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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은 뒤 내 인터넷 흔적 어찌될까?"



사건/사고

    "내가 죽은 뒤 내 인터넷 흔적 어찌될까?"

    [디지털 유산 기획 ①]

    대한민국에 인터넷이 시작된 지 30년이 흘렀다. 폭발적인 확장을 거듭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인터넷에는 이용자의 흔적들도 기하급수적으로 쌓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이용자가 갑자기 사망할 경우 남긴 흔적들은 어떻게 될까?

    이른바 '디지털 유산'에는 유족들도 모르는 내밀한 사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 처리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CBS노컷뉴스는 '디지털 유산'의 바람직한 활용방안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편집자주]


    ㅁㄴㅇ

     

    #1. 지난 2008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최진실 씨의 미니홈피에는 여전히 고인이 설정한 배경음악인 가수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가 흘러나온다. 4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하늘로간 호수'라는 제목, 대문 사진 모든 게 그대로다.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사흘 전 남긴 마지막 글이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수백명의 팬들은 아직까지 미니홈피를 방문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흔적을 보며 고인을 그리워하고 있다. 이 미니홈피는 현재 가족들이 관리하고 있다.

    #2. A(31)씨는 지난 2006년 긴 투병 생활 끝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한 선배의 블로그를 가끔씩 찾는다. 고인이 투병 생활에 들기 전까지 활발하게 운영됐던 그 모습 그대로다. 안부 게시판에는 가끔씩 자신처럼 선배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안부 글을 남긴다. 그럴 때마다 아직 세상은 그를 잊지 않았다는 생각에 안도감도 느껴진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 시간이 지나갈 수록 쌓여가는 스팸성 글 때문에 추억이 망가질까 두렵다고 말한다.

    ◈'디지털 유산'이란 무엇인가?

    이렇게 인터넷 공간에 고인이 남긴 모든 흔적을 '디지털 유산'이라고 부른다.

    이 디지털 유산은 '사망한 사용자가 인터넷 공간에 남긴 시각과 청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정보'로 정의된다.

    일반적인 유산은 민법의 '상속'편에서 유족의 권리와 의무 등에 대해 법적으로 상세히 규정돼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유산의 처리는 법적 근거가 없어 상황에 따라 달리 관리되고 있거나 아예 버려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고 최진실 씨 경우처럼 가족들이 추모 목적으로 관리하기도 하는 반면, A씨의 선배처럼 누구도 관리하지 않고 버려져 있는 경우도 있다.

    ◈ "내 유산은 주고 싶지 않으나 가족 유산은 보고 싶다"

    이런 디지털 유산의 처리 방안에대한 사회적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0년 천안함 침몰로 사망한 장병들의 미니홈피 처리문제로 잠시 공론화가 됐지만 이후로는 제자리 걸음이다.

    논의가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 유산에 사망자 자신이나 제3자의 비밀 등 고인이 공개하기를 바라지 않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지만 유족들은 모든 흔적을 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사용자들은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응답자 가운데 41.9%는 '자신이 사망할 경우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디지털 유산을 유족에게 제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가족이 사망할 경우에는 디지털 유산 처리 방법'에 대해서는 66.7%가 받고 싶다고 답했다.

    ◈ 디지털 유산 처리 방법 공론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만약 유족들의 바람대로 디지털 유산을 제공할 경우 살아 있는 제3자에게 피해를 끼쳐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고인의 불미스런 사실이 드러나거나 외부로 유출되서는 안 되는 국가적 비밀 등이 유출되면 그 귀책 사유는 결국 이를 공개한 서비스 제공자가 지게 된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포털들은 이용자가 사망할 경우 원칙적으로 탈퇴 요청 이외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고인의 추모 목적으로 유족 등 제3자가 운영할 경우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경우도 있어 혼란이 있다.

    또 가족들조차 그 존재를 모르는 디지털 유산은 서비스 제공자가 임의로 삭제할 수도 없어 쓸쓸하게 버려져 스팸성 글만 쌓여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BestNocut_R]

    이에 따라 앞으로 디지털 유산이 될 인터넷 흔적이 무수히 쌓여가는 상황에서 처리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민국 인터넷 30주년을 기점으로 팽창하기만 했던 인터넷 흔적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디지털 유산 처리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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