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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나라 간 우리 아빠 미니홈피만 보면…



사건/사고

    하늘 나라 간 우리 아빠 미니홈피만 보면…

    [디지털 유산 기획 ②]

    대한민국에 인터넷이 시작된 지 30년이 흘렀다. 폭발적인 확장을 거듭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인터넷에는 이용자의 흔적들도 기하급수적으로 쌓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이용자가 갑자기 사망할 경우 남긴 흔적들은 어떻게 될까?

    이른바 '디지털 유산'에는 유족들도 모르는 내밀한 사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 처리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CBS노컷뉴스는 '디지털 유산'의 바람직한 활용방안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레거시

     

    #1. 최근 아버지를 잃은 A씨는 아버지의 미니홈피를 추모 공간으로 관리하고 싶지만 비밀번호를 몰라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에 비밀번호를 요청했다.

    #2. B씨의 사촌형이 운영하던 블로그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사촌형의 남다른 감성을 공유하던 공간이었다. 사촌형이 세상을 뜬 뒤 그 뜻을 기려 블로그를 이어받아 운영하고 싶던 B씨는 서비스 제공자인 다음(Daum)에 양도를 문의했다.

    #3. 최근 가족을 잃은 C씨는 고인이 생전에 사용한 해외 SNS 계정을 관리하기로 했다. C씨가 해당 SNS의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임시 비밀번호가 발송되는 네이버 메일에 접속해야 했기에 열람을 문의했다.

    위 세 가지 사례는 실제로 각 포털서비스 업체에 들어온 디지털 유산에 대한 민원 요청이다.

    이에 대해 SK컴즈와, 다음, NHN의 답변은 모두 '불가'였다.

    이렇게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는 약관을 통해 유족을 포함한 제3자의 디지털 유산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포털사이트들이 허용하는 범위는 계정 삭제나 계정에 쌓이는 스팸 메시지 삭제 정도에 한정돼 있다.

    다만 SK컴즈가 이미 유족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미니홈피는 법적 문제가 없는 경우 암묵적으로 허용해 준다는 점, NHN이 공개 게시물에 한해서만 데이터 백업을 제공하는 점이 예외라 할 수 있다.

    ◈해외는 디지털 유산 상속권 인정 추세…'관리대행사'까지 출현

    이와는 대조적으로 해외의 경우 인터넷에 남겨진 디지털 유산에 대해 유족들의 상속권을 인정하는 추세다.

    지난 2004년 저스틴 엘스워스(Justin Mark Ellsworth) 병장의 판례는 그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엘스워스 병장이 지난 2004년 이라크에서 전사한 뒤 부모는 아들의 야후 이메일 계정 열람을 원했고, 소송 끝에 그 내용이 담긴 CD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도 비슷하게 메일 계정 내용에 대한 접근을 유족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더 완화된 정책을 펴, 직계 가족뿐 아니라 친구들까지도 고인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신고할 수 있고 이들이 계정을 이어 받아 추모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디지털 유산을 일반적인 유산과 동등하게 취급해, 법적으로 온라인주소록, 이메일, 사진, 신상정보 등 모든 정보를 유족이 상속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는 미리 사후를 대비할 수 있는 디지털 유산 관리대행사까지 출현했다.

    레거시로커(http://legacylocker.com)는 가입한 웹사이트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사후 지정한 가족이나 친구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입자가 오랜 기간 연락이 되지 않으면 미리 지정한 사람에게 연락을 해 사망확인을 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통보한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일시불로 300달러 또는 연간 30달러를 받고 있다.

    데드스위치(http://deathswitch.com)도 주기적으로 가입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응답이 없으면 미리 지정한 사람에게 가입한 사이트의 정보들을 전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관련 법제 없어 '몸 사리는' 국내 포털

    이렇게 국내 업체가 해외와는 달리 디지털 유산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법률적 근거가 없고 오히려 법률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서비스 제공자가 고인이 생전에 동의한 적이 없는데도 제3자에게 임시 접근권을 부여할 경우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과징금이나 벌칙이 부과될 위험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앞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디지털 유산 분쟁을 조율하기 위해 선제적인 관련 법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BestNocut_R]

    포털 업계 한 관계자는 "관련 법제 등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임의로 조치할 수는 없다"면서 "가이드 라인이라도 정해지면 사업자 입장에서 명확하게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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