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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수명 종료 4일 앞 월성 1호기 운명은?



포항

    설계수명 종료 4일 앞 월성 1호기 운명은?

    원자력안전위, 가동정지 뒤 수명연장 심사 발표

    월성1호기 발전기 수리 모습

     

    월성원전 1호기의 설계수명 종료가 4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수명연장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환경단체 등의 폐쇄요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수명연장에 대한 최종결론은 다음 정권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중수로형 원전 월성1호기

    월성1호기는 우리나라의 2번째 원전이면서 한국 최초의 중수로형 원전이다. 지난 1982년 11월 21일 가동을 시작해 오는 20일로 30년의 운영허가기간이 끝난다.

    한수원은 앞으로 10년 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2009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운영허가를 신청했고 현재 안전성 평가를 받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2005년부터 '월성1호기 새발전소만들기' 운동을 벌여 핵심시설인 압력관을 비롯해 9천여 건의 설비개선 작업을 마치고 이전보다 더욱 안전한 원전으로 거듭났다고 밝혔다. 소요된 예산만 7천억 원에 달한다.

    한편, 중수로원전은 천연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고 원전의 냉각재와 감속재로 중수를 쓴다. 중수는 중수소와 산소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물로 보통의 물보다 무겁고 끓는점도 높다. 반면 경수로는 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쓰고 경수 즉 일반적인 물을 냉각제 등으로 사용한다.

    중수로는 경수로에 비해 구조가 비교적 간단해 건설비가 적게 들고 천연 우라늄을 연료로 쓰기 때문에 연료비도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국감 등에서 월성1호기 안정성 우려 쏟아져

    최근 열린 국감에서는 월성1호기의 비상노심 냉각계통 열교환기 이중화와 수소감지기 설치, 경제성 부족 문제 등이 불거졌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월성1호기가 비상시 원자로 내부의 열을 식혀주는 냉각계통 열교환기가 1대 밖에 설치되지 않았지만 설계 상 추가 설치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자로 안에 설치하는 수소감시기도 빨라야 내년 9월쯤 설치할 수 있다며 원전의 안전을 위해 수명연장 결정을 미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월성1호기를 수명연장하면 전력판매금액은 2조 천억 원이지만 운영비는 2조 5천790억 원으로 4천 790억 원의 손해가 발생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수원, 월성1호기 안전성 문제없다

    한수원은 비상노심 냉각계통 열교환기의 핵심은 열교환기의 개수가 아니라 냉각설비 용량과 설비의 신뢰성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월성1호기의 경우 최악의 사고가 났을 때 발생하는 열은 26MW인 반면, 냉각용량은 41.5MW라고 밝혔다. 만약 사고가 나도 상당한 여유가 있는 냉각설비용량이라는 주장이다. 또 자동화 등 설비개선을 통해 만약의 사태에도 즉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제거와 관련해서도 월성1호기는 전기가 없어도 자동으로 수소를 제거하는 설비(파동형수소제거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소제거설비는 발생한 수소를 촉매가 반응해 제거하는 설비로 안전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내년까지 수소감지기도 설치할 예정이다.

    경제성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중수로형인 월성1호기의 전력판매 단가는 44원 정도로 경수로형의 39원에 비해 비싸지만 석탄의 67원, 가스의 187원에 비해 월등히 경제적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국가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월성1호기 터빈실 전경

     

    ◈고장률 세계 최저 수준 강조

    한수원은 월성1호기는 발전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39차례 자동정지 했다고 밝혔다. 운영 초창기라고 할 수 있는 1982년부터 1994년까지의 정지율은 연간 2.5회에 달했다.

    그러나 운영 숙련도가 높아지면서 1995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18년간 정지율은 0.5회로 원전 선진국인 프랑스의 지난해 호기 당 정지율 2.5회보다 훨씬 낮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올해는 3차례나 원전이 정지했지만 모두 안전성과 무관한 경미한 고장이었고 직원의 조작 실수로 인한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한국 중수로 원전의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이청구 월성원자력 본부장은 "원전 폐기 정책을 발표한 일본조차 최소 40년은 운영한 뒤 원전을 폐로하겠다고 밝혔다"며 "엔지니어의 양심을 걸고 월성1호기는 충분히 안전하다고 약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안전위, 가동정지 뒤 수명연장 심사 발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오는 20일 월성 1호기의 설계수명이 종료되면 가동을 정지한 뒤 수명연장을 위한 안전성 심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혀 월성 1호기의 잠정 가동 중단은 불가피해 보인다.

    안전성 심사를 맡고 있는 안전위 산하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한수원이 제출한 주기적 안전성, 주요기기 수명 등 모두 134개 항목을 심사하고 있다. 기술원은 그동안 4차례의 심사질의와 3차례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안전위는 수명 연장 신청이 접수된 지 34개월이 지났지만 서류 보완과 확인시험 등에 22개월이 소요된 만큼 안전기술원의 실질 심사 기간은 12개월이라고 설명했다. 계속 운전 심사의 법적 시한은 서류제출일로부터 18개월 이내다. 단 서류 보완 및 안전성 확인을 위해 시험 등에 소요되는 시간은 제외된다.

    안전위는 심사과정 중 비상노심냉각 계통의 다중성 확보 등 기술적 현안이 해결되지 않아 안전성 확인을 위한 추가 질의 등 계속운전 심사가 계속 진행될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설계수명 종료시점에 관계없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사한 뒤 지역주민 과 전문가 등에 공개할 방침이다.

    한편 월성 1호기는 지난 10월 29일 발전기 고정자 냉각수 계통의 비정상적 작동으로 발전이 멈춰선 후 발전기를 분해해 정비 중에 있다. 이에 원자로 가동도 정지된 상태다.

    ◈시민사회단체 폐쇄요구 거세질 듯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월성 1호기의 즉각적인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환경연은 월성1호기 폐쇄를 올해 하반기 중점사업 중 하나로 정하고 폐쇄 요구 결의대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상태다.

    이번주에도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집회와 세미나가 이어진다.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탈핵희망버스기획단은 오는 17일 월성원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성1호기의 영구폐쇄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어 포항, 경주환경운동연합과 경주시민포럼 등은 오는 19일 경주청소년수련관에서 학계와 정치권 인사 등을 초청해 '월성1호기 폐쇄 대안 찾기'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피해가 가장 먼저 발생하고 많이 발생한 것은 노후원전 순이었다"며 "원전은 수백만개의 부품과 구조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가동되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부품을 새것으로 교환한다 해도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월성1호기를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원, 잊고 싶은 2012년

    한수원에게 2012년은 잊고 싶은 한해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올 초부터 뇌물수수 사건이 터지며 한수원 간부 수십 명이 구속되거나 입건됐고, 원전은 잇따라 고장이 발생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또 소방직종에서 일하는 일부 직원은 원전에서 마약을 흡입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일으켰고, 최근엔 위조부품을 사용한 영광 5,6호기의 가동이 중지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 잇따른 악재로 한수원의 명예는 말 그대로 땅에 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일부 간부들의 비리로 '한수원 마피아'라는 치욕스러운 말까지 듣게 되는 등 한수원의 사기는 더 떨어진 상태다.

    한수원의 한 간부는 "올 들어 한수원과 관련한 너무 많은 사건이 터지자 아침에 눈을 떠 출근하는 것이 두려울 정도였다. '제발 오늘 하루도 아무 일 없이 조용히 넘어가자'는 기도를 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극심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악재들이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은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수원이 아무리 월성1호기가 안전하다고 설명해도 국민들의 여론이 나빠진 상황이어서 이를 되돌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한수원은 안전과 관련한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언론에 월성1호기를 공개하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대선을 앞둔 정치적인 상황까지 더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성 1호기의 운명은?

    현재 상태로는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 최종결정은 다음 정권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섣불리 수명연장을 결정할 경우 1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에 큰 혼란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대선후보들도 저마다 신중론을 제기하며 표심을 자극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뒤 다음 정권이 시작되기 전에 결론이 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음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당선자와 어느 정도의 교감을 가진 뒤 수명연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추측이다.

    게다가 최근 영광 5,6호기가 위조부품을 사용해 가동이 정지되는 등 전력수급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점도 수명연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기술이 전무했던 우리나라가 원전을 수출하는 기술 선진국이 됐지만 일부 직원이 일으킨 문제 때문에 한수원은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고 원전의 안전성까지도 의혹을 받고 있다"며 "월성1호기는 정치적 논리가 아닌 객관적 사실을 통해 수명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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