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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번지 수가 틀렸네…"GM이 아니라 미쓰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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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통령, 번지 수가 틀렸네…"GM이 아니라 미쓰비시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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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통상임금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통상임금 이슈에 불을 붙인 건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에 만난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이 5년간 80억 달러를 투자하겠으니 그 전제조건으로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 배경에는 현대기아차노조와 GM노조 등이 제기한 통상임금 반환 소송이 있다.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GM노조 측은 회사를 상대로 체불된 통상임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에서는 노조가 승소해 대법원 판결을 남겨놓고 있다. GM 노조 측이 이긴다면 사측은 8천억 원 규모의 밀린 임금을 직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추산이 전해진다. 전국 70여개 업체의 노동자들이 비슷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기업 경영 측에서는 물론 부담이 크다. 경총과 전경련 등 5개 사용자단체는 ''경제·노동 현안 관련 규제 입법 등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내고 "통상임금 산정범위에 고정상여금을 포함시키면 3년 치만 소급해도 38조 원 이상을 부담하게 된다"며 반발해오고 있다.

    ◇ 통상임금의 왜곡은 권위주의 정권의 유물

    통상임금 갈등은 우리나라 임금체계가 기형적이라 그렇다. 노동자에게 돌아갈 돈을 줄이기 위해 기본급을 낮게 정하고 이런 저런 수당을 만들어 붙이면서 임금 인상을 억제해 온 때문이다. 정기상여금은 물론 휴가비, 교통보조비, 체력단련비 등은 사실상 때가 되면 나오는 기본급이지 성과를 내면 주는 보너스는 아니다. 그러나 통상임금에서 제외돼 있다.

    우리나라는 기본급 비중이 너무 낮다. 제조업 평균으로 전체 급여의 40%밖에 안 되고, 공무원들도 53%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한다. 기업들이 임금 부담을 줄이려 편법을 써 온 것이고 정부가 이를 묵인방조해 왔다. 정부의 이 같은 친기업적 임금정책과 노동자에게 불리한 유권해석은 박정희 대통령에서 시작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러한 시대인식을 갖고 있는가 묻고 싶다. 경제수석이 전한 내용으로는 박 대통령이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GM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경제가 갖는 문제이니까 이 문제를 확실히 풀어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왜곡된 임금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이 나라 대법원의 취지를 외면하고 외국 기업 총수에게 ''투자만 해주신다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답한 것인가?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시작된 잘못된 관행에 대한 개선의지를 분명히 보여 줄 수는 없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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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행한 대다수 언론들은 박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묵었던 호텔에 묵었다는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전하면서도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유물에 대한 박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선 더 파고들지 않았다. 더구나 GM도 소송의 한쪽 당사자이다.

    대통령이 미국 기업인에게 해결 의지를 밝힐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이다. 지금 대통령이 할 일은 통상임금 문제가 대기업에서만 해결되지 않고 중소기업에게까지 전파될 수 있도록 기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책을 독려하는 것이다.

    ◇ 대통령이 관심 꺼야 할 소송, 관심 둬야 할 소송

    이 기회에 대통령이 해결 의지를 적극 내보일 소송을 소개하겠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회'' 대표단이 우리나라에 온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회는 우리나라 강제징용 여성 피해자들이 어린 나이에 미쓰비시 군수공장에 끌려가 갖은 고생을 다하고 평생을 상처와 가난, 병마로 고통당한 것에 주목해 왔다. 그들 나이 40대에 시작된 양심적 행동은 그들 나이 70대가 되도록 이어지고 있다. 우리 할머니들을 위해 자기 나라 정부와 자기 나라 대기업 미쓰비시와 싸워 온 사람들이다.

    그들이 광주를 방문한다. 미쓰비시 중공업과 신일본제철에 강제로 동원된 우리나라 피해자들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미쓰비시에 제기한 소송의 첫 재판이 24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데 이를 방청하려는 것이다. 이 재판 역시 통상임금 문제처럼 대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에 동원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청구권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과 무관하니 개인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함으로써 제기된 것이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근로정신대 미쓰비시 한일 공동협상단''과 손해배상 예비협상을 십 수 차례 진행해 왔다. 그러나 속셈은 다른 곳에 있었다. 화력발전소 계약이나 자동차 시장 등 국내 진출을 앞두고 한국 내 비판적 여론을 무마하려는 꼼수에서 시작한 협상이었다.

    [BestNocut_R]일본 법원이 미쓰비시 편을 들면서 미쓰비시 반대·불매 운동이 크게 번지자 당황했던 것이다. 그런데 협상 진행과 함께 국내 반일 감정이 누그러지자 미쓰비시는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끝난 일"이라며 태도를 바꿔 협상을 질질 끌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미쓰비시는 국내에서 2009년에 ''아리랑 3호'' 위성 발사 용역업체로 선정됐고, 한국동서발전과 서부발전 등이 발주한 화력발전소 4곳에 가스터빈 10기를 수출하는 등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아마 미국의 GM 역시 그럴 공산이 크다. 통상임금 문제가 마무리 되면 80억 달러 투자는 언제 그랬느냐 할 것이다. 기업의 투자는 그 때의 상황과 자사 이익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신의를 지키지 않는다. 더구나 그 관계가 갑과 을인 미국과 한국이라면 더욱 그렇다.

    또 한 가지.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들의 몰염치한 과거 전쟁범죄 외면은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보다 당장 손에 쥘 보상자금과 자본권력 편에 섰던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유산이라는 점도 상기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관심 꺼야 할 소송이 GM이라면 적극 해결 의지를 보일 소송이 미쓰비시 소송이다. 나고야 할머니들조차 30년 넘게 싸워 온 의로운 싸움이다. 우리는 박 대통령이 아버지 시대의 과오를 어찌 바로 잡아갈 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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