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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들의 결별…동교동계가 쓴 배반의 역사



정치 일반

    분신들의 결별…동교동계가 쓴 배반의 역사

    DJ 동교동계, 결국 핵분열…영화 ''친구''의 결별 장면 떠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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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성심'''' ''''동지애'''' 등의 수식어가 꼭 따라다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가 핵분열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DJ의 ''''동교동계''''는 야당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집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그를 보좌했던 측근들로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함께 한국 정치의 양대 산맥을 이뤄왔다.

    최근 동교동계의 핵심인 한화갑 전 대표가 돌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떠나버리는 ''''사건''''이 있었다.

    앞서 한광옥, 김경재 씨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박 후보 쪽의 러브콜에 화답하며 일찌감치 넘어갔지만 한 전 대표의 결별선언은 성격이나 비중에서 많이 달랐다.

    한 전 대표의 결별은 동교동계의 핵분열에 쐐기를 박는 결정타가 됐다.

    동교동계는 권노갑 전 의원과 한 전 대표 두 사람, 이른바 ''''양갑''''으로 불리는 쌍두마차가 끌어 왔는데 그중 한축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것이다.

    ''''양갑'''' 그들은 DJ 분신 그 자체였다.

    권 전의원은 ''''DJ가 살아 계셨으면 얼마나 마음 아파했겠느냐''''며 비통한 소회의 일단을 밝히는 것조차도 DJ와 연관지을 정도다.

    ◈김옥두 전의원, 공개성 편지 ''''悲歌'''' 를 보내며◈

    동교동계의 두 핵심거물 ''''양갑''''과 비견돼 3인방으로 분류되는 김옥두 전의원이 있다.

    그 역시 ''''충성''''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DJ의 그림자로 혹자는 세 명을 통틀어 영문 이니셜을 따서 ''''KKK''라고 할 정도였다.

    5일 김 전의원이 애달픈 감정을 절절히 담아 ''''동지이자 친구 (한)화갑이, 도대체 어디갔나''''라는 제목으로 언론사들에 공개편지를 띄웠다.

    편지 서두에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로 끝나는 조용필의 ''''친구여'''' 노래가사를 인용해 마치 자신의 비감한 심정을 슬픈 노래로 읊조리는 듯 했다.

    편지는 지난 50년 가까이 민주화 운동을 해가며 사선을 넘는 동지로 살아오면서 겪은 아픔과 서러움, 애환 등을 ''''뜨거운 우정''''과 함께 녹여낸 것이었다.

    특히 말미에 ''''권노갑 형님과 함께 죽어서도 DJ곁에 가서 영원토록 모시겠다''''는 말은 ''''평생동지의 비정한 배반''''에 대해 애써 ''''결기''''를 눌러가며 비장한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편지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진한 우정''''과 ''''끝내 결별''''로만 본다면 마치 영화 ''''친구''''의 장면이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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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갑, 장형과 넘버3의 결별은 예고된 장면?◈

    동교동계에서 권 전의원은 늘 ''''장형''''으로 한 전 대표는 ''''넘버3''''로 통했다.

    처음 동교동에서 일을 시작한 시점(권 63년,김옥두 65년,한 67년)도 그랬고 DJ의 가장 옆자리에는 늘 ''''권''''이 있었고 ''''한''''은 스스로 늘 말석을 지켰다.

    라이벌로 비치기도 했지만 직책에서 소외되는 쪽은 거의 ''''한'''' 쪽이었다.

    ''''권''''은 ''''한화갑이 당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입지만 살핀다''''며 ''''한''''의 정치적 야심에 대해 내심 불만을 갖고 있었지만 정면으로 부딪히는 ''''전면전''''은 없었다.

    이번에도 한의 결별은 동교동계가 싫어서 떠난 게 아니라 친노(친노무현)세력이 있는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반대진영인 박 후보쪽으로 가게 된 결과이다.

    한은 박 후보 캠프로 넘어가면서 ''''친노는 적개심으로 약자를 말살하는 정치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까지 했다.

    권은 ''''친노 세력에 불만이 있더라도 그러면 안 된다. 노무현 정권 시절 구속돼 4년형을 살았던 나라고 불만이 없겠느냐''''며 ''''그런 나도 추호의 섭섭함과 불만 없이 DJ의 뜻을 잇고자 호남 지역을 다니며 문재인 대선 후보 당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측근정치, 계파정치, 좌장정치 막 내려◈

    DJ에게 양갑이 있었다면 YS의 상도동계에는 최형우,고 김동영 전 장관의 ''''좌동영, 우형우''''가 있었다.

    하지만 색깔이나 충성도, 결속력 등에서 차이가 나지만 굳이 막상막하를 따진다면 동교동계가 ''''막상''''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된다.

    ''''측근정치'''' ''''계파정치'''' ''''좌장정치''''로 대변되는 한국 정치사에 이미 사분오열된 ''''상도동계''''에 이어 ''''동교동계''''도 끝내 종언을 고하는 모습이다.[BestNocut_R]

    한국 정치사에 변절과 배반으로 얼룩진 순간들이 적지 않지만 ''''동교동계''''의 분열도 결국은 ''''배반의 역사''''로 막을 내리는 모습이다.

    DJ 별세이후 가장 슬픈 시간을 맞고 있는 동교동계 식구들에게 애증의 지난 세월을 곱씹는2012년 겨울은 몹시 추울 듯 하다.

    <자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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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옥두가 한화갑에게 보내는 편지
    나의 동지이자 친구인 화갑이,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몸과 마음이 움츠려드는 한 겨울이네만, 이렇게 내 마음이 추운 겨울은 처음이네. 얼마 전 자네가 우리와는 다른 길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 문득 어디선가 들은 어느 유명 가수의 노랫말이 떠올랐네.''''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그 모습은 어디 갔나 그리운 친구여 옛일 생각이 날 때 마다 우리 잃어버린 정 찾아 친구여 꿈속에서 만날 까 조용히 눈을 감네.''''

    친구 화갑이, 우리는 그 동안의 세월을 정말 꿈인 듯 생시인 듯, 죽은 듯 사는 듯, 먹는 듯 마는 듯 그렇게 함께 살아왔네. 도저히 인간으로서는 견뎌 내기 어려운 온갖 고통을 이겨내고 함께 견뎌 오지 않았는가?

    그 추억이 이렇게 생생한데 도대체 자네는 나를 두고 어디로 간단 말인가?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지울 수 없는 자네와의 옛일에 대한 생생한 기억을 이젠 정녕 꿈속에서만 만나보아야 하는가?

    우린 1965년 박정희 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에 동교동에 들어와 대통령께서 돌아가실 때 까지 45년을 한 솥밥을 먹어왔네. 박정희 전두환 정권 하에서 대통령님에 대한 온갖 고문과 연금, 납치, 투옥과 감시, 용공조작에 맞서 함께 온 몸으로 싸워왔네.

    친구, 5·18 당시를 기억하는가? 5·18이 발발하고 우리는 중앙정보부 지하실로 끌려가 두 달 동안 잡혀 있었네. 자네는 내 옆방에서 저러다 옥두가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고 염려했었지. ''''김대중은 빨갱이다'''' 라고만 써주면 돈과 권력을 보장하겠다던 회유도 거부하고 우린 참 많이도 맞고 고문당했네. 그 후유증으로 자네는 지금도 허리가 아프고 나도 얼마 전에 다리 수술까지 했네. 지금도 그 때의 고통을 잊지 못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을 지켜낸 것을 평생의 자부심으로 삼지 않았는가?

    대전교도소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지. 자네와 내가 내란음모사건으로 수감되어 있을 때네. 꽁보리밥에 돼지고기 한 점 씩을 앞에 놓고 마주 앉아 식사 기도를 했지. 그런데 기도를 하고 나서 보니까 자네 앞에 있던 밥과 고기가 감쪽같이 없어졌었네. 그래서 내가 ''''자네는 기도하는 중에 다 먹어 버렸는가?'''' 하고 물었었지. 그 때 자네는 웃으면서 등 뒤에 감춰놓았던 밥과 고기를 내밀면서 ''''자네가 기도하는 중에 내 것 까지 싹 먹어 버릴까봐 감춰놓았지'''' 라고 해서 모두가 한 바탕 웃었었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우리가 옛날 얘기를 할 때면 늘 빠지지 않는 추억거리 아니었던가.

    자네와 나는 그렇게 살아왔네. 꽁보리밥과 고기뿐만 아니라 피와 눈물을 함께 나누면서 모진 고난의 세월을 이겨오지 않았는가? 그런 자네가 왜 이번에는 내 눈에서 또 피눈물을 나오게 하는가? 관포지교(管鮑之交)에 비기지는 못할 지라도 우리는 지난 50여년을 친구이자 민주화 운동 동지로 평생을 같이 해 오지 않았는가?

    살아생전 대통령님 말씀대로 우리가 무엇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같이 해왔네. 아무런 꿈과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조차도 우리는 대통령님을 모실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행복해 했네. 집 살림은 모두 안사람들이 떠맡았고, 우리는 버스 토큰이 없어서 걸어 다니곤 했었지. 그 땐 국회의원은 꿈도 꾸지 못했었네.

    대통령 돌아가신 뒤에도 우리는 변함없이 이희호 사모님, 권노갑 형님 모시고 노제를 치르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현충원을 찾아 참배하지 않았던가? 당에 대해서 서운한 점이 많은 것도 모르는 바는 아니네만, 그렇다고 자네가 평생 쌓아 온 모든 것을 저버리고 그렇게 갈 수가 있는가? 자네는 민주당 대표까지 하지 않았는가? 한 때 ''''리틀 DJ''''로 까지 불리던 자네가 이제 와서 이럴 수가 있는가?

    마지막 연설이 되었던 2009년 6·15 선언 9주년 기념식에서 민주주의의 역행, 중산층과 서민 경제 파탄, 남북관계 실패 등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질타하던 대통령의 모습을 잊었는가? 민주당을 중심으로 뭉쳐 행동하는 양심으로 정권교체를 이루라는 대통령님의 유언도 벌써 잊었단 말인가?

    현충원에 계신 대통령께서 얼마나 통곡하시겠는가? 구순을 넘기신 사모님은 또 얼마나 기운이 빠지시겠는가? 광주 5·18 묘역의 민주영령들은 또 얼마나 통탄하겠는가? 동고동락했던 민주화 동지들의 가슴은 또 얼마나 미어지겠는가?

    며칠 전 대구에서 만난 한 노(老) 선배는 1971년부터 이 황무지 같은 대구에서 지금까지 야당 생활하면서도 의리를 지켜왔다면서 ''''한화갑이 박근혜 한테 간다니 정말 가슴이 아프다''''는 말씀을 듣고 얼마나 착잡했는지 모르네.

    내 친구 화갑이, 칠십을 넘긴 우리가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자네가 인생 황혼기에 무엇을 더 이루기를 바라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가 평생 쌓아온 명예보다 더 소중하겠는가?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네가 동교동을 버리고 다른 사람도 아닌 박근혜 후보에게 갔다는 사실이 조금도 믿기질 않네. 자네는 얼마 전 나에게 하늘이 두 쪽 나도 박근혜 후보에게는 안가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는가?

    피멍이 지도록 생살을 꼬집어도 믿기 어렵네. 몸과 마음이 사시나무 떨 듯 떨려 차마 생각조차 하기 싫네. 밤잠을 설쳐 벌겋게 충혈이 된 아침에도 자네가 동교동을 떠나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네!

    친구, 이러면 안 되지 않는가? 나중에 우리가 저 세상에서 무슨 낯으로 대통령님을 뵙겠는가? 자네 친구도 동지도 모두 여기에 있네. 그 쪽에는 자네의 친구도 동지도 아무도 없는 데 왜 그리 갔는가? 그렇게 목숨을 걸고 모진 고생을 하면서도 소중하게 지켜왔던 우리의 명예와 자존심이 기껏 박근혜 후보한테 가기 위한 것에 불과했단 말인가?

    정녕 발길을 돌릴 수 없다면, 최소한 언제 어디서든 부디 더 이상 우리 대통령님을 거론하지는 말아 주게. 그게 대통령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아니겠는가?

    권노갑 형님과 나는 죽어서도 대통령님 곁에 가서 영원토록 모시겠네. 안타깝게도 우리 곁에 자네 자리가 이제 없을 것 같아 허전하고 슬프기만 하네.

    부디, 우리가 함께 살아 온 고난의 세월, 그러나 아름답고 소중했던 시간들을 다시 한 번 깊이 반추해 주길 바라네. 잘 있게......

    2012. 12. 5 자네의 오랜 벗이자 동지인 김옥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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