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9월부터 납추 금지…천만 강태공 '뿔났다'



사건/사고

    9월부터 납추 금지…천만 강태공 '뿔났다'

    낚시업계도 직격탄 "한국만 규제…'물속 납' 유해 증거도 없어"

    오는 9월부터 판매·사용이 금지되는 납추와 그 대체재인 도금추. 가격 차이는 3배 가까이 된다.

     


    오는 9월부터 납추 등 중금속 성분이 함유된 낚시도구를 팔거나 사용하면 처벌을 받게 되면서 1천만 명에 육박하는 국내 낚시인들과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금지 규정을 담은 '낚시관리 및 육성법'에 대해 "육성은커녕 목을 조르고 있다"며 '악법'으로 규정하고 나선 것.

    게다가 정부 당국 역시 해당 법규 시행을 이미 한 차례 유예한 데다, 반발을 감안해 추가 유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실효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99%는 납추 사용하고 있지만 '대체재'는 없어

    납추와 대체재인 황동추. 가격 차이가 10배 가량 난다.

     


    최근 인천의 한 낚시용품점에서 만난 낚시인들은 지난해 9월 10일 시행된 '낚시관리 및 육성법 시행령'에 대해 "말 그대로 악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낚시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제정됐지만 오히려 낚시계를 고사시킨다는 것이다.

    이 법 시행령 제5조는 '낚싯대와 낚싯줄, 낚싯봉(추) 등에서 납·비소·크로뮴·카드뮴 등의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 용출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납' 규정이다. 낚시인들 대부분은 찌나 미끼가 일정한 위치에 고정되도록 낚싯줄에 매다는 '납추'를 사용하는데, 이를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비중이 높고 녹는점도 낮아 가공이 쉬운 납은 가격까지 저렴해 자주 잃어버리는 추의 재료로는 '안성맞춤'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사용이 금지되면 대체재는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낚시 경력 10년 차인 안모(36) 씨는 "100명 가운데 99명은 지금도 납추를 사용하고 있다"며 "동(銅)이나 스테인리스 재질이 대체재인데 가격이 5~10배라 너무 비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씨는 "그나마 대체재라도 있는 추는 괜찮지만 루어낚시에 사용하는 '지그헤드' 같은 납추는 비중과 부피로 따지면 대체재가 없는 상황"이라며 "낚시를 하지 말라는 말밖에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 달 뒤 못 팔게 되면 가득 쌓인 납추 재고는 어쩌라고?"

    마땅한 대체재가 없는 납 재질 '지그헤드'

     


    낚시용품점 주인 최모(48) 씨는 가게에 쌓여 있는 납추 재고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최 씨는 "수십 년 써왔던 납추를 갑자기 규제하니 지금 있는 재고는 다 어떻게 처리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낚시용품점이나 제조업체나 다 문 닫으라는 말 같다"고 토로했다.

    최 씨는 "더 많은 납을 사용하는 어선은 규제하지 않으면서 소규모로 사용하는 낚시용 납추를 규제하는 건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며 "게다가 납추가 환경에 유해하다는 명백한 근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낚시 단체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낚시단체총연합회(한낚총)는 지난해 시행령이 시행되기 전부터 당시 주무부처였던 농림수산식품부에 '납추 규제 반대' 입장을 보냈다.

    한낚총은 당시 반대 근거로 △대체추는 고가이며 △일부 제품은 대체추도 없고 △납추가 환경에 유해하다는 명백한 보고서도 없으며 △세계 어느 나라도 납 성분 낚시용품을 규제하지 않고 △낚시업계만 위축된다는 점 등을 들었다.

    ◈대형 마트 입점한 낚시용품업체도 엉뚱한 유탄 맞아

    낚시관리 및 육성법은 또 생각하지도 않았던 엉뚱한 곳에까지 유탄을 날리고 있다. 대형 마트에 입점했던 낚시용품점이 철수할 수밖에 없게 된 것.

    이 법은 추뿐 아니라 낚싯대나 낚싯줄 등 모든 낚시용품에 중금속이 포함됐다면 판매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이 이렇다 보니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낚시용품을 판매하는 업체에 "중금속 포함 여부를 증명하지 못하면 입점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한 낚시단체 간부는 "한 업체가 다루는 낚시 용품이 수천 개에 달하는데 중금속이 포함 안 됐다는 시험성적서를 대형 마트에서 요구했다"며 "검사에만 최소 1억 5000만 원이 들어가 철수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본격 시행 한 달가량 남아…주무 부처는 아직도 "해결책 검토중"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도 법 조항에 판매 금지, 사용 금지 유예 규정을 두고 이후 판매금지에 대해서는 추가로 유예했다.

    지난해 당시 농림수산식품부는 법을 시행하면서 납추 판매는 6개월, 사용은 1년씩 가능하도록 유예조항을 뒀다.

    이후 지난 3월 신설된 해양수산부로 업무가 이관되면서 "비수기에 쌓인 재고를 처분할 수 없다"는 업계의 요구를 수용, 판매 금지를 6개월 더 유예했다.

    따라서 오는 9월 10일부터는 납추를 포함한 중금속이 함유된 낚시용품을 판매하거나 사용하면 1차 위반시 75만 원, 2차 위반시 150만 원, 3차 이상엔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유예 기간 종료를 한 달 남긴 상황에서 반발이 여전히 거센 데도,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낚시업계의 지적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시행령 개정에 무게를 둔 상태에서 해결 방안을 검토를 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