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광대나물'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월-금>
광대나물
국어사전에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불필요한 식물이라고 잡초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불필요라 함은 사람들에게 이익이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경작지에서 농작물과 함께 자라는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필요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잡초로 취급받는 식물도 많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봄을 알리는 광대나물입니다. 그런데 광대나물은 봄꽃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그것은 아마 잡초처럼 집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광대나물은 꿀풀과 두해살이풀로 전국 어디에서나 자랍니다. 대부분 홍자색의 꽃을 피우지만 간간이 분홍색이나 흰색의 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아직은 추위를 느낄 수 있는 이른 봄이어서 그런지 네모난 줄기를 땅바닥에 바싹 붙여서 자라다 꽃을 피울 때가 되면 몸을 서서히 일으킵니다. 그리고 줄기 위쪽의 반원형의 두툼한 잎도 잎자루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추위를 잘 견딜 수 있도록 설계 되어 있는 듯합니다. 3월이 되면 잎겨드랑이에서 여러 송이의 꽃이 피는데 토끼가 목을 길게 빼고 귀를 쫑긋 세워 봄의 소리를 듣고 있는 모습입니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엄청난 개체수로 밭이나 길가를 점령 해버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애를 먹기도 합니다.
광대나물이 많은 개체수를 자랑하는 데는 꽃가루받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곤충을 이용하기도 하고 폐쇄화를 만들어 자기꽃가루받이를 하기도 하기 때문에 열매를 맺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고 합니다. 꽃은 꽃잎이 하나인 통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입술모양의 아래 꽃잎에는 곤충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빨간 무늬를 만들었고 위 꽃잎 아래쪽에는 수술과 함께 꿀이 있는 안쪽으로 붉은 선을 그려 놓았습니다. 곤충은 광대나물의 독특한 향과 아래 꽃잎의 무늬에 이끌려 갔다가 꿀을 얻기 위해 선을 따라 깊숙이 파고들면서 자연스럽게 꽃가루를 몸에 묻히게 되고 다른 꽃으로 가서 꽃가루받이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광대나물은 일년 내내 꽃을 피우는데 꽃가루받이를 곤충에만 의지 하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찜찜했던지 폐쇄화를 만들어 자기꽃가루받이를 하기도 합니다. 폐쇄화는 환경이 좋지 않은 곳이나 곤충의 활동이 뜸한 시기인 가을철에 많이 관찰됩니다. 꽃가루받이가 끝나고 열매가 익으면 개미가 광대나물을 찾습니다. 광대나물 씨앗에는 Elaiosome이라는 향기가 나는 영양물질이 있는데 개미가 이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향기에 이끌린 개미가 씨앗을 물고 옮기는 도중에 여러 곳으로 떨어뜨리게 됩니다. 그 곳에서 광대나물은 다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광대나물1
광대나물이라는 이름은 꽃이 핀 모습이 전체적으로 광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꽃은 화장을 한 광대의 얼굴을 닮았고 꽃 아래를 감싼 잎은 목둘레에 레이스가 달려있는 광대의 윗옷을 연상케 합니다. 또 잎의 모양이 코딱지같이 생겼다 하여 코딱지나물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평범하고 서민적인 이름에서 한층 더 친근함이 묻어납니다. 학명 Lamium amplexicaule의 속명 Lamium은 '목구멍'이라는 뜻으로 꿀풀과 식물의 긴 통꽃잎에서 유래했고 종소명 amplexicaule는 '줄기를 감싸는'이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꽃과 잎의 모양을 보면 왜 학명을 그렇게 썼는지 이해가 됩니다.
광대나물이라는 이름에 '나물'이 붙은 것을 보면 예전부터 봄나물로 인기가 많았던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꿀풀과 식물의 독특한 향기가 더해졌으니 입맛을 돋우기는 그만이었던 듯합니다. 광대나물이 나물로 인기가 있었던 것처럼 민간에서는 종종 약재로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여름철 전초를 뜯어다가 말려서 달여 마시면 뼈에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지혈효과가 있어 코피를 막는 데에도 사용했고 근육통, 타박상, 혈액순환에도 이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꽃에는 꿀이 많아 밀원식물로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잡초로 취급받으면서도 나름대로의 지혜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광대나물은 많은 것을 시사해줍니다. 몸을 납작 엎드림으로써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겨울철 추위를 이겨내는 모습에서부터 필요 없는 꽃은 피우지 않음으로써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모습 그리고 개미들과 서로 도우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모습까지 모두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생각해야할 대목인 듯합니다. 며칠 기온이 많이 떨어져 겨울이 가까이 있음이 느껴집니다. 대부분의 꽃들이 자취를 감춘 시기에 피어있는 광대나물이 봄을 더욱 기다리게 합니다. 그래서인지 봄소식을 전하는 광대나물의 꽃말이 '그리운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