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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편지 -부자가 삶의 목표인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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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편지 -부자가 삶의 목표인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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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가 돼서 나누는 삶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부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삶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부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얻게 되는 모든 것을 나누어 버릴 때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계에는 여전히 먹을 것이 없고, 입을 옷이 없고, 잠잘 집이 없는 사람들이 허다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기아와 빈곤의 문제가 물질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더 많이 나누기 위해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모아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우리는 결코 나누기 위해 부자가 되려고 애써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가난해지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가난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나눔 이전의 나눔이며 가장 큰 나눔의 실천입니다. 역설적이지만 모두가 가난해 지려고 노력할 때, 이 세계의 모든 가난은 끝나게 될 것입니다. ―「자발적 가난에 대한 단상」 중에서

    우리 선인들이 생각했던 이상향, 무릉도원이나 오복동천 같은 유토피아는 어떤 세상이었을까요? 금은보화가 넘치는 고대광실 궁궐 같은 집에서 사치를 누리며 호화로운 삶을 사는 것이었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이 그토록 도달하고자 원했던 유토피아란 밥 굶지 않고 헐벗지 않고 따뜻하게 살 수 있는 소박한 세상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직도 이 지상에는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풍족히 먹고 입고 살아가지 않습니까. 그럼 우리는 이미 옛 사람들이 꿈꾸던 유토피아에 살고 있는 셈이 아닌가요. 그런데도 우리는 늘 결핍에 시달리며 부자가 되기를 열망합니다. 몇 년 치의 식량을 쌓아놓고도 걱정이 끊일 날 없습니다. 그래서 늘 더 많은 돈을 벌기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이 땅은 어느새 너무도 뻔뻔스럽게 돈을 숭배하는 물신의 나라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부자가 되기 위해 남을 짓밟기를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행복까지도 기꺼이 희생합니다. 미디어들은 가난은 죄악이고 부유함은 선이라고 쉴 새 없이 떠들어댑니다.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주문을 걸어댑니다. 하지만 우리들 대다수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우리는 욕망을 제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은 돈을 모아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그저 더 많이 소비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도 아니면 끊임없이 돈을 불리기 위해 투자하느라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살다 가는 길 뿐입니다. 대체로 부자가 되려는 우리들의 노력이란 금융자본이나 토건자본의 먹잇감에 지나지 않습니다. 요즘 부동산 시장의 몰락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떤 이들은 가난한 이들과 나누기 위해서라도 부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부자가 돼서 나누는 삶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우리들 대다수는 결코 부자가 될 수 도 없고 부자가 되더라도 나눌 수 없습니다. '부자'란 만족을 모르는 탐욕의 노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부자가 돼서 나누겠다는 다짐보다는 부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더욱 아름답고 현실성 있는 나눔의 실천입니다. 부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남의 몫을 빼앗아오지 않는 것을 뜻하니까요. 그러므로 그대여, 더 이상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마십시오. 부자가 되는 것은 죄악입니다.

    강제윤 올림


    강제윤
    시인, 1988년《문학과 비평》겨울호 등단. 평화인물 100인. 청년시절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혁명가로, 인권운동가로 살았으며 3년 2개월의 옥고를 치렀다. 1998년, 귀거래사를 부르며 보길도로 귀향했으나 고향에서의 삶도 순탄하지 않았다. 보길도의 자연하천을 시멘트 구조물로 바꾸고 고산 윤선도 유적지에 대규모 댐을 건설하려는 행정관청, 토목업자들과 맞서야 했다. 그 결과 자연하천을 지켰고 33일간의 단식 끝에 댐 건설도 막아냈다. 하지만 2005년 어느 날, 문득 떠돌며 살고 싶은 열망에 이끌려 다시 고향을 떠났다. 지금껏 거처 없는 유랑자로 자발적 가난의 삶을 살아간다.

    ※원문은 책읽는 사회 문화재단 문학나눔의 행복한 문학편지 (http://letter.for-munhak.or.kr)에서 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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