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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남영동 1985'', 정지영의 돌직구 연출+실화의 힘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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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영화 어때] ''남영동 1985'', 정지영의 돌직구 연출+실화의 힘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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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5년 9월 4일, 민주화운동가 김종태(박원상)는 가족들과 목욕탕을 다녀오던 길에 경찰에 연행된다. 눈이 가려진 채 도착한 곳은 당시 공포의 대명사로 불린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515호. ''남영동 1985''는 실제로 그곳에서 22일간 고문을 당한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자전적 수기를 영화화한 정지영 감독의 두 번째 문제작이다. 15세 관람가, 22일 개봉 

    신진아
    - 정지영 감독 말로는 전세계적으로 고문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는 ''남영동1985''가 처음이 아닌가. 고문 장면이 잠깐 등장하는 게 아니고 고문을 하고 당하는 과정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물고문, 전기고문이 펼쳐지고 박원상은 거의 벗은 상태로 나온다. 어떤 장면에서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않고 도살장에 끌려온 짐승처럼 차가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황성운- 끔찍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고문을 받는 느낌이다. 영화가 끝난 후 이상하리만큼 몸이 뻐근거리고 욱신거리더라. 영화를 찍는 동안 너무 힘들었다는 정지영 감독의 말이 어설프게나마 이해될 것 같았다.

    이명진- 전기고문 당할 때는 제 몸도 함께 떨렸다. 후반부 거짓 자백 다한 덕에 온몸에 안티푸라민까지 발랐는데 자백을 뒤집잖나. 또 다시 폭력이 쏟아질 때는 "아니, 선생님 왜 그러셨어요" 그런 마음까지 들었다.

    신진아- 박원상은 찍으면서 이 작품한 거 후회하지 않았을까 싶더라. 눈속임이 불가능해서 실제로 고통스러웠을 것 같더라. 언론시사 기자간담회에서 최선을 다해서 버텼다면서 고문자로 나온 동료들이 밉기도 했다고 말했다.

    황성운- 표정뿐만 아니라 몸을 통해서도 사실적으로 드러나잖나. 어떻게 찍었는지 궁금해지더라. 고문기술자 이두한 역의 이경영은 반듯하고, 인자한 외모 탓에 그의 잔인함이 더욱 끔찍하게 전해졌다.

    신진아- 꽃중년 외모와 달리 이경영의 손이 참 크고 투박하더라. 앞서 고 김근태 상임고문의 부인인 인재근 의원이 그나마 고문기술자인 이경영이 고문할 때는 상대적으로 안심이 됐다고 하잖나. 진짜 주심문관인 박전무 역할의 명계남이 물고문할 때는 비전문가가 대충 하다가 사람죽이겠다 싶더라.

    이명진- 결국 기절해서 링거 맞잖나. 근데 군의관 그자식은 뭐야. 김종태 손 꼭 잡아주더니 알고보니 쪽지 건넨거 꼬질렀어. 정말 화가 났다.

    신진아- 용기를 내기가 그리 쉽지 않다. 이 영화는 고문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인생도 보여준다. 그들에게 고문은 단지 실적이고 승진의 수단이다. 또 사람패는 일한다고 집에도 못들어간다. 도대체 누구 때문에 다들 이고생을 하고 있는것인가 싶다. 나중에 실제 고문피해자들의 증언이 나오잖나. 한 사람이 그렇게 당시 대통령이 미웠다고 하는데 그 말이 확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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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성운-고문가해자들도 처음과 달리 조금씩 변화한다. 하지만 고문의 충격이 워낙 커서 그 변화들이 잘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그건 그렇고 문성근의 특별출연은 진짜 허를 찌른다. 아버지인 문익환 목사께서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옥고를 치러잖나. 정지영 감독, 아무래도 일부러 그 역할에 문성근을 캐스팅한 것 같다. 

    신진아-명계남, 문성근 둘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정반대의 역할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부분에 대한 질문도 나왔는데 답은 예상대로다. 이들은 배우다. 명계남은 시쳇말로 ''보수꼴통''역할이 어려우면서도 쉬웠다고 하더라. 실제 누군가를 떠올리면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정지영의 돌직구 연출+실화의 힘 "묵직하다"

    황성운- 남영동의 미덕은 군더더기 하나 없는 연출이 아닐까. 전작 ''부러진 화살''이 법정 공방을 다루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면 남영동은 ''끝판대장'' 오승환의 돌직구를 연상시키는 묵직함으로 정면 승부한다. 그 어떤 영화적 표현을 들이댄 작품보다도 가슴을 묵직하게 누르는 건 사실에 기인한, 그것도 불과 약 30년 전에 자행됐던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으로 여겨진다.

    이명진- 제가 1985년 9월9일생이다. 비슷한 시간대에 서울의 다른 곳에서 실제로 발생한 일이라서 더욱 몰입해서 보게됐다. 정말 난 행복한 세상에서 살고있구나 그런 안도감도 들었다.

    신진아- 인재근 의원의 바람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가 선배들이 어떤 고통을 받으면서 지켜온 것인지를 꼭 알았으면 한다더라.

    황성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 당시 무고하게 고문 피해를 입었던 당사자들의 인터뷰가 흘러 나온다. 그 짧은 인터뷰가 영화의 감정을 농축하고 있다. 그 지점에서 눈물 방울을 만드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본다.

    신진아- 너무나 황당한 건 정치범뿐만 아니라 어부 등 평범한 사람들도 간첩사건 등에 엮어서 가혹한 고문을 당하고 거짓진술로 실형을 살았다는 점이다. 뒤늦게 억울함을 벗었지만 개인의 파괴된 삶을 어떻게 보상해줄 것인가.

    황성운- 고 김근태 상임고문의 자전전 수기인 ''남영동''을 영화화했지만 주인공 이름을 새로 지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신진아- 온라인에서는 김종태와 이근안에 대한 작명 뒷얘기가 돌고있다. 김종태는 고 김근태와 1987년 민주화운동하다 고문치사한 고 박종철의 이름을 합쳐서 만들었고 이두한은 고문기술자 이근안과 전두환 전 대통령을 합친 것이라고. 정지영 감독은 단지 김근태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실명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황성운
    - 올해 대선정국에 영향을 끼칠 영화로 ''남영동 1985''와 ''26년''이 손꼽히는데 정지영 감독은 대선에 영향이 끼쳤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하지만 워낙 민감한 소재로 투자나 배급사 잡기가 쉽지 않았고, 결국 두 작품 모두 중소배급사에서 배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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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진아- 사실 ''광해''도 1000만 관객이 넘은 이유로 대선정국의 영향이 언급됐다. 하지만 광해와 달리 두 작품은 정치적 색깔이 워낙 뚜렷해서 관객이 얼마나 들지는 두고볼 일이다. 분명한 건 많은 관객이 피하지 말고 한번쯤 직시해야할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아닌가.

    이명진 전 굳이 취재가 아니라도 보고 싶었다. 궁금했다. 드라마에서 남산 어디로 끌려가서 고문당한다는 사실은 이미 접해왔었고 남영동1985는 그곳에서 실제로 어떻게 고문당하고 거짓자백을 받았는지 너무 리얼하게 보여주니까. 한 사진기자는 ''한국판 쏘우''라고 했다.

    신진아- 헉. 할리우드 상업공포영화와 비교하기엔 너무 많은 아픔이 담긴 영화이나, 고문의 강도로 따지면 그럴 수도 있겠네.

    이명진- 그건 그렇고 이두한이 고문할때 흥얼거리는 ''클레멘타인''은 이 영화로 정말 비호감으로 바뀌었다. 이젠 그 노래만 들어도 소름이 끼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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