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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좋지만…" 골병 든 조리사의 한숨



사회 일반

    "무상급식 좋지만…" 골병 든 조리사의 한숨

    친환경 식자재 세척시간 늘어나…노동강도는 몇배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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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역 일선 초등학교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이 확대됨에 따라 식단을 책임지는 조리사들의 노동강도가 대폭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부산시 교육청은 인력 충원은 커녕 실태파악조차 못하고 있어, 안정적인 무상급식의 시행을 위한 조리사들의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벌레 발견될까 찬 물에 여러번…손은 동상걸릴 지경

    중구의 한 초등학교 급식 조리원 최낙숙(49)씨는 올해부터 1~3학년 친환경 무상급식이 시작되면서 단 1분도 앉아 쉴 틈이 없다.

    무상급식 시행 이후 흙무, 흙당근 등 친환경 농식품 비중이 늘어나면서 식재료의 세척시간과 횟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 씨는 "반찬 가지수도 기존 3찬에서 4찬으로 늘어난데다 반제품 사용이 금지되고 전면 수제반찬으로 바뀌면서, 그야말로 노동강도가 몇 배는 더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했다.

    동구의 또 다른 초등학교 급식 조리사 김연화(가명.48) 씨는 "농약을 적게 사용한 유기농 식품에 벌레가 발견될까봐 차디찬 물에 채소를 하나하나 여러번 씻다보면, 펄펄 끓는 물을 쏟아부어도 모를정도로 손이 무감각해지다"고 말했다.

    또 "급식비를 제대로 낼 수 없었던 저소득층 아이들이 눈치보지 않고 밥을 먹게 돼 정말 기쁘지만 일이 너무 많아 과로로 쓰러지지 않을까 겁난다"며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일이 많아졌지만, 인력충원은 전혀 없어 날이 갈수록 쌓이는 피로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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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부산지역 조리종사원 노동강도는 무상급식 이후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비정규직 노조 부산지부 자료에 따르면 부산시 급식 조리종사원 1명이 준비하는 음식은 214인분으로 타 지역인 제주 70인분, 대구 130인분, 울산 140인분 보다 월등히 높다.

    게다가 타 시도는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늘어난 업무량을 줄이려는 노력들을 펼치고 있지만, 부산지역 조리사들의 근무환경을 관리·감독해야 할 부산시교육청은 실태파악조차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 교육청 담당자는 "친환경 식자재 사용으로 업무량이 증가했다는 것은 조리사들의 억측"이라며 "타 시도에서도 무상급식 시행으로 노동강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시 교육청의 해명과 달리 서울시는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업무량이 증가함에 따라 지난해 200인분에서 194인분으로 낮췄고, 앞으로도 185인분으로 줄일 예정이다.

    관계기관마져 파악못한 조리종사원들의 살인적인 노동강도. 부산 시민사회단체는 전국 최악의 근무환경은 결국 급식의 질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BestNocut_R]

    학교비정규직 노조 김희정 부산지부장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노동강도에 조리종사원들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을 처리해낸다"며 "전국 최고수준의 노동강도에 최저임금을 받는 부산지역 급식 종사자들의 열악한 환경이 지속된다면 급식의 질저하로 이이질 건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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