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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산 노동자들 "방제복이란 말 처음 들어봐요"



사회 일반

    불산 노동자들 "방제복이란 말 처음 들어봐요"

    - 영세공장 다수 취약…불산사고 빈번
    - 노후장비로 불산 막지 못해
    - 시민환경硏 "왜 CCTV 공개 안하나?"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불산 취급 노동자 (익명), 시민환경연구소 김정수 부소장

    불산누출사고. 근래 들어서만 벌써 세 번 발생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공장 외부로의 유출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죠. 그런데 그 공장 안에 평소 노동환경은 어떨까요? 큰 사고로 이어지지만 않았지, 언제든 사고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점검해 보죠. 먼저 불산을 취급하는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 한 분을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불산

     

    ◇ 김현정> 불산 다루는 공장에서 근무하신다고요?

    ◆ 불산 취급 노동자> 네.

    ◇ 김현정>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세요?

    ◆ 불산 취급 노동자> 반도체 부품의 특성을, 부품에 맞는 그 특성을 알아내기 위해서 불산이라는 약품에다가 제품을 담그는.. 그러니까 막을 날리는 거거든요. 막질 같은 게 이제 벗겨지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어떤 제품을 불산에 담그는 작업을 하시는 거예요?

    ◆ 불산 취급 노동자> 네.

    ◇ 김현정> 그야말로 불산을 최전방에서 만나는 분이시네요?

    ◆ 불산 취급 노동자> 그렇죠.

    ◇ 김현정> 몇 년이나 근무하셨어요?

    ◆ 불산 취급 노동자> 지금 18년 조금 넘었습니다.

    ◇ 김현정> 우선 이 불산이라는 게 얼마나 위험한 물질입니까? 사실은 실생활에서 우리가 만나보지 못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지금 유출사고가 났다고 해도 이게 얼마나 위험한 건지 피부로 잘 안 와 닿거든요.

    ◆ 불산 취급 노동자> 이게 일반적으로 보면 물처럼 색깔이 없거든요. 색깔이 없는 대신 화학약품이다 보니까 냄새를 맡게 되면 숨이 탁 막힙니다.

    ◇ 김현정> 냄새를 탁 맡는 순간?

    ◆ 불산 취급 노동자> 네. 암모니아 같은 경우도 마시게 되면 숨이 탁 막히잖아요. 그런데 그거보다 더 심하거든요.

    ◇ 김현정> 암모니아보다 더 독한 냄새?

    ◆ 불산 취급 노동자> 네. 그리고 피부에 접촉하게 되면 피부 속으로 파고들거든요. 파고들면서 안에 있는 뼈를 삭히는 걸 하고.

    ◇ 김현정> 살뿐만 아니라 뼈까지 녹입니까?

    ◆ 불산 취급 노동자> 네, 그렇죠. 처음에 외관상으로 봤을 때는 모르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따끔따끔하다 해서 보면 벌써 그게 뼛속으로 침투해 있는 상태거든요.

    ◇ 김현정> 그런 사고를 당하신 적이 있으세요?

    ◆ 불산 취급 노동자> 네, 전에 한 번 손에 묻었어요. 처음엔 묻은 줄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까 탈색이 되더라고요, 흰색으로. 도저히 아파 견딜 수가 없어서 병원에 가니까 벌써 이게 손톱 밑으로 파고 들어가지고, 손톱을 빼고 치료를 해야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치료를 했었거든요.

    ◇ 김현정> 언제 손에 묻었는지도 모르게 묻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손톱을 빼야 되는 지경까지?

    ◆ 불산 취급 노동자>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러면 여기서 궁금한 것이 보호 장구. 그러니까 마스크도 하고, 방제복도 입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손에 그 약품이 묻을 수가 있나요?

    ◆ 불산 취급 노동자> 일반적으로 현장에서는 방제복이라고 하는 건 안 입고, 그냥 방진복이라고 해서. 왜 우주복처럼 눈만 내놓고 전체적으로 입는 거 있죠? 그런데 그거는 약품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입는 게 아니고, 먼지를 안 일으키기 위해서 입는 옷이거든요.

    ◇ 김현정> 먼지로부터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서 입는 옷, 방진복.

    ◆ 불산 취급 노동자> 네. 그 옷을 입고하는데요. 일반적인 물 묻었을 때 스며들잖아요. 그 방진복도 약품이 묻었을 때 똑같이 스며듭니다. 좀 차이가 있다면 그 방진복에 있는 검은색 실선으로 조금 표시가 돼 있는데, 거기에 약품이 묻으면 색깔이 새까맣게 표시 나거든요. 그걸 보고 약품이 묻었다, 안 묻었다 판단을 할 수가 있는데요. 실질적으로 약품사고에 대해서 확인은 힘든 것이거든요.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왜 방진복을 입습니까? 방제복, 그러니까 약품이 뚫지 못하는 옷을 입으면 되잖아요.

    ◆ 불산 취급 노동자> 저도 기사에서 방제복이라는 거를 처음 들어봤는데. 실질적으로 저희들 회사에서는 그 방제복이라는 게 없습니다, 방진복만 입지.

    ◇ 김현정> 혹시 비싸서 그런가요? 이유가 있을 텐데요.

    ◆ 불산 취급 노동자> 저희들은 방제복이라는 건 없고, 방진복만 입습니다. 사실 약품을 사용할 때는 방진복에다가 앞치마, 그 다음에 내산장갑.

    ◇ 김현정> 내산장갑은 뭡니까?

    ◆ 불산 취급 노동자> 고무장갑처럼 생긴 건데요. 약품에 담갔을 때 손을 보호할 수 있는 장갑이거든요.

    ◇ 김현정> 내산장갑은 산을 막는 장갑인가 봐요.

    ◆ 불산 취급 노동자> 네, 그 다음에 보안경하고 보안면하고 이런 걸 착용하고 약품을 만지게 돼 있거든요. 그런데 사용하다 보면 노후가 된 게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착용하다가 이 노후가 얼마만큼 됐는지. 예를 들어 조그마한 구멍 속으로 약품이 들어갔을 때는 자기도 모르잖아요. 구멍이 났는지, 안 났는지도. 그런 식으로 해서 사고가 좀 많이 발생하거든요. 주위 동료 중의 한 사람도 약품 방울이 눈에 튀어서 눈동자 흰색 부위가 좀 이상하게.. 색깔이 노란색 비슷하게 변하신 분이 있고요.

    ◇ 김현정> 그런데 보호안경을 끼고 한다고 그러셨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눈에 튑니까?

    ◆ 불산 취급 노동자> 저희들 안전기준으로는 원래 그걸 착용하게 돼 있는데요. 바쁘고 귀찮고 안전불감증 이런 거 때문에 거의 착용을 안 하고 하는 부분이 거의 많거든요.

    ◇ 김현정> 혹시 지금 인터뷰하고 계시는 선생님의 공장이 유별나게 안전불감증에 빠진 건지, 다른 불산을 취급하는 공장들도 비슷한 건지, 저는 이것도 궁금하네요. 노동자들끼리는 교류가 있으실 텐데요?

    ◆ 불산 취급 노동자> 타 회사에서도 제품 생산하는 데 일단 주력이 돼야 되거든요. 물론 안전을 지키고 자기 몸 지키고 생산도 잘하고 그러면 다 좋겠지만, 생산납기일 맞춰서 하다 보면 보호구 착용을 좀 미흡하게 하는 경우가 많이 있죠.

    ◇ 김현정> 그러니까 매일매일 그 상황 속에서 똑같은 일을 하다 보면 좀 무감각해지는 면이 있을 수 있다. 사측이나 노동자나 마찬가지로요?

    ◆ 불산 취급 노동자> 네, 다른 일을 하다 보면 자기가 신경을 써서 하겠지만 만날 하는 일이 반복적인 일이다 보니까 한 번은 안 해도 되겠지, 두 번은 안 해도 되겠지, 이런 마음도 생기잖아요.

    ◇ 김현정> 게다가 효율성 찾다 보면 빨리 빨리 해야 되는데, 이것저것 다 챙겨입고선 일하는 게 거추장스럽다고 느낄 때도 있고요?

    ◆ 불산 취급 노동자> 그렇죠. 그런 걸 착용하고 했을 때, 예를 들어서 제품을 하나 더 그 시간에 생산할 수도 있고. 안전의식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말씀 듣다 보니까 눈을 실명한다든지 손톱이 빠진다든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는 이런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을 수도 있겠네요?

    ◆ 불산 취급 노동자> 그렇죠. 예를 들어서 사망사고나 이런 거는 대외적으로 발표가 돼서 나오는 거지만 솔직히 간단하게 병원에 다니면서 치료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감추는 부분이 많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불산을 취급하는 우리 노동현장의 현실이 어떤가 먼저 짚어봤는데요. 좀 놀라울 정도로 무방비 상태가 아닌가. 허술하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어서 전문가의 얘기 한번 들어보죠.시민환경연구소의 김정수 부소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삼성

     

    ◇ 김현정> 불산을 취급하는 공장에서 지금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 증언을 들으셨는데, 어떠세요?

    ◆ 김정수> 너무나 안전불감증이 일상화돼 있는 현실을 잘 설명해 주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좀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방제복이라는 얘기는 생전 처음 들어봤다, 그런 말씀까지 하셨단 말이에요.

    ◆ 김정수> 불산 같은 경우에 눈이나 피부, 호흡기 등 신체 거의 모든 부위에 노출이 되기 때문에, 실제로 산소 같은 경우에는 별도의 산소통으로 연결해서 공급을 해야 됩니다. 그런데 이제 산소를 주변에서 공급한다는 것은 결국 호흡기를 통해서 불산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요. 또 방독면을 착용해도 그게 안전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과연 이렇게 허술한 곳이 여기 하나뿐일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알고 계세요?

    ◆ 김정수> 지금 보면 우리나라 화학공장 대부분 1960년대에서 70년대에 지어져서 시설도 노후화돼 있고. 또 그 가운데 70~80%는 영세업체입니다. 영세업체들은 주거지역에 인접해 있어서 사고가 발생하면 재난으로 될 가능성도 크고요.

    ◇ 김현정> 전체적으로 불산공장이 몇 개나 있는지 수는 파악이 됩니까?

    ◆ 김정수> 전체적으로는 경기가 131곳, 서울 88곳 등 전국적으로 보면 545곳이 있고요. 영세사업자까지 합하면 그 수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많이 있습니다.

    ◇ 김현정> 신고가 된 곳만 545곳이지만 영세한 사업장은 도대체 그 수가 파악도 안 될 정도로 많다?

    ◆ 김정수> 네. 거기에다가 불산취급업종이 허가제가 아니라 등록제여서 입주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고. 또 주거지에서 얼마나 떨어져야 한다는 규정도 없어서 상당한 문제로 지적이 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최근에 이슈가 된 사고들이 워낙 커서 그렇지, 이것 말고도 빈번하게 벌어지지 않았을까 저희가 의심을 하던 차에, 오늘 아침 한 신문보도를 보니까 ‘삼성의 같은 공장에서 2010년에도 불산사고가 있었다’ 이런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건 어떻게 된 건가요?

    ◆ 김정수> 이게 지금 지난번 상주의 웅진폴리실리콘 같은 경우에도 3년 전에 그런 사고가 있었고. 구미 휴브글로벌 같은 경우에도 3년 전에 규모는 작지만 그런 사고가 있었고. 삼성도 2010년에 불산누출사고가 있었고. 그때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죠. 만약에 논문에서 발표하지 않았다면 전혀.. 그런 사실 자체가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죠.

    ◇ 김현정> 이번 건 같은 경우에는 어떤 대학교에서 연구논문을 쓰면서 그 당시 이야기 쓴 것을 기자가 발견한 거죠?

    ◆ 김정수> 그렇죠.

    ◇ 김현정>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모르고, 또 묻어서 그냥 지나갈 뻔 했네요?

    ◆ 김정수> 그렇습니다. 이게 영세사업체뿐만 아니라 청주 같은 경우에도 삼성협력업체였고, 이번에 화성삼성반도체 본사공장까지 연속적으로 불산누출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불산에 대한 위험인식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요. 또 큰 문제는 회사 측의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문제를 보기보다는 노동자의 개인적인 문제로 책임을 전가시키는 게 문제해결을 지연시키는 큰 요인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김현정> 이번 삼성사건 같은 경우에 초기부터 현장을 여러 번 왔다 갔다 하셨죠?

    ◆ 김정수> 네.

    ◇ 김현정> 사건을 지금 계속 살펴보고 조사를 같이 하고 계시는데. 경찰수사가 지금 한창 진행중입니다만, 반드시 풀어야 하는 미스터리. 이 부분은 확실하게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 김정수> 굉장히 여러 개가 있는데요. 그 중에 하나가 현재 사고 당시에 CCTV가 공개 되지 않고 있어서 지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요.

    ◇ 김현정> 지금 그럼 보도가 되는 것은 경찰만 보고 전달을 하는 건가요?

    ◆ 김정수> 네, 아직 공개가 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 다음에 작업장의 실내온도가 23도라고 하는데 불산 같은 경우에는 끓는 점 온도가 19.5도예요. 그래서 액체에서 기체로 변하는 온도가 19.5도이기 때문에 23도면 기체로 노출된 상태가 큰데요. 여기에 대해서 안전대책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이러한 부분도 설명이 없고요. 누출양이 2~3리터라고 삼성측은 밝히고 있는데요.

    ◇ 김현정> 2~3리터다. 그래서 경미하니까 당장 그걸 고치지 않고 밤 11시까지 뒀던 거다, 이런 얘기죠?

    ◆ 김정수> 네. 그리고 경찰 추산은 10리터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큰지. 이게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 2~3리터 정도라면 그 정도의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부분이 실제 저는 납득이 되지 않고요.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작업장 내 불산누출농도가 0.5PPM인데, 과연 배관 조치할 때 불산농도는 어느 정도로 있었는지, 측정을 했는지. 했다면 또 결과는 얼마인지. 이러한 것들이 지금 전혀 공개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BestNocut_R]

    ◇ 김현정> 거기서 CCTV 공개 같은 경우에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이걸 왜 외부에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까? CCTV를 공개하면 양이 얼마나 됐는지 이런 것들이 다 가늠 가능하지 않나요?

    ◆ 김정수> 대략적인 상황은 이해가 가능한데요. 그러니까 구미 휴브글로벌 같은 경우에는 CCTV가 공유 되면서 어떤 상황에서 일이 생겼구나 바로 알 수 있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지금 알 수 없는 상황이고. 또 삼성은 왜 라인을 멈추지 않고 배관교체공사를 하게 한 건지, 이러한 것들이 상당히 문제라고 지적될 수 있고요.

    ◇ 김현정> 투명한 수사가 진행이 돼야겠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부소장님,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겠습니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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