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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子수난시대③] 40대 '나'는 없다



사회 일반

    [男子수난시대③] 40대 '나'는 없다

    '생존'과 '자녀' 위해 일개미 전락…정작 가정에선 '왕따'

    남존여비(男尊女卑)라 했던가.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여존남비' 사회다. 갈수록 남자들이 설 곳을 잃고 있어서다. 청년들은 취업과 결혼, 중장년은 직장과 가정에서 치이고 밀리기 일쑤다. 하지만 본인도, 주변도 여전히 인식은 조선 시대에 멈춰있어 갈등도 만만찮다. CBS노컷뉴스는 '男子수난시대'의 세대별 실상을 5회에 걸쳐 집중 조망한다. [편집자 주]

    <싣는 순서="">

    ①20대 '답'이 없다
    ②30대 '집'이 없다
    ③40대 '나'는 없다
    ④50대 '일'이 없다
    ⑤60대 '낙'이 없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불혹(不惑)의 나이, 40대. 공자가 ‘확고한 나의 길이 정해져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았다’고 해서 붙은 별칭이다.

    맹자는 자신의 40대를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란 뜻의 부동심(不動心)으로 칭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40대를 '진정한 남자가 되는 시기'라고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40대 남성은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단단하고 안정적일 것만 같지만 대한민국의 그들은 사실 이런 별칭들과는 동떨어져 있다.

    CBS 취재진이 만난 '대한민국 보통 40대'들은 압박과 스트레스, 소외감에 흔들리며 불혹(不惑)보다는 불안(不安)의 시기를 거치고 있다.

    ◈"나이 50까지 이 회사 다닐 수 있을까요?"

    가장 큰 불안감은 역시 생존에 대한 불안감.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퇴직연령은 53세이지만, '체감 퇴직 연령'은 40대 중후반이라는 게 공통적인 목소리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났다 해도 가정의 생계를 떠맡은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성은 40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퇴직과 그 이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회사원 최모(44) 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외국계 제약회사에 다니다 6년 전 국내 대기업으로 이직했다.

    원하던 회사로의 이직에 성공했던 당시만 해도 남들이 안 하는 일에도 뛰어들면서 의욕적으로 일했다. 하지만 40대가 되고 나서 주변을 돌아보니 "힘이 빠지더라"는 게 최 씨의 얘기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는 '사람을 잘 안 자르는 회사'로 유명했지만, 그런 분위기도 최근 많이 바뀌고 있다며 착잡함을 내비쳤다.

    최 씨는 "작년에 한번 부장급 7~8명이 한꺼번에 나갔는데, 한평생 일한 회사를 그렇게 나가는 걸 보면서 좋아보이진 않았다"며 "향후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난 50까진 버티고 있을까' 싶어 고민이 많아졌다”고 털어놨다.

    "보통 차장 정도까지 남아있고, 부장 제대로 못 달면 글쎄, 얼마나 버틸까요?". 최 씨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10년을 일했는데…왜 아직도 쪼들릴까요?"

    팔팔하던 30대 시절 대부분을 '일'에 바친 40대 남자들. 하지만 그토록 일했는데도 손에 쥔 건 별로 없다 보니 답답한 상황에 봉착하기 일쑤다.

    그 중에서도 '대출금' 문제는 40대의 발목을 붙잡는 거대한 장애물이다. 부동산 경기가 좀체 떠오를 기미가 안 보이면서 대부분의 40대는 대출금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상황이다.

    40대 회사원 손모(41) 씨도 그렇다. 손 씨는 직장생활 10년차의 ‘베테랑 영업사원’으로, 회사 안팎에서 인정받으며 남들이 보기엔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불안하다고 느낀다. 손 씨는 "자녀 둘 교육비 문제부터 대출까지 있는데, 그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에 어머니도 모셔야 하고, 말도 말아요"라며 손사래부터 쳤다.

    손 씨는 "한 달에 사교육비로 50만 원은 고정적으로 나가고 거기에 1억 넘는 대출 이자로도 매월 50만원씩은 나간다"며 "월급의 4분의 1이 그냥 나가는 돈이니 이것저것 내다보면 저절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자녀 둘을 각각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보내고 있는 황모(41) 씨도 마찬가지다. 사교육비 부담은 자녀의 연령을 가리지 않고 닥쳐온다.

    "오히려 결혼하기 전에 돈을 좀 모으고 저축적금도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저축은 오히려 못 하는 상황"이라고 답답한 기색을 내비쳤다.

    황 씨는 생활비에 교육비, 대출금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빠져나가는 돈을 보면 허무해진다고 털어놨다.

    "10년 전하고 똑같은 거 같아요. 경제적 여유는, '10년 넘게 일했는데 왜 모은 게 없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사교육비 부담을 가장 크게 짊어지고 있는 세대가 바로 40대다.

    현대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국내 가구의 교육비 지출 구조 분석' 자료를 보면, 평균보다 많은 교육비 지출로 빈곤하게 사는 '교육빈곤층'의 대다수는 40대다.

    자녀교육비 지출이 있는 가구 중 세대주가 40대인 경우는 333.3만 가구로, 전체의 52.7%에 달한다. 그렇잖아도 각종 지출이 많은 40대가 자녀 교육비도 줄이지 못해 경제적으로도 취약한 모습을 띠고 있는 셈이다.

    맞벌이를 하든 하지 않든, 대한민국 40대 남성들은 '절대적인 수입'을 어떻게든 창출해내야 한다는 경제적 압박감을 묵묵히 감당해낼 수밖에 없다.

    ◈"사춘기 자녀와 대화는 힘들어…'왕따' 기분이 이런 걸까요"

    40대가 이런 '경제적 압박'을 이겨내려면 회사 일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가정 일엔 소홀해지는 게 당연해진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내던지지만, 그 가족에게선 또 외면당하는 악순환의 고리도 이 대목에서 생긴다.

    '가정적인 아버지'가 인기를 끌고 남편의 가사분담이 당연시되는 사회풍조가 퍼지면서, 이런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40대 남성은 가정에서조차 소외를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자녀들이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안 그래도 없던 대화가 더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은 얼굴 볼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어머니는 편하게 생각한다. 아버지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중학교에 다니는 딸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김모(47) 씨는 자신을 ‘왕따’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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