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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 된 진주의료원, 퇴로는 없나?



보건/의료

    '쩐의 전쟁' 된 진주의료원, 퇴로는 없나?

    진주의료원의 해산 조례 개정안이 파행 끝에 경남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의료원의 최종 운명을 결정짓는 도의회 본회의가 오는 18일로 예정된 가운데 정치권과 정부의 막판 중재 노력이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남도에서는 폐업을 철회 또는 유보의 명분으로 정부의 예산 지원을 내심 기대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어 예산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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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0억 요구했다" vs "지나가는 말로 한 것"…중앙-지자체 예산전 치열

    폐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던 홍준표 경남지사가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인 것은 지난 10일 진영 보건복지부장관을 만나면서부터다.

    홍 지사는 진 장관과 30여분간 비공개로 단독 면담을 갖은 자리에서 "진주의료원 문제는 지방 사무로 국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국가가 관여하려면 국립으로 전환하던지 그냥 두려면 중앙에서 5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해주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대화 내용는 홍 지사가 직접 면담의 핵심 내용을 간추려 서면으로 발표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500억원의 단서를 단 것이기는 하지만 처음으로 폐업 이외의 해결 방안을 언급한 것이어서 대화의 실마리가 풀리는 것 아니냐는 관심을 끌었다.

    진 장관도 이날 노조원들에게 "머리를 맞대고 진주의료원 정상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 '정상화'를 목표로 한 정부의 중재 의지를 강조했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다음날 공식적으로 노사 대화가 시작되는 등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하지만 홍 지사가 단서로 내걸었던 '예산지원'에 대해 정부는 한발 늦게 난색을 표했다.

    진 장관은 12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홍 지사의 500억 지원 요구에 대해 "지나가는 말로 300억 주면 하겠다고 말한 것"이라며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고 답변도 안 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경남도를 압박했다.

    퇴로의 명분을 정부의 예산 지원에서 찾으려는 경남도와 이에 난색을 표하는 중앙 정부의 엇갈리는 입장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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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끝 대치 속 날치기 처리로 여론 들끓어

    이처럼 지자체와 정부가 물밑으로 예산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사이 진주의료원 문제는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12일 밤 진주의료원 해산을 위한 조례 개정안이 야당의 극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경남도의회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대치가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고질병인 난투극과 날치기가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연출돼 벌써부터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폐업을 위한 마지막 절차인 18일 경남도 본회의에서 새누리당이 다수의석을 바탕으로 조례안을 강제 통과시키면 진주의료원은 자동으로 사라진다.

    야권과의 물리적 충돌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의료원 최초 폐업에 따른 엄청난 파장이 우려된다.

    경남도는 이를 의식해서인지 합리적인 중재안이 있으면 폐업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을 최근 정부측에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18일이 최대 고비, 정부의 성의있는 조치 있어야

    이처럼 막판까지 몰린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어느정도 성의있는 조치를 통해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당에서는 정부가 추경을 통해 지방의료원에 긴급 예산을 지원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현행법 상으로도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추경으로 약 400억 정도의 예산을 편성해 진주 등 적자에 허덕이는 지방 의료원들에 지원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예산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공의료 사업에 필요한 인력이나 장비 지원은 할 수 있지만 적자 운영에 대한 보존은 해줄 수 없다는 것.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행법 상 우수인력의 확보나 장비 지원 등이 아닌 단순한 운영 적자의 경우에는 지원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의료원이 없는 다른 지방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기 때문에 중앙의 예산 지원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방의료원법 17조 1항에 따르면 "국가는 공공보건의료 시책을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지방의료원의 설립, 시설·장비 확충 및 우수 의료인력 확보 등 공공보건의료사업에 드는 경비의 일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예산 지원 범위를 두고 법 조항의 해석이 엇갈리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소한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지방의료원 지원 및 관리에 관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는 경남도에 퇴로를 열어주는 것일 뿐 아니라, 곪아있던 지방의료원 문제의 해법을 찾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나영명 보건의료산업노조 정책실장은 "공공의료 확대는 박근혜 대통령도 강조해온 국정 기조인 만큼 위기에 처한 지방의료원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정부가 적극 내놓아야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진주의료원법'으로 불리는 지방의료원법 개정안(오제세 의원 대표발의)이 오는 17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할지도 또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자체가 지방의료원을 설립하거나 해산할 때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법안으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기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BestNocut_R]

    앞으로 남은 닷새동안 정부와 국회의 성의있는 조치와 중재 여하에 따라 진주의료원의 최종 운명이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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