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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에서 무덤까지, 부러운 그 나라의 노인 복지



경제 일반

    자궁에서 무덤까지, 부러운 그 나라의 노인 복지

    • 2012-07-05 07:20

    [협동조합에 길을 묻다 ⑤]노인 복지 - 일본 ''소규모 다기능 거택 개호사업소''·''데이서비스 단란'', 덴마크 ''액티비티하우스 햄릿''

    올해는 세계 협동조합의 해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말부터 다섯 명 이상 모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에 들어간다.

    협동조합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CBS 노컷뉴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세계 곳곳에서 성공을 거둔 협동조합을 직접 취재했다. 그리고 이들의 성공사례가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에는 어떤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 노인의 나라 일본…노인 문제도 협동조합으로 푼다

    일본은 노인의 나라다. 이미 지난 2006년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개호(介護-곁에서 보살핀다는 뜻으로 수발, 간병의 의미) 보험 서비스도 자리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협동조합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일본 니가타 시(市)의 주택가. 일반 가정집으로 보이는 건물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 24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중증으로 며칠씩 머물러있는 노인도 간혹 있지만 아침에 와서 식사와 운동, 놀이를 하며 하루를 보낸 뒤 저녁이면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노인이 대부분이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노인들은 간식을 먹으며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인지증(認知症, 치매) 노인들도 모두 밝고 환한 모습이었다. 바로 이곳이 일반 가정집을 노인들이 생활하기 편리하게 개조한, 이른바 ''소규모 다기능'' 거택 개호사업소 1호점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2006년 개호보험 서비스를 민간에 위탁하자 니가타 사사에아이 협동조합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관리자인 짐보 케이코 씨는 "노인들이 먼 시설에 보내지지 않고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365일 서비스를 받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며 "이용자나 일하는 사람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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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의 직원은 모두 24명이다. 노인 이용자 수도 24명이어서 1대1 대응을 할 수 있어 이 서비스 수준이 높다는 설명이다. 일본 내 개호시설은 법적으로 노인 3명당 1명 이상의 직원을 두면 된다는데 왜 직원들이 이렇게 많은 걸까? 짐보 씨는 그 이유로 ''협동조합''을 들었다.

    "우리는 협동조합이잖아요. 수익을 추구하려고 사업하는 게 아닙니다. 물론 적자를 내서는 안 되지만 크게 이익을 남길 이유도 없어요. 수익이 나면 우선 이용자들을 위해 사용하고 그다음은 일자리 나누는 데 씁니다."

    직원들 역시 표정이 밝았다. 지난 40여 년 철근 다루는 일을 하다 퇴직하고 이곳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는 사토 하지매(67) 씨는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라서 아주 만족스럽다"면서 "나이 차이는 별로 없지만 조금 더 건강한 내가 이들을 보살피고 또 이들이 즐거워할 때 정말 좋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곳이 ''성공'' 사업장으로 자리를 잡아가자 주택을 기증하는 조합원도 나와 현재는 니가타 시에 소규모 다기능 거택 개호사업소 4호점까지 생겼다.

    사실 이곳만이 아니다. 일본의 협동조합 상당수가 노인 복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이타마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개호시설 ''데이서비스 단란''의 시바타 소장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앙케이트 조사 결과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시설의 만족도가 높게 나온다"며 "조합원들이 직접 결정권을 갖고 열정적으로 서비스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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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을 위한 나라 덴마크…노인을 위한 협동조합 ''액티비티 하우스 햄릿''

    덴마크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복지국가다. 흔히 ''요람(cradle)에서 무덤(tomb)까지'' 또는 ''자궁(womb)에서 무덤(tomb)까지''라고 지칭될 정도로 복지와 관련한 사회적 공공서비스(양육 보조, 의료, 교육, 보건, 고용, 실업 급여, 연금 등)는 체계적이며 광범위하다.

    한국의 노인이 경제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반면 덴마크 노인은 그럴 걱정이 없다. 국가에서는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연금 약 4,700크로네(약 91만 원)를 준다. 이들의 고민은 오히려 삶의 질이다.

    덴마크 동부 헬싱외르 시(市)는 해마다 20만 명이 찾는 관광 명소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무대 크론보르 성(Kronborg Castle)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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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싱외르 역에서 성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을 따라 걷다 보면 햄릿(HAMLET)이라는 이름의 건물이 있는데, 이 ''햄릿''에는 관광객이 아닌 노인이 몰린다. 이유는 다름 아닌 노인 시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시설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은 운영자가 있고 정해진 프로그램에 맞추어 회원들이 참여하지만, 햄릿은 회원들이 운영자를 뽑고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을 개설한다. 또 재능을 가진 회원이 직접 강사가 되어 다른 회원을 가르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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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은 그림, 손뜨개, 자수, 댄스, 노래, 인형 만들기, 버스 투어, 컴퓨터, 당구 등 29개나 된다. 모두가 회원들이 원해서 만들었다. 햄릿에서 개설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은 없다.

    햄릿의 킬스튼 올슨(Kirsten Olsen) 대표는 "회원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제안하면 무엇이든지 해보라고 한다. 무엇이든 해보기 전에는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르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처럼 회원들의 의견이 100% 반영될 수 있는 이유는 햄릿이 협동조합이기 때문이다. 1인 1표의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모든 회원이 자기 발언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협동조합''의 특징이다. 운영자부터 이사까지 모두 햄릿 회원들의 손으로 뽑았다.

    햄릿의 회원은 600여 명, 회비는 1인당 매달 125크로네, 한화로 하면 2만 5,000원 정도. 이렇게 적은 회비로 운영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건 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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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수익을 남기는 데 관심이 없다. 돈은 필요한 운영비 정도만 있으면 된다. 게다가 시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돈 걱정을 덜 수 있다. 시는 연간 75만 크로네(약 1억 4,500만 원)를 햄릿에 지원하는 동시에 건물 유지·보수까지 해 준다.[BestNocut_R]

    오히려 햄릿은 걱정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어떻게 하면 햄릿의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들이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가이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취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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