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을 놓쳤지만 그 누가 여자 핸드볼 대표팀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아쉽지만 잘 싸웠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 아닐까.
말 그대로 아쉽다. 하지만 너무 잘 싸웠다. 대회 초반에 찾아온 주포 김온아의 부상, 유럽의 덩치 큰 선수들에 밀려 픽픽 쓰러지는 선수들, 준결승에서 오른팔을 크게 다친 심해인,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맞이한 2번의 연장전 등 온갖 악재와 싸워가며 달리고 또 달렸지만 결국 마지막에 남은 것은 눈물 뿐이었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아쉬움 속에 런던올림픽을 마무리했다. 한국은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바스켓볼아레나에서 벌어진 대회 3-4위전에서 스페인에 2차 연장 접전 끝에 29-31로 분패했다.
이로써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동메달로 이어진 연속 메달 획득 도전이 무산됐다.
스페인은 예선에서 한국에게 패한 팀이다. 31-27로 이겼다. 100% 전력만 갖춰진다면 한국이 한수위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100%가 아니었다. 김온아와 심해인은 코트를 밟지 못했고 주축 선수들의 부상을 메우느라 체력 소모가 많았던 동료들의 발은 예선 때와 달리 무거워 보였다.
한국의 뒷심은 놀라웠다. 후반 막판 최임정이 페널티 스로를 성공하면서 근소하게 밀리던 승부를 24-24 원점으로 되돌렸다. 그리고 종료와 동시에 조효비가 던진 슛이 골망을 흔드는 기적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종료 후 공이 골라인을 넘었다는 판정. 4년 전 베이징 대회 노르웨이와의 준결승전에서 나온 희대의 오심과는 달리 이번에는 심판의 눈이 정확했다.
한국 선수들은 연장전에서도 드라마를 썼다. 종료 30초를 남겨두고 정지해가 극적인 득점을 올려 승부를 2차 연장으로 끌고갔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선수들의 다리는 이미 무거워질대로 무거워졌다.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승리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아쉽게 메달을 놓쳤지만 8회 연속 올림픽 4강 진출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다. 죽음의 조별 예선을 통과했고 8강에서는 세계랭킹 2위 러시아를 대파해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대회에 앞서 한국을 '올림픽 경기에 특히 강한 팀'이라고 소개했다. 핸드볼의 저변만 놓고보면 유럽과 비교가 안된다. 하지만 늘 그들과 어깨를 대등히 했다.
4강전이 열린 바스켓볼아레나는 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구장이다. 강재원 대표팀 감독은 노르웨이와의 준결승전에서 패한 후 "이런 큰 구장에서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뛰어본 선수가 단 한명도 없다. 경험에서 졌다"고 말했다.
선수를 탓하는 의미였을까? 아니다. 올림픽이 열리면 주목받지만 평소에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감당해야하는 현실 그리고 인프라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이리라.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은 울음을 참지 못했다. 메달 하나만 보고 달려온 지난 4년의 시간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나 보다. 옆에서 잘했다고 다독여도, 격려의 박수가 쏟아져도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일부 선수들은 연장전 도중 이미 벤치에서 눈물을 삼켰다. 동료들의 뜨거운 투혼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복받쳐올랐다. 그 순간 승패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승자와 패자로 말하는 스포츠이지만 이 경기에서만큼은 그 희비를 나누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