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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런 녹조는 난생 처음"…탁한 '옥색'으로 물든 한강



사건/사고

    [르포] "이런 녹조는 난생 처음"…탁한 '옥색'으로 물든 한강

    잠실수중보 이남까지 녹조 번져...수중보 상류는 9일 조류주의보 발령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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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7년 일했는데 이렇게 심한 녹조는 처음입니다"

    가마솥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지난 8일 오후, 암사취수원에서 만난 관리원 이 모(57)씨는 한강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암사 취수원은 지난 1일 서울시의 취수원수 측정 결과 남조류 세포수가 820 cells/㎖을 기록해 조류주의보 기준을 초과했을뿐 아니라 한강구간(팔당댐~잠실수중보)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곳이다.

    이 씨의 안내에 따라 둔치로 내려가 물가에 가까이 가니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한강에는 녹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탁한 옥색이 번져 있었다.

    한강은 마치 호수처럼 잔잔해 물의 흐름을 찾기가 어려웠다. 다만 취수구에서 물을 빨아들이는 탓에 옥색 소용돌이가 느릿느릿하게 일면서 부유물들이 도드라져 보였다.

    한강 중간 지점에는 일꾼들이 배를 타고 '조류차단막'을 설치하고 있었다.

    관리원 이 씨는 "조류차단막은 수면부터 강바닥까지 막을 드리워 조류가 취수구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차단막은 장마 때 거둬들였다가 지난 6일부터 한강구간에 있는 취수원 5곳에 설치되고 있다.

    ◈ 한강 하류로 번지는 녹조…"물 먹기가 무서워요"

    녹조는 점차 하류로 번지고 있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소에서 지난 7일 잠실수중보 하류 5개 지점(성수대교, 한남대교, 한강대교, 마포대교, 성산대교)에서 조류 검사를 실시한 결과 1주일 전 검출되지 않았던 남조류세포수가 기준치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간질환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mycrocystins)를 분비하는 남조류인 마이크로시스티스(mycrocystis)까지 검출됐다.

    상황이 악화되자 시민들은 일단 먹는 물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모습이었다.

    뚝섬나루터에서 만난 이재후(64)씨는 "아직까지 수도물에서 냄새는 나지 않는 것 같지만 물 먹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이 씨는 녹색 한강물을 바라보며 "빨리 비가 내려 녹조들이 쓸려가야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물색 안 변한 거 같은데?"…레져 스포츠 즐기는 시민들은 '시큰둥'

    하지만 한강에서 직접 몸을 담그고 레져 스포츠를 즐기는 시민들은 녹조에 대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서울시는 아직 조류경보가 발령이 되지 않았지만 이미 분야별 비상대응체계에 돌입하고 수상레저 활동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뚝섬나루터 인근에는 윈드서핑, 웨이크보드, 오리배 등을 즐기는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BestNocut_R]

    윈드서핑을 즐기다가 뭍으로 나온 김성한(43·가명)씨는 "물 색깔이 변했다고 언론에서 말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며 "조류경보가 발령된다고 (윈드서핑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인근에서 수상스키 대여점을 운영하는 업체 관계자도 "아직까지 손님이 줄어들지는 않았다"며 "흰색 티셔츠를 입고 물에 들어갔다 나와도 녹조류가 묻어나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경보가 발생하면 순찰과 함께 방송장비를 통해 수상 레져활동을 자제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라면서 "하지만 조류대발생이 발령되지 않는 한 아예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암사취수원을 비롯한 팔당댐~잠실수중보 구간 5군데에 대해 클로로필-a 농도와 남조류 세포수를 분석한 뒤 또 다시 기준을 초과할 경우 빠르면 9일 조류주의보를 발령하게 된다.

    또 잠실수중보하류 5개 지점도 1주일 뒤에 재검사를 해 기준치를 웃돌면 역시 조류주의보가 발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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