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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가해자가 큰소리치는 이유…''친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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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성폭행 가해자가 큰소리치는 이유…''친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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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방송 : FM 98.1 (14:05~15:55) ■ 진행 : 김미화 ■ 게스트 : 한국성폭력상담소 최지나

    ◇ 김미화>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고소를 했습니다. 그런데 가해자가 집으로 찾아와서 문을 두드리며 큰소리로 합의를 요구합니다. 내가 성폭행 당한 사실이 이웃에 알려지면 과연 기분이 어떨지.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하는데요, 사례들을 직접 조사하신 한국성폭력상담소 최지나 활동가 연결해서 얘기 좀 들어볼까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 최지나> 예, 안녕하세요.

    ◇ 김미화> 성폭행 가해자가 피해자한테 합의를 해달라고 큰 소리로 협박을 한다는 거죠?

    ◆ 최지나> 예, 그렇습니다. 친고죄 조항에 적용을 받는 사건에서 나타나는 문제인데요,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이 직접 고소를 취하하도록 협박하거나 동정에 호소하거나 하는데요. 이 정도가 심각해서 피해자가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없거나 가족에게까지 피해가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 김미화> 일단 친고죄는 어떻게 되는 거죠?

    ◆ 최지나> 친고죄는 본인이 직접 고소를 해야지만 공소가 제기되고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는 범죄인데요. 강간, 강제추행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예를 들어서 나의 딸이나 여동생, 아내가 성폭력이 피해자일 때 본인이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경찰에 수사해달라고 고소장을 접수할 수가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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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화> 본인이 스스로 나서서 신고를 해야 하는 건데. 신고를 했을 때 왜 와서 큰 소리를 지르며 문을 두드려요?

    ◆ 최지나> 친고죄 조항이 본인이 고소를 접수해야 하기 때문에 만약 이 조항이 본인이 고소를 취하한다면 죄를 다시 물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해자는 고소가 취하되면 면죄부를 받게 되는 거죠.

    ◇ 김미화> 그럼 사례 별로 얘기를 해주세요.

    ◆ 최지나> 피해자의 고소 결심을 가해자가 알아채는 경우. 이미 고소하기 전부터 협박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는데요. 피해자 주변에 화간이었는데 돈을 노리고 고소한다, 이런 소문을 낸다든지 평소 행실이 어떠했다, 이런 식으로 허위 소문을 내는 거죠. 그렇다면 정말 실상을 알지 못하는 주변인으로부터 고소 만류나 비난 등 2차 피해를 겪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주변인을 괴롭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님을 찾아가서 합의를 종용한다든지 직장을 찾아와서 직장사람들이 다 알게끔 합의를 호소한다든지. 무고죄나 명예죄로 맞고소 하겠다 협박하는 경우도 있고요, 실제로 고소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협박이나 폭언, 모욕을 주면서 합의를 폭력적으로 유도하고 실제로 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있고요.

    ◇ 김미화> 피해자들이 어쩔 수 없이 합의를 해주면 가해자는 처벌을 안 받게 되고요?

    ◆ 최지나> 예, 그렇죠.

    ◇ 김미화> 죄의식 없이 재범을 저지를 가능성도 크겠네요?

    ◆ 최지나> 예. 사실 많은 시민들이 성폭력 사건의 친고죄 조항이 이렇게 악용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하지만 만약에 성폭력 가해자가 합의 후 면죄부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 또 다시 비슷한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 자신의 범행에 굉장히 무감해지겠죠. 그리고 또 다시 그 피해자를 괴롭해서 고소를 취하하게 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볼 수 있죠.

    ◇ 김미화> 끝까지 버티기는 힘들까요?

    ◆ 최지나> 쉽지 않죠. 그런데 이 지점은 가해자에 의한 협박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의 성범죄 기소율과 유죄 선고율이 굉장히 낮지 않습니까? 이 부분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내가 아무리 견디고 이 고소를 끝까지 가져간다고 해도 실제 유죄를 선고 받을 확률이 낮다는 것을 피해자는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무기력하게 합의를 하는 거죠.

    ◇ 김미화> 가해자가 악용해서 화풀이 해버리면 그만이다?

    ◆ 최지나> 그렇죠. 실제로 가해자의 변호인이 이러한 친고죄 조항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해자의 변호인에 의해서 합의나 고소취하 종용이 유도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미화> 친고죄가 왜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 최지나> 고소취하 종용으로 인한 2차 피해도 큰 문제고요. 실제로 친고죄 조항이 유지된 이유는 성폭력은 피해자의 프라이버시다. 제 3자의 신고가 가능한 경우 프라이버스 침해라는 논리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오랜 시간 동안 성폭력특별법이 마련된 이후로 계속 친고죄가 유지되는 동안 오히려 가해자에게는 성폭력을 빠져나갈 통로를 만들어주고 본인이 고소해야만 하는 조항 때문에 성폭력이 오히려 은폐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거죠. 현재 우리 사회에 성폭력 신고율이 낮은 데에 큰 몫을 해왔다고 봐야 합니다.

    ◇ 김미화>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 때문에 입은 피해도 있다면서요?

    ◆ 최지나> 피해자가 고소장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친고죄가 필수적으로 거론되는 문제다보니까 때로는 수사관에 의해서 합의가 권유되는 경우도 있고요. 화간으로 보고 취조하고 질문하는 경우, 일부 사례긴 하지만 부킹상대나 남자친구에 의한 데이트 폭력은 성폭력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하는 경우. 무고죄로 고발될 수 있다는 말을 해서 피해자의 고소 자체를 망설이게 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 김미화> 지금 정치권에서도 친고죄 폐지를 활발히 논의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분은 친고죄가 없으면 피해자가 경제적 보상을 받을 기회를 뺏는 거라는 말씀도 하시던데요.

    ◆ 최지나> 하지만 그 부분은 그렇게 볼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형사 고소 과정에서 고소를 취하하고 피해자가 합의금을 받는 경우를 말씀하시는 거거든요. 그런데 바로 고소취하 때문에 지금까지 말씀드린 고소취하 종용 피해가 발생하는 것인데, 단지 피해자의 경제적 보상 때문에 그대로 둬야하는 것은 옳지 않고요. 무엇보다 정부가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은 가해자를 정당하게 처벌하는 것이고 피해자가 성폭력 경험과 관계없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합의를 통해 경제적 보상을 받는다고 해서 이런 점들이 실현되지는 않죠. 친고죄를 폐지해야만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봐야합니다.

    ◇ 김미화> 친고죄로 고소하는 비율은 얼마나 되나요?

    ◆ 최지나> 실제로 친고죄 비율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저희 상담소의 상담통계로 말씀드리면, 지금 친고죄 조항으로 남아있는 범죄는 비장애 성인 여성 대상 범죄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동, 장애인 대상 성범죄는 친고죄가 폐지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친고죄 조항에 적용받는 피해자의 %가 얼마나 되는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희 상담소 같은 경우는 70%이상이 친고죄 적용을 받는 성범죄 피해자로 나타나고 있습니다.[BestNocut_R]

    ◇ 김미화> 친고죄를 없애면 성폭력 피해자가 고소를 안 해도 경찰에 신고만 하면 수사하고 처벌이 되는 거다?

    ◆ 최지나> 그렇죠. 성폭력 피해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지인들이 신고 했을 때 경찰수사가 가능해지고요. 친고죄의 또 문제점이 고소기간이 있다는 점이거든요. 친고죄가 폐지가 되면 고소기간이 사라지고 공소시효 안에서 처벌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게 됩니다.

    ◇ 김미화> 선생님 피해자들 많이 만나보셨을 텐데 피해자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부분은 어떤 거예요?

    ◆ 최지나> 워낙 우리 사회가 ''''꽃뱀''''이라고 말하는 성폭력을 빙자한 사기로 보려는 시각이 많이 있잖아요. 자신이 아무리 고소를 하고 싶어 찾아갔어도 자신을 성폭력 피해자로 봐주지 않는 시선, 수사, 재판기관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의 시선을 가장 힘들어하시고요. 그렇기 때문에 친고죄가 더 폐지돼야 한다고 봅니다.

    ◇ 김미화> 그런데 성폭력 피해자들이 꼭 여성들만 있나요? 그렇지는 않죠?

    ◆ 최지나> 그렇죠. 그렇지 않죠. 그러네 저희 상담소 통계로 말씀드리면 95%이상이 여성 피해자로 나타나고요. 물론 소수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20년 이상 상담하면서 매년 이렇게 유사한 비율로 여성이 다수의 피해자로 나타난다는 것은 분명 한국사회에서 성폭력이 발생 가능한 구조, 사회문화, 여성에 대한 혐오문화가 작용하고 있다는 걸로 보는 것이고요. 친고죄가 프라이버시라는 이유로 계속 존치돼왔던 걸로 이런 맥락을 같이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 김미화>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 것 같아요.

    ◆ 최지나> 무엇보다 친고죄가 폐지가 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 환영하고요, 말씀드렸다시피 장애인이나 아동 대상 성범죄 뿐만 아니라 그 외 많은 수많은 성폭력 사안에 대해서도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가 왔다고 보고요. 친고죄 폐지가 반드시 이뤄지도록 반의사불벌죄와 같은 다른 방식의 또 다른 입법이 아니라 친고죄 조항이 완전한 폐지가 되도록 시민들이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 김미화> 보호를 하려고 만든 법이 악용된다면 서로 얘기를 깊게 나눠야겠죠. 선생님 계속 활동해주시고 고맙습니다.

    ◆ 최지나> 네, 감사합니다.

    ◇ 김미화> 지금까지 한국성폭력상담소 최지나 활동가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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