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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의 '생색'…간담회 한다더니 과자만 줘



정치 일반

    인수위의 '생색'…간담회 한다더니 과자만 줘

    간담회라고 해놓고 다과 먹는 '환담회'…"국정철학 상세한 설명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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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위원회 출입기자들이 집단 '멘붕' 상태에 빠졌다. '철통보안', '밀실행정'을 이어가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번에는 '환담회'라는 황당한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당혹스러운 '다(多) 대 다(多)' 환경에 기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18일 오후 1시 55분경. 인수위 출입 130여개 언론사 기자 130여명은 가슴팍에 명패를 달고 줄줄이 인수위 별관으로 이동했다.

    이는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지난 14일, "인수위에서 출입기자들과 함께 간담회를 갖고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 철학과 활동방향에 대해 충실하게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것이었다. "불통, 철통보안 인수위가 웬일이냐"는 기대도 나왔다.

    하지만 정작 한 언론사 당 한 명씩만 참석할 수 있었던 자격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시작 후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별관 2층에 자리한 회의실 테이블 위에는 떡, 과자 등 간식거리가 차려져 있었다.

    흡사 지난 대선 기간 선대위의 수백여명에 달하는 선대위원들에 대한 임명식 같은 분위기가 흘렀다. 임종훈 행정실장이 "위원장 및 인수위원과 사진촬영을 원하는 언론인은 촬영해도 된다"고 했을 때는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 위원장은 단 한 장의 종이 문서를 읽어내려가면서 취재의 고충을 위로한 뒤, "새 정부의 정책을 결정하는 기관이 아니라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등 대통령 당선인이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을 원활히 인수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언을 이어간 진영 부위원장 역시 17년 정치 여정의 소회와 함께 "조용한 인수위"만 거듭 강조했다. '당선인의 국정철학이나 활동방향'에 대한 충실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취재진들은 하나 둘 받아 쳐내려가던 노트북과 수첩을 덮었다. 윤 대변인이 밝힌 '간담회' 계획이 '환담회'로 바뀐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곳곳에서 "뭘 보고해야 하냐"는 말이 나왔다.

    임 행정실장이 제공한 "다과도 먹고 주변 분들과 인사 나누는" 시간은 무엇이라도 건져가야 하는 기자들의 취재시간으로 바뀌었다. 전화조차 제대로 받지 않는 인수위원들과 만난 기자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곧 "중요한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기자들을) 왜 불렀는지 모르겠다", "환담회라더니 환장하겠다"는 등의 원성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여기에 기자들에게 혼란과 혼선을 빚게 해 "골탕먹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인수위원들은 대체로 '4대강 부실공사'나 의혹에 휩싸인 '최대석 인수위원 사퇴' 등 현안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안종범 고용복지분과위 인수위원 정도가 "역대 인수위와 현 인수위는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낄 것"이라며 "(현재 인수위에서 하는 정책간담회 등 모든 활동은) 공약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진영 부위원장도 "안이 만들어지면 야당에 설명하고 공식 예비당정 등을 해서 (새누리당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언론 보도 사실 관계 확인마저 불가능했다. 홍기택 경제1분과위 위원만 해도 산업은행 민영화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모르겠다"고 일관해 빈축을 샀다. 뻔한 이야기도 줄을 이었다. 이혜진 법질서사회분과위 간사는 검경 관련 간담회에 대해 "우리는 아직 발표한 게 없다"고만 했다. [BestNocut_R]

    30여분간의 좌충우돌 취재가 끝난 뒤, 기자들은 십시일반(十匙一飯) 없이는 취재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때는 이미 서로의 취재내용을 공유해야 할 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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