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국인 비율무시 '무늬만 外人학교'
- 시험으로 가는 학교 아냐..부정입학
- 학비 비싸지만 조기유학의 대체제
- 공인교육과정, 외국대학 입학 유리
- 치외법권적 특례 "교육청 감독 한계"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의원
외국인학교 입시비리. 사회 고위층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문제가 커지고 있는데요. 검찰 수사는 이제 총 7곳까지 확대가 됐습니다. 도대체 외국인학교가 뭐길래 그렇게 들어가려고 하는 건지, 또 그동안 부정입학 실태는 어땠는지 오늘 좀 자세하게 들여다보죠.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이 연결 돼 있습니다.
김형태
◇ 김현정> 우리나라의 외국인학교가 총 몇 개나 되나요?
◆ 김형태> 서울에는 22개로 제일 많고요. 경기도에 9개, 그리고 인천에 2개, 수도권에만 33개의 외국인학교가 있고요. 전국적으로는 51개의 외국인학교가 있습니다.
◇ 김현정> 51개. 외국인학교니까 외국인들을 위해서 지은 학교일 텐데, 입학 자격을 보니까 외국인만 되는 건 아니네요?
◆ 김형태> 외국인학교 설립 취지는 원래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그리고 3년 이상 해외에 체류했던 주재원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이제 내국인도 외국인학교 학생 정원의 30% 이내에서 입학이 허용됩니다. 99년도에 이 규정이 만들어졌는데요. 그 이전까지는 그러니까 99년 이전에 입학한 학생들은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전에 다니던 아이들은 그대로 학교에 다니고 있죠.
◇ 김현정> 내국인의 경우는 어떤 자격조건이 있나요? 외국에서 얼마나 살았다, 혹은 시민권이 있다, 이런 게 있나요?
◆ 김형태> 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국내 거주 외국인하고, 그리고 내국인의 경우는 3년 이상 해외에 체류했던 자녀에 한해서요.
◇ 김현정> 그런데 거기에서 부정비리가 있다, 이런 얘기인 거죠. 도대체 어떤 부정들이 이루어져 왔습니까?
◆ 김형태> 요즘 언론이 보도하고 있고, 또 검찰이 수사 중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정계, 재계의 일부 특권층, 부유층 사람들이 외국인학교에 자기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서 브로커 등에게 많게는 1억까지 주면서 국적세탁하기 쉬운 중남미나 심지어 아프리카 국적까지 허위로 서류를 제출해서 부정입학시킨 것이 지금 알려져서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러니까 살다 온 적이 없는데 마치 살다 온 것처럼 문서위조를 한다는 거죠?
◆ 김형태> 네. 우리 대한민국 지도층의 어떤 현주소, 지도층들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것 같아요. 자기 자녀를 출세시키기 위해서라면 정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천박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교육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 심히 부끄럽습니다.
◇ 김현정> 그러게 말입니다. 아까 전에 '내국인이 외국에서 3년 이상 살다 오면 입학이 가능하다'고 했는데요. 그 자격조건을 갖추더라도 그 학교에서 뽑을 수 있는 정원의 제한이 있다면서요? 그 제한은 잘 따르고 있나요?
◆ 김형태> 지금 전국적인 통계를 보니까 외국인학교의 재학생이 약 1만 3000명 정도 되는데요. 그중에 내국인 학생이 약 4058명이에요. 3명 중 1명은 사실상 외국인 학생이 아니라 내국인 학생인 셈이죠. 제가 가진 자료를 보니까 서울시내 22개 외국인학교 중에서 5개 학교가 30% 정원을 넘고 있고요.
◇ 김현정> 30%가 제한선인데요?
◆ 김형태> 네. 그런데 이 정원과 현원에 또 허실이 있는데요. 정원이 아닌 지금 현재 다니는 학생들을 기준으로 보면 5개 학교가 아니라 8개 학교가 내국인 비율 30%를 넘고 있어요. 서울시 자료를 보니까 서울에서 내국인 비율이 제일 많은 학교는 하비에르국제학교입니다. 외국인 비율이 정원 대비 62.5%인데 현원 대비를 하면 72%로 가장 많았고요.
◇ 김현정> 외국인학교인데 72%가 한국사람?
◆ 김형태> 네, 한국사람이죠. 현재 다니는 재학생들 숫자만 보면요. 교과부 통계에 의하면 인천의 청라달튼외국인학교의 경우는 전체 재학생 106명 가운데 89명. 그러니까 84%가 내국인 학생이었고요. 인디안헤드외국인학교도 내국인 비율이 81.6%. 이와 같이 외국인학교라고 하는데 일부 외국인학교는 외국인은 별로 없고 거의 내국인 학생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늬만 외국인학교 아니냐 이런 비판이 생기는 거죠.
◇ 김현정> 3년 거주 자격 요건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일단 학교 자체가 지금 제한선을 넘어서 받고 있다는 얘기고, 또 그중에는 3년 자격요건을 갖추지 않은 부정입학도 있고. 지금 문제가 혼재된 거네요?
◆ 김형태> 그런 셈이죠.
◇ 김현정> 학비가 비싸지 않습니까?
◆ 김형태> 외국인학교는 연간 보니까 1600만원 정도 돼요.
◇ 김현정> 거기엔 초등학생도 있잖아요?
◆ 김형태> 다 평균을 잡으니까 그렇게 되는데요. 웬만한 대학등록금보다 비싸잖아요. 그런데 심지어 전국적인 자료하고, 그리고 제가 받은 서울시에 있는 외국인학교 자료만 봐도 3000만원이 넘는 학교가 있어요. 제가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니까 '서울의 모 외국인학교의 경우 최저 2600만원에서 최고 3200만원까지다' 3200만원이면 엄청난 거고요.
또 제가 관계자하고 어제 통화를 해 보니까 이것은 사실 명목상의 수업료지, 실제는 방과후 학교나 학생들이 직접 부담하는 비용이 있지 않습니까? 그걸 합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 김현정> 웬만한 중견기업의 직원들 연봉에 맞먹는 금액을 학비로, 초, 중, 고등학교에 이렇게 내고 있는 이야기. 국적 문서를 위조해서 그 비싼 학비를 내가면서 다니겠다 할 때는 아마 뭔가 이유가 있다고 할 텐데, 특혜가 있는 건가요?
◆ 김형태> 저도 왜 이렇게 특권층, 우리 부유층들이 특목고인 과학고, 외고, 자사고도 있는데 그런 학교를 보내지 않고 왜 외국인학교를 보낼까 이런 생각을 해 봤더니 몇 가지 이유가 있더라고요. 첫 번째는 시험으로 가는 학교가 아니에요. 자격요건만 갖추면 어쨌든 갈 수 있는 학교잖아요. 그 다음에 두 번째는 어린 나이에 외국에 보내려면 아무래도 부모 마음에 안심이 안 되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러니까 조기 유학을 보내고 싶은데 안심이 안 되니까?
◆ 김형태> 외국인학교에 보내면 학비는 비록 비싸지만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외국에 있는 학교에 조기유학을 보낸 것과 같은 효과가 있고요. 그 다음에 세번째 가장 큰 이유인데, 많은 외국인학교들이 미국 교육청의 인가를 받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또한 외국인학교 과정의 IB 과정, AP 과정이라고 해서 우리말로 대학 사전학습과정, 또는 국제공인교육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이것을 이수한 외국인학교 졸업생들에게는 외국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유리하다는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자격이 주어진다는 건가요?
◆ 김형태> 그리고 외국대학들이 이것을 학점으로 인정을 해 준대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왜 그렇게 외국인학교에 다니려고 하느냐, 해외 명문대학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 김현정> 그동안에는 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조사도 없고 제재도 없었습니까?
◆ 김형태> 그러니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99년 이전에는 이런 규정 자체도 거의 없었고요. 30% 정원 제한도 없었고요. 99년 이후에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사실 그 이전에 입학한 학생들은 문제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잖아요. 소급적용을 못하니까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학생정원 30%도 문제라는 거죠.
서울의 한 외국인학교를 보니까 정원이 540명인데 외국인학생은 202명, 내국인학생은 97명.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정원을 늘려 잡아서 사실 거의 영미계 외국인학교의 경우에는 정원을 다 못 채우고 있어요. 그러니까 사실상 30%라고 하지만 얼마든지 악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 내국인입학을 30% 허용한다, 이 규정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셈이고요. 그 다음에 말씀하신 것처럼 외국인학교가 어떻게 보면 약간 치외법권적인 특혜를 누리고 있어요.
◇ 김현정> 지금 말씀 듣고 보니까 허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네요.
◆ 김형태> 지금 외국인학교가 당초의 취지를 벗어나서 내국인들의 어떤 조기유학의 대체제로 변질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지금 입학비리가 계속 터지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에요. 다 알고 있었던 소문이었잖아요?
◇ 김현정> 학부모들 사이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이게 다 소문이 났었군요?
◆ 김형태> 부유층 자녀들은 외국인학교에 다 보내고 있었으니까요.
◇ 김현정> 그러니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 그 말씀인데요. 그렇게 다 소문이 난 것을 왜 지금까지는 몰랐던 건가. 정부는 도대체 왜 규제감독을 안 했는가, 이게 답답한 노릇이에요.
◆ 김형태> 그러니까 이제라도 입학심사나 자격요건이나 그리고 아까 얘기한 학생 정원들을 아주 투명하게, 엄격하게 해서 부정입학이 없도록 해야 할 것 같고요. 그 다음에 이제 아주 허점이 뭐냐 하면 외국인학교이지 않습니까?
자율성이라는 이름을 너무 많이 부여하는 거예요. 외국인학교이지만 사실은 초중등학교이고, 사립학교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초중등 교육법이나 사립학교법 적용을 거의 받지 않는 특례조항이 너무 많아요. 사실상 치외법권적인 특혜를 지금 누리고 있거든요. 그래서 지도감독기관인 교육청이 제대로 지도감독을 할 수 없는 이런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학교도 설립목적은 존중하되 국내에 있는 학교니까요. 국내에 있는 학교와 똑같이 적용해서 관할청인 교육청이 엄격히 지도감독 할 수 있어야 되고요. 문제가 생기면 강한 행정적, 재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김현정> 학비 수천만원짜리 외국인학교에 가기 위해서 국적까지 위조한다. 비뚤어진 교육열이 만든 또 하나의 진풍경이네요. 철저하게 조사해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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