정의를 외치는 운동권에 끌렸단다.
     
    "그 즈음 소련이 무너졌을 때 맥빠져 있던 운동권 선배들에게 한 번, 사회에 나가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자 사회정의를 뒷전에 둔 그들의 모습에 다시 한 번 실망했어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던 제 꿈도 '계급 개념 같은 건 빼고 가자'던 제작자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죠. 서른두 살쯤 세상이 변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순응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그렇게 3년을 보낸 그는 우연히 아내를 따라갔던 교회에서 영적 체험을 한 뒤 기독교에 귀의했다고 한다.
     
    "사실 저에게 종교는 심리적 치료나 위안을 주는 것에 불과했었죠.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신을 믿는 사람을 비난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날 영혼의 울림을 듣고 모든 것이 변했어요. 그렇게 여러 차례 성경을 읽었고, 성경이 의로움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알았죠. 삶에 대한 의지가 생기더군요."
     
    하지만 허 감독은 교회를 다니면서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그가 우리나라의 기독교 역사를 통해 그 현실과 역할을 짚어보고, 남북 통일의 길까지 모색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 구상은 어떻게 이뤄졌나.
     
    "교회에 가면 장로님들이 대표기도를 하는데 매번 남북통일을 얘기한다. 그 기도는 분단 이후 쭉 이어왔을 텐데 우리는 통일을 못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 이유를 고민하다보니 탈북자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한국에만 3만여 명의 탈북자가 있다는데 우리가 과연 그들을 가족처럼 생각할까. 이런 상태에서 통일이 되면 2000만 명의 북한 주민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한국의 기독교인이 800만에서 1000만 명이다. 기독교인들이 성경 말씀대로만 살아도 세상은 변할 텐데 그렇지 않다. 결국 우리 가운데 많은 이들이 이웃을 가족과 같이 사랑하는 기독교인의 삶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조선 후기부터 현재까지의 한국기독교사를 전달하는 데 집중한 모습이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교회사를 공부해 보니 '십자가의 역사'와 '십자군의 역사'가 있더라. 스스로 낮아져서 약자들과 함께 하는 삶이 십자가의 역사이고, 점령군처럼 타인의 삶을 개조하려 드는 것이 십자군의 역사다. 이 두 역사가 한국 교회사 안에서 맞물려 왔다. 일제 시대 십자가의 삶을 살며 저항했던 기독교의 리더들은 소수만 살아남았고, 신사참배에 찬성하며 일제와 타협한 이들에 의해 교회가 끌려다녔다. 이러한 대결구도는 해방 뒤에도 이어졌다. 십자가의 삶은 낮은 곳에 있기 때문에 굳이 겉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이들에 의해 세상은 아직도 밝아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한국의 세속화된 교회 반대편에 북한의 지하교회를 뒀는데.
     
    "하나님의 말씀대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 자매처럼 가족이 되는 것이라고 본다. 가족에게 어려움이 생기면 돕는 것, 그리스도의 공동체는 곧 가족 공동체다. 북한의 사역자들과 탈북자들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북한 주민의 굶주림이 심하던 '고난의 행군' 때 기독교인들은 아무도 굶어죽지 않았다더라. 먹을 것이 생기면 다른 성도들의 집으로 가 함께 끼니를 챙긴 덕이다. '이것이 나눔의 교회구나' '내가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북한 정권이 기독교 박해지수 1위인데 지하교회의 존재 여부 자체도 궁금했고,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현지 사역자, 탈북자들과 논의 끝에 극중 노출 수위를 맞췄다."

    -한국 교회에 대한 비판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모든 관객이 이 영화의 메시지에 동의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른 생각도 존중돼야 한다. 꾸지람하시는 분들을 만나면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 모두 성경의 말씀대로 살지만 관점이 다를 뿐이다."

    -20년 가까이 영화계에 있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조감독으로서 임권택 감독님과 영화 '하류인생'(2004)을 찍을 때였다. 보통 스탭들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한 시간 뒤 촬영장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추운 겨울 부산에서 촬영하면서 임 감독님이 심한 감기로 고생하셨는데, 하루는 부르시더니 밤새 앓으신 모습으로 '새벽 5시 되면 스탭들에게 말하고 병원에 다녀오겠다' 하시고는 링거만 맞고 오셔서 촬영을 하시더라. 스탭들과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분은 촬영 내내 스탭들이 먹는 밥, 타는 버스, 묵는 숙소에서 함께 하셨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기준점을 주신 분이다."

    -종교 영화로 장편 데뷔식을 치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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