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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축구칼럼] 프랑스는 어쩌다 노쇠한 팀이 됐나?



축구

    [진짜축구칼럼] 프랑스는 어쩌다 노쇠한 팀이 됐나?

    불화설이 돌고 있는 앙리와 도메네크 감독

     

    ''''노쇠한 프랑스를 잡아라''''

    조별예선 2차전에서 프랑스와 맞붙게 될 한국 대표팀에게 내려진 특명이다. 프랑스 대표팀의 평균연령은 1차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상대 스위스보다 무려 4살이 많은 30.6세. 예전의 예리함을 잃은 프랑스의 모습에 한국 대표팀이 프랑스전의 목표를 ''''비기기''''에서 ''''이기기''''로 수정했다는 후문이다. 체력과 혈기로 세월에 지친 노장들을 누르겠다는 것이다.

    사실 노쇠한 팀이 되지 않는 방법은 원론적으로 간단하다. 신예들을 발굴해 일정수준 이상의 세대교체를 하면 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유소년 교육을 자랑하며 수많은 유망주들을 해외의 클럽에 수출하는 프랑스가 어쩌다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되었을까. 98년 월드컵을 제패한 프랑스 대표팀의 멤버를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지단 부대''''의 등장

    프랑스는 참신한 신예의 등장을 환영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생도 멋들어진 논문 한 편만 쓰면 유명 교수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축구도 마찬가지여서 90년대 중반까지는 가능성을 보이는 신인선수에게 가장 많은 기회를 주는 무대가 바로 ''''레 블뢰(파랑. 프랑스 대표팀의 애칭)''''로 불리는 프랑스 대표팀이었다. 90년대 초중반 레 블뢰는 슈퍼스타 에릭 칸토나를 필두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었고 메이저 대회에서의 성과는 없었지만 세계 최강의 레벨에 근접해 있었다. 그러나 자국에서 열리는 98년 프랑스 대회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훌륭한 전통을 약간 버려야 했다. 일단 전술을 다소 수비 위주로 전환했다.

    그리고 신예들의 대표팀 입성을 차단하고 기존의 선수들을 계속 대표팀 주전으로 기용, 고정된 조직력을 다지기 시작했다. 90년대 전반까지 대표팀에 데뷔한 선수 중 중요한 A매치에 데뷔전을 치른 선수는 로랑 블랑, 엠마누엘 쁘띠, 지네딘 지단, 릴리앙 튀랑, 파비안 바르테즈, 크리스토프 뒤가리 등 모두 현재의, 혹은 갓 지난 스타들이었다. 그러나 98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프랑스는 신인들의 대표팀 입성을 차단했다. 성적을 위해 고유한 색깔을 접어둔 것이다.

    98년 월드컵^ 프랑스는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레 블뢰는 한 가지 더 중대한 선택을 했다. 에메 자케 감독은 종잡을 수 없는 성격 때문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에릭 칸토나의 자리에 신중한 지네딘 지단을 불러들였다. 이 때문에 수많은 칸토나 팬들의 불만을 들어야 했지만 그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실제로 프랑스는 96년 유럽 선수권에서 4강이라는 좋은 성과를 거두며 2년 후를 준비했다. 그리고 드디어 98년, 에메 자케가 조직한 ''''지단 부대''''는 피파컵을 들어 올리는 데 성공한다.


    멈추지 않는 시간과 멈춰 있는 멤버들

    문제는 여기서부터. 세계최강의 자리에 오른 레 블뢰는 자존심 유지를 위해서라도 기존의 전력에 손을 댈 수 없었다.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2년 전의 영광을 재확인했지만 세대교체의 연결고리는 이미 끊어져버린 후였다. 2000년 당시 프랑스 대표팀의 멤버들은 무려 18명이 2년 전 월드컵에 출장한 멤버들이었다. 고령화로 문제를 겪고 있는 독일에도 A매치 1자리 출장 횟수인 선수들이 7명이나 있었다. 98년과 2000년의 우승을 위해서 프랑스는 젊은 선수들을 시험해 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선수들은 늙었고 바뀌지 않는 멤버는 ''''타도 프랑스''''를 외치는 다른 팀들에게 철저히 파악되었다.

    그 결과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지단이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김남일에게 ''''청소''''당하며 부상으로 결장하자 ''''지단 없는 레 블뢰''''는 약체 세네갈에게 0:1로 패하며 좌초하고 말았다.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비록 대회 우승팀이지만 명백한 약체인 그리스와의 4강전에서 침몰하고 말았다. 이미 세대교체가 즉각적인 전력하락을 가져오게 된 상태에서 계속되는 대표팀의 고령화야말로 레 블뢰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딜레마다.

    지단은 2004년 유럽선수권대회가 끝나고 은퇴를 선언했지만 프랑스 축구계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의해 결국 대표팀에 복귀했다. 노장들이 빠져나감으로써 생기는 2006 월드컵 대표팀의 전력누수를 메꾸기 위해서다. 마켈렐레와 튀랑도 은퇴했었지만 지단과 함께 다시 대표팀에 돌아왔다. 1998년부터 세대교체의 순환속도가 늦어져버린 레 블뢰는 이 세 명에게 매달리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단을 포함한 노장 3인방은 대책 없이 늙고 말았다. 노장 없이는 게임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노장들. 현재 프랑스 대표팀에게 닥친 사태는 가혹할 정도다. 선수들과 함께 늙어가는 레 블뢰의 ''''아트사커''''를 바라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최소한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 대표팀에게는 호재다. 레 블뢰와 ''''지단 부대''''의 몰락을 태극전사들이 앞당겨주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심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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