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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칼부림 사건'…시민은 있었고 경찰은 없었다



사건/사고

    '여의도 칼부림 사건'…시민은 있었고 경찰은 없었다

    피해女 피가 쏟아지는데도 경찰은 멀뚱멀뚱 '나몰라라'…시민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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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저녁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30대 남성이 마구 휘두른 흉기에 4명이 중상을 입었다.

    당시 피해여성이 피를 쏟자 시민들이 인근에 있던 경찰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머뭇거리며 지켜만 봤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의 '늑장 대처'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여의도 칼부림, 경찰 중대와 불과 50m 앞에서 발생

    지난 22일 퇴근시간 무렵,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제과점 앞에서 젊은 남녀가 한 3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쓰러졌다.

    사건 현장 인근에서 커피를 마시다 이를 목격한 A(43)씨는 "처음에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여성이 그대로 주저앉고, 쫓아오던 남성의 손에 칼이 있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119에 바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A씨의 휴대전화에 남은 119 통화 기록은 7시 15분. 그가 칼부림 사건을 경찰이 아닌 119에 먼저 신고를 한 이유는 현장으로부터 5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새누리당 당사를 지키고 있는 경찰 병력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실제 사건 당시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는 연일 쌍용차 노조의 집회가 있어서, 전경 1개 중대가 배치돼 있었다.

    칼부림 사건을 당연히 경찰도 목격했을 것이라고 생각한 A씨는 경찰이 곧 달려와 사건을 수습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2명을 흉기로 찌른 범인이 도망가면서 또다시 흉기를 휘둘러 행인 2명에게 중상을 입히고,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막다른 골목으로 범인을 몰아넣을 10여분동안 경찰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A씨는 또 "119에 전화한 뒤 1분 뒤에 바로 경찰 112에 신고를 했지만 '모든 상담원이 통화중이어서 통화를 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흘러나왔다"면서 "112에서 모든 상담원이 통화중이라는 상황이 있는 줄은 그때 처음 알았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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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들, "범인과 대치하고 피해자 응급조치 할동안" 경찰은 '멀뚱멀뚱'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경찰보다도 더 빠른 대응을 했다. 다른 시민들과 함께 막다른 골목에 범인을 몰아넣은 A씨는 허리띠를 풀어 한 손에 들었고, B(37)씨는 주변에 있던 쓰레기통을, 또다른 시민 한 명은 도로 표지판을 들고 범인과 대치했다.

    수세에 몰린 범인이 자신의 목에 흉기를 대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하자, 이들 시민들은 "제압하려 하지 말고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결정했다.

    범인과 대치한 지 3분쯤 지나서야 '맨손'의 전경들이 한 두명씩 오기 시작했고 2분여 뒤에 경찰 10여명이 출동해 테이저건(전기충격기)으로 범인을 제압해 7시 30분쯤 상황이 종료됐다.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경찰의 미숙한 대처와 늑장 출동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A씨는 "의경도 경찰이고, 의경을 지휘하는 사람은 경찰 간부가 아니냐"면서 "사건 현장 바로 옆에 있던 경찰들의 미숙한 대처에 화가 치밀었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새누리당 당사 앞과 사건 현장 사이 거리면 충분히 상황을 파악해 츨동명령을 내릴 수 있었지만 모든 상황이 벌어지고 시민들이 범인을 골목으로 몰고 난 뒤에야 전경이 '한두명씩' 오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피해자들이 피를 쏟아내면서 생사가 오가는 동안에도 경찰들은 무력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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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격자 B씨는 "흉기에 찔린 여성이 쓰러져 피를 엄청 많이 흘리고 있는데도 의경과 무전기를 든 경찰 4~5명은 바로 옆에서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쌍용차 조합원 C(38)씨는 "갑자기 한 남성이 경찰에게 달려와 '사람이 죽어가니 빨리 와달라'고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경찰은 머뭇거렸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C씨는 "경찰이 사고 현장으로 이동하면 조합원들이 새누리당 당사에 난입할까봐 머뭇거린 것 같아 우리가 당사에 안 들어갈테니 빨리 가보라며 재촉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다른 목격자 D씨의 증언도 동일했다.

    D씨는 "여성의 몸에서 샘물처럼 피가 콸콸 쏟아지고 눈동자가 확 풀리면서 고개를 떨구는데도 경찰들은 무전기만 들고 서성이기만 할뿐 어떠한 응급조치도 안했다"면서 "보다못해 한 시민이 티셔츠를 벗어서 지혈을 했고 그래도 피가 멈추지 않아 나도 옷을 벗어서 지혈하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BestNocut_R]

    처음 피해자를 지혈한 사람은 다름아닌, 새누리당사 앞에서 경찰과 대치를 하고 있었던 김남섭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목격자들은 119 구조대의 늑장 출동도 거세게 비난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119는 범인이 잡히고 상황이 다 종료된 뒤인 7시 35분쯤 돼서야 나타났다. 이는 사건 발생 20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셈이다.

    목격자들은 "피해자가 만약 숨졌으면 112와 119의 늑장 대처 탓"이라며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7시 16분부터 7시 25분까지 총 8회에 걸친 112신고가 있었으며 여의도지구대 경찰관, 강력형사 등이 7시 20분쯤 현장에 도착해 범인과 대치했다"며 "119 구급차도 7시 26분쯤 도착해 피해자들을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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