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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중재 돌연 포기한 새누리당, 왜?



보건/의료

    진주의료원 중재 돌연 포기한 새누리당, 왜?

    지자체-정부 머니게임에 진주의료원 환자들 희생양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에 대한 여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중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새누리당이 사실상 중재를 포기하면서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폐업 강행으로 벼랑 끝에 몰린 진주의료원 문제가 이번에는 지방과 중앙 정부의 복잡한 예산 문제와 얽히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홍 지사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재안 마련한다더니... 고개숙인 새누리당 의원들 왜?

    5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새누리당 보건복지위 위원들과 복지부, 경남도 관계자들의 당정협의회는 예상보다 싱겁게 끝났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중재안을 마련해 폐업을 막겠다는 각오를 다졌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는 소극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국회 보건복지위 새누리당 간사인 유재중 의원은 당정협의와 관련해 "이 사안은 중재안이란 게 있을 수 없고, 지자체 업무에 대해 중앙 정부에서 '좀 잘했으면 좋겠다'는 건의나 해야지 직접 간섭하기 어렵다"면서 "경남도 의회와 경남도에서 의견수렴을 거쳐 풀어가야 한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의료원 폐쇄를 철회하는 쪽으로 돌이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공공의료 서비스 차원의 문제보다 노사관계 문제만 부각되고, 관련 협의 과정이 어땠는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등 문제가 많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기중 간사를 중심으로 새누리당 보건복지위 위원들이 강제 폐업을 막기 위한 중재안을 준비한다고 알려지면서 이번 사태의 중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중재안을 내놓기는 커녕, 폐업을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듯한 뉘앙스를 내비친 것이다.

    오후 새누리당 경남 지역 의원들과 홍준표 경남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두번째 당정협의회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신중론을 제기하며 폐업을 하더라도 충분히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하는데 그쳤다.

    기류가 바뀐 것은 국회 뿐 만이 아니다. 정부도 발을 빼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초반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홍준표 지사와의 면담을 통해 폐업 강행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지만 최근 복지부는 '최종 권한은 지자체의 소관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홍 지사는 오히려 당의 협조를 구하며 폐업을 밀어붙였다.

    홍 지사는 당정 협의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진주의료원은 노조를 위한 병원이지 공공의료를 위한 것은 아니다"고 말해 폐업 의지를 확고히 다졌다.

    ◈지자체-정부 머니게임에 진주의료원 환자들 희생양

    여론 악화에 활로를 모색하던 새누리당이 다시 홍 지사의 눈치를 살피는 것은 왜 일까?

    이는 최근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예산 갈등과 연관이 있다.

    무상보육 시행 등으로 지방 재정이 파탄에 이른 상황이어서 지자체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는 상태. 심지어 보육 예산에서 지방세 부담을 줄이고, 국고 부담을 늘리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도 새누리당의 반대로 법사위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예산 갈등의 불똥이 의료원에도 튀었다. 진주 뿐 아니라 다른 지방의료원들도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만큼 사태의 근본 해결책을 제시하려면 중앙 정부의 예산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방에 줄 예산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기초연금' 등을 비롯해 들어갈 복지 예산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기 때문이다.

    돈을 달라는 지방과, 줄 돈이 없다는 중앙정부의 신경전에 진주의료원 문제가 상징적으로 끼어있다. 환자들의 건강권과 인권은 나몰라라하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홍 지사의 눈치를 살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 의원들도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에는 반대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어려운 재정 상황 때문에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며 "시원한 해결책이 나와야 하는데 정부에서 지방에 내려줄 돈은 없고, 홍 지사의 눈치를 안볼 수 없는 상황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폐업 원인을 '강성 노조' 탓으로 몰고가며 이념전으로 프레임을 바꿔놓은 홍 지사의 전략도 한 몫 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경남도가 강성노조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새누리당에서 거부하기 어려운 프레임이다"며 "이념전이 되는 순간에 새누리당이 중재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든다. 이념전으로 몰고가는 홍 지사의 전략이 어느정도 먹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정부와 지자체의 머니게임 중간에 눈치를 보면서 환자 인권과 공공의료 축소라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BestNocut_R]

    나영명 보건의료산업노조 정책실장은 "지금 새누리당이 홍 지사의 눈치를 살피다가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간과하고 있다"며 "진주의료원의 문제는 좌우 이념 싸움도 아니고, 지방재정 문제도 아니다. 공공의료를 지킬 것이냐 포기할 것이냐의 문제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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