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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족도리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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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족도리풀'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
    족도리풀

     



    오랜만에 봄볕이 따스하게 내리는 날입니다. 이런 날에는 아름다운 5월의 신부를 상상하는 여성분들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생태숲도 결혼사진 촬영장소로 소문이 나면서 봄이 되면 신랑, 신부의 촬영모습을 간간이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좋은 날씨 때문인지 파릇한 잔디밭을 배경으로 맞잡은 신랑, 신부의 표정이 다른 때보다도 더 행복해 보입니다. 요즘은 서양의 결혼문화가 주류를 이루면서 신부는 머리에 면사포라는 것을 쓰고 식을 올리지만 우리나라 전통혼례에서는 족두리를 머리에 씁니다. 면사포를 쓰든, 족두리를 올리든 결혼식에 아름답지 않은 신부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전통혼례를 올릴 때 신부가 머리에 쓰는 족두리를 닮은 꽃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족두리풀 또는 족도리풀이라 하는데 요즘은 족도리풀이라 많이 부르는 모양입니다. 족두리를 닮아 붙여졌다고 하면 족두리풀이라 부르는 것이 당연할 텐데 제주도나 황해도에 사용하는 사투리인 족도리풀을 식물도감에 쓰고 있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꽃의 모습도 독특한데 둥근 항아리처럼 생긴 꽃받침 안에 암수술이 들어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보는 들꽃의 모습이 아니어서 들꽃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겠지만 매니아들에게도 족도리풀은 늘 신비의 대상입니다.

    족도리풀은 쥐방울덩굴과의 여러해살이 풀꽃으로 전국에서 자랍니다. 종류로는 대표격인 족도리풀 외에도 잎에 무늬가 있는 개족도리풀, 꽃받침잎이 뒤로 예쁘게 젖혀지는 각시족도리풀, 잎이 자주색이 자주족도리풀, 꽃받침잎이 뿔처럼 생긴 뿔족도리풀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분류에 대해서는 크게 족도리풀, 개족도리풀 2종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변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고 잎이나 꽃의 모습에 따라 더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세세하게 분류하는 분들도 있어 의견의 차이가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4월 초순이면 땅속에서 두개의 잎이 나오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줄기 밑에서 족두리를 닮은 꽃이 피어납니다.

    자주색 꽃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녹색도 간간이 보입니다. 꽃은 색깔이 땅 색깔과 비슷하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보면 잎이 꽃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찾지 않으면 피었는지 알아볼 수도 없습니다. 꽃잎은 퇴화되어 없어졌고 항아리 모양의 꽃받침이 꽃잎을 대신하여 꽃술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가운데에 암술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주위를 돌아가며 수술이 감싸고 있습니다. 그리고 암수술 배경으로 꽃받침 안쪽에는 하얀 무늬를 배치하어 곤충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꽃자루를 짧게 하여 꽃을 거의 땅에 붙게 한 것도 독특합니다. 이것은 꽃가루받이를 하는데 개미나 땅을 기어 다니는 곤충의 도움을 받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족도리풀1

     

    그리고 꽃에서는 썩 기분이 좋지 않은 냄새가 납니다. 그러나 사람에게 불쾌한 이 냄새가 개미에게는 아주 기분 좋은 향기가 됩니다. 이 향기에 이끌린 개미들이 꽃 안으로 들락거리면서 꽃가루받이를 도와주게 됩니다. 꽃가루받이가 끝나고 결실을 하면 씨앗을 퍼뜨리는 것도 개미가 담당합니다. 더욱이 씨앗은 단맛이 나는 우무질로 덮여있습니다. 맛있는 씨앗을 집으로 가져간 개미는 저장해두었다가 우무질만 먹고 씨앗을 집 밖으로 내다 버리게 되는데 그 곳에서 족도리풀은 다시 싹을 틔우게 되는 것입니다. 개미의 도움으로 해서 먼 곳까지도 씨앗이 퍼져나갈 수 있고 높은 바위 위에서도 족도리풀이 자라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족도리풀의 뿌리를 세신이라 해서 매운 맛이 나는데 한방에서는 약재로 사용했습니다. 벌레를 쫒는데 쓰이기고 하고 옛날에는 입 냄새나 가래를 없애는 데에도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눈을 밝게 해주고 중풍, 축농증에도 좋다고 알려졌지만 독성이 강한 식물이기 때문에 함부로 만지거나 먹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사람에게 독이 있는 식물이라고 해서 곤충에게도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애호랑나비는 족도리풀의 독성에 대한 면역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 잎만 먹고 자란다고 합니다. 다른 곳은 쳐다보지 않은 채 족도리풀의 잎에 알을 낳고 성충이 될 때까지 떠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족도리풀의 꽃말은 '모녀의 정'입니다. 아마 족도리풀에 관련된 어머니와 딸에 얽힌 전설에서 유래한 모양입니다. 요즘 숲에는 족도리풀이 한창입니다. 화려한 꽃에서부터 족도리풀처럼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 자신의 역할 다하는 꽃들도 많습니다. 족도리풀의 꽃말을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우리 어머니들의 삶을 닮았습니다. 며칠 있으면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5월입니다. 모두 바쁜 시간들이겠지만 부모님에 대해, 가정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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