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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스마트폰 보유 64%시대, "댁의 아이는 안녕하십니까?"



IT/과학

    청소년 스마트폰 보유 64%시대, "댁의 아이는 안녕하십니까?"

    [CBS특별기획 '착한 스마트세상 함께 만들어요'①]

    청소년 3명 중 1명이 위험군이라는 스마트폰 중독. 방치하면 '어린 치매환자'가 될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이런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CBS노컷뉴스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우리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 실태와 위험성, 그리고 중독을 막기 위해 가정과 학교, 사회, 기업, 정부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본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1. 청소년 스마트폰 보유 64%시대, "댁의 아이는 안녕하십니까?"
    2. "유비쿼터스 스마트의 덪", 언제 어디서나 사용가능한 스마트폰이 중독 키운다.
    3. "두살 우리아기가 스마트폰을 조작, 천재아냐?", 스마트폰 중독 방치하면 어린 치매 환자된다.
    4. "스마트폰 팔기만 하면 된다" 제조사.이통사 중독 예방활동 기대 이하!
    5. '스마트 문화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 균형잡힌 스마트폰 활용문화 만들어야'

     

    수인(4세.여)이는 매일 늦게 퇴근하는 엄마만 기다린다. 엄마만 집에 오면 '세상을 바꾸는 놀라운 기적'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떡볶이 집을 운영하는 엄마의 퇴근 시간은 밤 10시 30분.

    "큰 핸드폰 주세요, 이게 유뜌부여요, 이거 볼래요? 노래하는 여잔 토끼에여."

    엄마로부터 스마트폰을 낚아챈 수인이는 말투는 어눌하지만 능숙하게 유튜브에 접속해 애니매이션 동영상을 구동시켰다. '워킹맘' 엄마가 고단한 하루를 정리하고 씻고 잘 준비를 하는 약 2시간이 수인이에게는 '세상을 바꾸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는 시간들'이다.

    "이제 그만! 엄마랑 놀아줘야지요, 유투브 그만하세요."

    엄마의 말에 수인이가 갑자기 고개를 툭 떨어뜨린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엄마 팔을 때리기 시작한다. 스마트폰을 가져간 엄마에 대한 불만의 표시다.

    "그만하세요, 그럼 나쁜 사람이에요."

    엄마가 말릴수록 수인이의 손 팔매질 강도와 횟수는 더해간다.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며 "엄마가 밉다"고 소리친다.

     

    "처음에 수인이가 스마트폰을 접한 게 돌 지나고 나서부터에요, 보통 엄마들은 애들이 울면 빨리 달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스마트폰을 주는 것이거든요."

    수인이 엄마 이미영(41)씨는 수인이에게 미안하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떡볶이 집을 운영하기에 집에 오면 피곤하기 일쑤. 칭얼대는 아이를 쉽게 달래려고 무책임하게 스마트폰을 건넨 건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가끔 밀려온다.

    "책을 읽어주는 게 아이 정서개발에 좋다는 것은 다 알죠, 그런데 우리 같은 워킹맘은 일 다녀와서 책 읽어주는 게 쉽지 않아요, 어떤 때는 내 몸 편하려고 애한테 스마트폰을 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제는 습관이 되서 책 읽어주려고 해도 애는 스마트폰만 찾아요, 책이 지루해진 거에요."

     

    서울에 있는 한 남녀공학 중학교. 오후 3시 하교하는 아이들 손에는 거의 예외없이 스마트폰이 들려있다.

    중학교 3학년 이 모(15) 군은 하루에 스마트폰을 13시간 정도한다. 이 군이 주로 하는 것은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와 피파온라인3. 수업시간에 몰래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에 하다 선생님께 걸리면 일주일 정도 스마프폰을 압수당하지만 "걸어볼 만한 모험"이라는 게 이 군의 설명이다. 스마트폰이 주는 재미는 다른 어떤 것도 압도한다.

    "13시간 정도 해요, 피파온라인3는 진짜 유명해요, 학교에서 하는 애들이 가장 많아요, 90% 이상일 걸요" '집에서 부모님이 걱정하지 않냐'고 묻자 이 군은 "엄마, 아빠가 맞벌이 하셔서 괜찮아요"라고 답했다.

     

    중학교 1학년 안 모(13) 양은 "스마트폰을 못쓰게 하면 혼란스러워서 공부를 못한다"고 말했다. 안 양은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바로바로 확인해야 하는데 없으면 불안해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며 "할 수 없이 컴퓨터를 켜고 음악을 듣거나 아니면 메이플 스토리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래도 안되면 숙제를 빨리 끝낸 다음에 엄마한테 가서 스마트폰을 달라고 조른다"고 고백했다. 옆에 있던 친구 백모(13) 양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그냥 멍 때리거나 책상에 낙서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중학교 3학년 박모(15) 양은 게임보다는 웹툰이 그렇게 재미난다. 박양은 "하루에 서너시간 정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 같다"며 "치즈인더트랩이라는 웹툰이 가장 재밌다"고 소개했다.

    중학교 2학년 이 모(14) 군도 "4명이 같이 할 수 있는 게임 '모두의 마블'이 가장 재밌다"며 "데이터 이용료 등 추가요금도 들지 않아 맘껏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아이들이 아프다. 아이폰 3GS를 필두로 스마트폰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상륙한 것은 지난 2009년 말.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 3사는 앞다퉈 최신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여기에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역시 100만원에 달하는 비싼 스마트폰 출고가에 각종 보조금을 얹어주며 스마트폰 보급에 큰 역할을 했다.

    "세상을 바꾸는 놀라운 힘" "아이의 집중력과 학습능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등의 문구로 포장한 스마트폰은 이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갖고 있는, 그리고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휴대품으로 정착됐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 3년 남짓. 하지만 스마트한 세상을 꿈꿨던 스마트폰은 이제 사용하지 않으면 금단현상까지 보이는 청소년 중독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스마트폰 중독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18.4%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독율이 2011년 11.4%에서 7.0%p나 급증했다는 것.

    청소년 5명 중 1명은 심각한 중독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국내 유아.청소년(6세-19세)들에 대한 스마트기기 보유율은 21.4%에서 64.5%로 3배 이상 증가해 중독율 급증에 한몫했다는 평가다.(방통통신위원회 2012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

    특히 청소년을 포함한 전 연령대에서 스마트폰 중독율은 인터넷 중독율보다 높았다. 하지만 중독에 대한 심각성 인지도는 스마트폰이 69.1%, 인터넷이 79.1%로 조사됐다. 스마트폰 중독율이 더 심각한 데도 정작 문제의 심각성은 인식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 스마트폰 중독자는 일평균 7.3시간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일 평균 19회 접속X19분/1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전국 중고등생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중독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5.2%가 중독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독 정도를 세분하면 27.6%가 잠재적 위험군, 7.6%는 관련 기관의 전문적 지원과 도움이 필요한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전문가들은 잠재적 위험군과 고위험군을 합해 '스마트폰 중독'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런 분류에 따를 경우 청소년 3명 가운데 1명이 중독이라는 뜻이다.

    물론 방통위 조사는 대면 면접방식이고 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는 응답을 원하는 사람을 상대로 한 온라인 조사라는 방법의 차이때문에 수치가 다르기는 하지만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의 심각성을 말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또 응답 청소년 2명 중 1명은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스마트폰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62.6%의 학생은 가정에서 자는 척하면서 부모님 몰래 스마트폰을 쓴 경험이 있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실 한국정보화진흥원 책임연구원은 "가정에서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콘텐츠를 구체적으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며 "총싸움이나 전쟁게임 등 단순한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인 게임 이름과 웹툰 이름 등을 공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또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옆에 같이 있어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과다 사용시 무작정 뺏지 말고 스스로 끌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의 한 중학교 정모 교사는 "한 학급 40명 가운데 38명 정도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며 "수업시간에 스마트폰을 압수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화를 내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정 교사는 또 "요즘은 아이들이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폭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친구들을 왕따시킨다"며 "온라인 학교폭력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사는 이어 "심각한 중독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을 외부 기관 상담 치료에 보내려면 학부모 동의가 필요한 데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동의를 해주지 않는 것도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병원장은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의 가장 큰 폐해는 부모와 친구, 선생님 등 대인관계에 큰 손상을 초래한다는 점"이라며 "아이들은 욕구나 충족, 쾌감을 조절하는 능력이 미약한 데 스마트폰에 흠뻑 빠지게 되면 이런 능력이 더욱 퇴보한다"고 지적했다. {RELNEWS:right}

    손 원장은 "정신의학계쪽도 그 속도를 못 따라갈 정도로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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