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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교육감 "나는 무죄다"



사회 일반

    곽노현 교육감 "나는 무죄다"

    곽노현 교육감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 방송 : FM 98.1 (14:05~15:55) ■ 진행 : 김미화 ■ 손님 :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 "흔들릴뻔 했지만, 사퇴는 억울해서 안된다는 가족들 만류"
    - "인사, 시설, 사학, 감사 등 4대 비리 근절이 성과"
    - "잘못된 교육 시스템 바꾸자는 사회적 합의 필요"
    - "강남북 교육 격차, 차등 예산 지원으로 해소위해 노력 할 것"

    ▶ 김미화

    오늘 미니 톡톡 미니콘서트 시작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초대 손님이 이분이 오신다고 했더니 특별히 관객들이 많이 오셨어요. 자탄풍에 강인봉 씨 반갑습니다. 강인봉 씨 팬들도 많이 오셨네요.

    ▶ 강인봉

    감사합니다.

    ▶ 김미화

    오늘 나오신 이 분을 노래로 소개해주세요. 목이 안 좋으시더라도.

    ▶ 강인봉

    연주로 해볼게요. (<학교종> 연주)

    ▶ 김미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나오셨습니다.

    ▶ 곽노현

    안녕하십니까. 만나서 반갑습니다.

    ▶ 김미화

    땡?(웃음) 취임 2주년. 세월이 빠르네요. 소감이 어떠세요?

    ▶ 곽노현

    우선 소감 물어봐주셔서 고마운데요, 제가 상황이 상황인지라 사람들이 잘 안 물어봐요. 물론 최선을 다한 기간이었는데요. 아쉬운 점이 제법 있죠. 씨 뿌린 정도라고 생각하고요. 아시다시피 제가 뜻하지 않은 사태로 걱정도 끼쳐드리고 서울교육에 차질도 빚어낸 데에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후반기에는 서울교육을 21세기 공교육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 김미화

    무엇보다 곽 교육감 나오신다고 해서 강인봉 씨가 좋아하셨어요.

    ▶ 강인봉

    부인이 현직 선생님이거든요. 오늘 나오신다고 하니까 힘내시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 곽노현

    정말 고맙습니다.

    ▶ 김미화

    2년 전에 곽노현 교육감님이 가지고 있던 꿈은 무엇이었어요?

    ▶ 곽노현

    제가 당시에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님의 위촉을 받고 학생 인권 조례 제정위원장이었어요. 그러면서 굉장히 많은 선생님들, 학생들, 학부모를 만났는데요.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반 수 가까이가 학교에서 자고 있다는 거예요. 제가 이 얘기를 듣고 ''''아이구, 큰일 났구나. 20년 후 우리 민주주의가 잠 자겠구나''''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왜냐면 지금 교실은 20년 후 우리 사회의 속살이 됩니다. 그래서 공교육을 살려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요. 또 하나는 요즘 많은 분들이 우리 민주주의가 왜 이러냐 이런 걱정을 하시잖아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한쪽에서는 발전한 것 같은데 한쪽에서는 왜곡도 있고 지체도 있어요. 왜 그럴까. 그 이유가 공교육에 있더라고요. 20-30년 전에 우리가 배운 게 무엇이었나 생각해보면, 우리가 학교에서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배웠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두 쪽 다 민주주의와 관련 있습니다.

    지금 현재 민주주의 상태를 설명하는 데도 공교육에서 원인을 찾게 됐고, 지금의 공교육을 보면서 20년 후의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게 된 거예요. 이것 제대로 잡지 않으면 큰일 나겠구나 하는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 김미화

    자평을 하자면?

    ▶ 곽노현

    글쎄요. 본인한테는 후할지 모르겠는데요. 제가 말씀드린 건 영 안 맞죠.

    ▶ 김미화

    아, 그래도 해본다면?

    ▶ 곽노현

    이런 꼬임에 빠지지 말라고 우리 애들이 얘기해줬거든요. 잘 들여다보면 잘 안 알려져서 그렇지 아기자기하게 있습니다.

    ▶ 강인봉

    모든 것이 교육감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정책을 추진하시다고 부딪히는 부분도 많을 텐데요.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드셨어요?

    ▶ 곽노현

    교육계에는 제가 도착했던 당시에 관료주의와 권위주의가 굉장히 셌습니다. 학교는 비교와 경쟁을 해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것에 낯설었고요. 학교는 민주주의의 학습장, 우정과 환대의 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잘 들여다보니 학교에 관료주의와 권위주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어요. 그것을 걷어내는데 제가 골몰하기 시작했었습니다.

    ▶ 김미화

    정책에 대한 얘기는 나눠봤는데, 본인에 대한 얘기는 많이 안 하신 것 같아요. 강인봉 씨가 질문하시면 대답해주세요.

    ▶ 강인봉

    질문드리겠습니다. 어린 시절에 나는 모범생이었다?

    ▶ 곽노현

    네, 그렇습니다.

    ▶ 강인봉

    뭔가 부족한 것을 느껴 본 기억이 있다?

    ▶ 곽노현

    물론 있죠.

    ▶ 강인봉

    일탈을 해본 추억이 있다?

    ▶ 곽노현

    큰 일탈은 안 했습니다.

    ▶ 강인봉

    드라마를 보다가 마음이 찡해진 적이 있다?

    ▶ 곽노현

    저는 울보라 감동을 잘 받아요. 이것은 수도 없이 있습니다.

    ▶ 강인봉

    법학 공부하기를 참 잘했다?

    ▶ 곽노현

    많지는 않았고요. 나이 먹고 여러 가지 일을 하다보니까 도움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강인봉

    애창곡이 있다?

    ▶ 곽노현

    있죠.

    ▶ 강인봉

    애창곡이 점점 변해간다?

    ▶ 곽노현

    잘 안 변해갑니다.

    ▶ 김미화

    애창곡이 뭐예요?

    ▶ 곽노현

    마이 웨이

    ▶ 강인봉

    메기의 추억도 자주 부르신다고.

    ▶ 김미화

    일탈의 추억이 있다고 하셨네요?

    ▶ 강인봉

    어떤 일탈이셨어요?

    ▶ 곽노현

    별다른 일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일탈이라 하기에도 뭣하네요. 아무튼 법과대학 다니면서 비고시파로 있는 게 일탈이라면 일탈이고요. 고등학교 때 자꾸 사회의식이 강해서 당시 <신동아> 같은 잡지를 열독하고요. 중학교 3학년 때쯤부터요.

    ▶ 김미화

    어렸을 때 별명은요?

    ▶ 곽노현

    특별한 것은 없었어요.

    ▶ 강인봉

    어릴 때 큰 수술을 받으셨는데, 불편함이 아직도 있으신 거죠?

    ▶ 곽노현

    눈 수술을 받았어요. 지금도 불편한 게 있죠. 조금 피곤하면 2개로 보이고요. 그것 때문에 군대도 못가고요. 사실 진짜 불편한 것은 네댓 명이 앉아있고 그 분들 중 한 분하고 대화를 하면 옆에 분이 대화를 자기를 보고 말을 하는 줄 알아요. 저와 대화하는 분이 답변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요. 왜냐면 제가 12시 5분이거든요.(웃음) 제가 보는 분의 오른쪽에 앉은 분이 ''''이상하다. 내 옆 사람한테 말을 거는 것 같은데 시선은 나한테 있네''''하며 당혹해하시는 게 난처하죠.

    ▶ 김미화

    그럴 때는 살짝 째려보세요.(웃음) 그래서 의식적으로 보실 때 눈동자를 돌려보시나요?

    ▶ 곽노현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미 12시 5분이니까. 바꾸려하면 더 난처해해요. 아이들하고 특히. 아이들 거짓말 안 하잖아요. 학교 찾아가서 얘기하면 그런 장면이 연출이 되요.

    ▶ 김미화

    태어날 때부터?

    ▶ 곽노현

    그런 것 같아요.

    ▶ 김미화

    드라마 보고 많이 운다고 하셨잖아요. 나이 들면서 그렇게 눈물이 나던가요?

    ▶ 곽노현

    저는 어려서부터 줄기차게 그랬던 거 아닌가 싶어요.

    ▶ 김미화

    신동아 보면서요?(웃음)

    ▶ 강인봉

    당시에는 슬픈 얘기들이 많았어요.

    ▶ 곽노현

    나이 먹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 김미화

    강인봉 씨 목소리 평가를 해주신다면? 손석희 씨 목소리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요.

    ▶ 강인봉

    비강이 울리는 쪽이시거든요. 약간 훈련을 쌓으시면 두성발성도 가능하실 것 같아요.

    ▶ 김미화

    언제부터 목소리가 좋으셨어요?

    ▶ 곽노현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성대결절이에요.(웃음) 목소리 좋다는 얘기는 어려부터 듣기는 했습니다.

    ▶ 김미화

    곽노현 교육감님은 엘리트 코스를 거치셨어요. 경기고, 서울법대, 펜실베니아대학. 그래서 저 분은 살면서 힘든 경험을 해봤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 강인봉

    가장 힘들었다? 이런 게 가장 부족했다?

    ▶ 곽노현

    제가 고등학교를 들어왔더니, 저 혼자였어요. 아무도 아는 동창이 없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보니까 아이들이 문예체에 능한 아이가 많더라고요. 인문적 지식이나 예술적 소양이나 운동. 내가 굉장히 부족한 것이 많다는 것을 충격적으로 느끼게 됐어요. 그 다음부터 문화와 교양에 의식적으로 시간을 쏟기 시작했어요. 거기에 눈 뜬 거죠. 정신적으로 조숙한 아이들을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고요. 대학교 와서 보니까 데모를 하잖아요. 대학원 다닐 때도 데모에 빠진 적이 없었는데요.

    ▶ 김미화

    데모하며 법 공부를 어떻게?

    ▶ 곽노현

    안 했죠.(웃음) 보니까 제일 앞줄에서 서있는 아이들을 보면 용기가 있다.. 저는 3번째 줄에서 섰어요. 뒤에서 맞으면 약이 없고 맨 앞에서는 눈에 띄고.. 저만한 용기가 결핍됐구나 라고 생각했죠.

    ▶ 김미화

    곽노현 교육감님 모신다고 하니까, 청취자 분들의 2년 재임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어요.

    - 다른 사람들이 아니다 어쩌다 말해도 자기 주관대로 끌고 나가시는 것은 잘 하신 것 같고요.
    - 본연의 업무보다 외적인 일로 너무 부각된 것 같아요. 진보와 보수의 색깔 구분에 의해서 교육감 본인의 업무를 너무 못하지 않았나
    - 무상급식을 잘 했기 때문에 그것만 해도
    - 적당한 체벌은 아이들을 통제하는데 있어서 선생님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체벌을 전면 금지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를 맘 놓고 부모들이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 학교 폭력에 관한 문제가 수면위로 많이 떠올라서 인식이 바뀐 것 같아요.
    - 학교 분위기가 투명해졌다? 계속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김미화

    어떻게 들으셨어요?

    ▶ 곽노현

    바깥에서 보시는 것들이 멀리서 보더라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기 때문에 정확한 것이 많습니다. 저런 말씀에 귀 기울이고 저도 부족한 것이 뭔지 계속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 김미화

    요즘 아이들이 왜 행복하지 못할까요?

    ▶ 곽노현

    기본적으로는 아이들한테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어요. 우리 부모들이 그냥 부모들의 욕망이라고 할까. 물론 아이들을 위한 욕망이지만. ''''너희들만큼은 정규직으로 공무원으로 안정적으로 행복하게 살아야한다. 그러려면 좋은 대학을 가야한다. 그러려면 자나 깨나 국영수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학교마치면 학원을 가야하고. 이렇게 12년을 보내면 네 미래가 창창해진다.'''' 이런 생각으로 아이들은 몰아대시거든요. 더구나 엄친딸, 엄친아가 등장하잖아요. 애들은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경쟁을 강요받아요. 그럼 아이들은 숨통을 틀수가 없는 겁니다.

    아이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공부, 공부, 공부 잔소리에 치이게 되고, 부모님과 관계가 틀어지고 입을 닫게 되요. 내 마음 갈 곳을 잃고 내 마음 둘 곳이 없잖아요. 이러면서 좌절, 분노가 남에게 향하면 폭력과 왕따가 되고 내부로 향하면 우울과 자살, 절망이 된단 말이에요.

    우리 어른이 아이들의 필요를 보지 않고 어른들의 욕망을 주입시키고 있는 거죠. 아이들이 자율이나 자유를 느낄 수가 없는 거예요. 자발적으로 자기주도적으로 하는 것에서 오는 보람 같은 것과는 담을 쌓고 오직 교과서 속 국영수 공부에 매진하게 되는 거죠. 이것이 집안에 희망으로서 네가 할 일이라고 부모님들이 말씀하시니..

    ▶ 김미화

    그렇다면 지금 학교 교육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 곽노현

    기본적으로 ''''제가 원하는 학교 교육이 이겁니다''''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맞다고 할 거예요. 다만 현실이 그렇지 않지 않느냐. 현실은 교육감 권한 밖의 사안입니다. 현실은 불안경제, 그 밑에 서열화된 대학이 있고, 여기에 기를 쓰고 명문대에 짚어 넣고 싶은 욕망, 거기에 부응하는 명문대의 난도 높은 시험 출제, 여기에 맞추는 고교 교육과정, 이거에 따라 아이들은 사교육 시장을 내몰아 2-3년 선행학습을 시켜야 하고.. 이런 일련의 원인과 결과들이 있거든요.

    이 부분을 사회적 합의로 바꿔내지 않고는 올바른 교육으로 갑시다 라고 말하는 것은 학부모 마음속에 와 닿지 않는 거예요. ''''내 자식만은 지금 현재 명문대 바늘 구명에 집어넣기 위해 말하는 방법이 아니라 내가 아는 방법은 선행학습이야''''라고 하는 거죠.

    ▶ 김미화

    불안해요. 선행학습 안 시키면.

    ▶ 강인봉

    친구 아들, 딸들은 학원 가는데 우리 아이는 집에 있으면..

    ▶ 곽노현

    우리 아이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옆집이 하니까 따라한다는 거예요. 그럼 옆집 엄마랑 다 같이 하지 말자고 결의를 하면 되요. 이걸 어디서 하느냐하면, 학교 단위로 학급부모회가 있고, 학년부모회가 있고, 학교전체부모회가 있고, 학교운영위원회가 있잖아요. 나 혼자 있을 때는 내 새끼 주의밖에 남는 게 없어요. 이기적으로 행동할수록 모두가 힘든 겁니다.

    내 노후자금을 다 쏟아 넣어서 애들 교육시키는데 애들 90%는 하늘대학 못가잖아요. 그러면 꿈에서 멀어지고 여기서 상처가 생기고.. 힘을 합쳐서 잘못된 교육 시스템을 바꿔보자고 가야죠. 이런데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임무예요.

    ▶ 김미화

    재임 중에 내가 가장 잘한 일은?

    ▶ 곽노현

    하나로는 도저히 꼽을 수가 없고요.(웃음) 저는 무엇보다 원래 서울시교육청이 인사비리, 시설비리, 사학비리 그리고 이 비리를 파헤쳐야할 감사가 내 식구 감싸는 감사비리. 이 4대 비리를 제가 와서 싹 없앴다. 이 부분이 제일 자랑스럽고요. 그것이 현장에서도 체감된다고 입을 모으고 계시고요.

    ''''자, 그러면 맞다 당신이 얘기하는 교육철학 다 맞는 얘기다. 그것 중요한 거 누가 모르냐, 그런데 현실은 이렇다'''' 하면서 반발을 하셨잖아요.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지금 여기서 가능한 더 나은 교육이 있다는 것을 보여 드려야 하거든요. 그것이 혁신학교예요. 곽노현표 교육철학과 교육정책을 집대성해서 눈으로 보여드린 곳이 59개 초중고가 서울 전역에 생겼다는 것. 이것이 제가 대안을 보여드린 거니까. 이게 제대로 된다면 확산되지 않을까요.

    ▶ 김미화

    아쉬운 부분은 없으세요?

    ▶ 곽노현

    아쉬운 것은 많죠.

    ▶ 강인봉

    요것만큼은 꼭 고쳐놓고 말겠다. 하는 것은?

    ▶ 곽노현

    사실은 전 수업 혁신인데요, 21세기를 감성의 시대, 지식의 시대, 인성의 시대, 협동의 시대, 네트워크의 시대라고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 학교 교실마다 아이들을 국영수 점수 경쟁으로 모래알을 만들어놓고 있죠. 협동교육으로 바꿔야 합니다. 수업시간에 아이들끼리 모듬을 이뤄서 모듬 구성원끼리 협동하고, 발표, 토론하게 해야 합니다.

    발표와 토론은 민주주의의 핵심이고요, 모둠과 협동은 협동교육의 핵심이에요. 그럼 수업방식을 칠판을 앞에 두고 아이들 시선을 선생님에게만 향하게 하는 일제식, 주입식 강의에서 아이들끼리 활동하는 수업, 발표와 토론 수업으로 바꿔야 합니다.

    ▶ 김미화

    강남/북 교육격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곽노현

    강남/북 교육격차는 한마디로 사는 지역에 따라서 학교의 교육력이 다르다는 것 아닙니까.

    ▶ 강인봉

    학교보다 사교육 아닐까요?

    ▶ 곽노현

    결국은 돈이에요. 맞습니다. 저는 공교육의 가장 큰 책임은 가정환경의 격차를 이기게 하는 것이다. 제가 계급 계층을 이기는 공교육을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요. 잘 사는 가정이 특정 구에 모여 살잖아요. 못사는 가정이 특정 지역에 몰려 살고요. 어떤 지역의 학부모는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어떤 지역의 학부모는 상대적으로 부자예요. 학교마저도 격차가 난다면 큰 일 나겠죠.

    그런데 현실에는 그렇게 되기 쉬워요. 그래서 가난한 지역의 학교를 더 부자로 만들어줘서 가난한 지역 아이들이 부족한 것이 없도록 넉넉한 마음을 느끼도록 해야죠. 이것을 근본적 목표로 삼고 모든 교육정책에서 학교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기는 부분을 걸러내야죠.

    ▶ 김미화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가지고 계세요?

    ▶ 곽노현

    첫 번째는 가난한 집의 아이나 장애를 가진 아이와 부잣집 아이나 장애가 없는 아이는 같은 한 명이지만, 교육재정 투입은 달라야겠죠. 만약 똑같은 교육비를 투입한다면 가난한 집 아이나 장애를 가진 아이를 차별하는 셈이거든요. 기계적 평등주의로는 절대로 실질적 평등을 이룰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예산 배정방식을 실질적 평등으로, 그래서 가난한 지역을 더 우대하는 더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전환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가장 우선이고요. 더 필요하고 더 가난한 지역에는 더 우선적으로 줘서 더 풍요로운 학교로 가야 합니다. 그래야 간신히 격차를 메울 수 있어요.

    ▶ 김미화

    그러려면 재판에서 무죄가 되셔야 하는데. 1, 2심 모두 유죄 확정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재판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 곽노현

    지금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가있습니다. 걱정이 많으냐고 물어보셨죠? 저는 우리나라 최고 사법기관이 최고의 분별력을 발휘해서, 처벌해야할 것과 처벌해서는 안 될 일을 분별해 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혀 걱정으로 들끓는 밤, 하루도 없었습니다.

    ▶ 김미화

    재판하고 관련해서 사람들이 가장 오해하는 것이 있으세요?

    ▶ 곽노현

    사람들이 제가 직접 또는 제3자를 내세워서 상대후보를 매수했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1, 2심 법원 모두가 곽노현이 매수할 생각을 전혀 갖지 않았고, 오히려 거꾸로였다. 전혀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다 확인을 해주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흔한 말로 매수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 김미화

    그런데 2억 원이었잖아요. 2억 원을 후보 단일화를 한 상대후보에게 대가성 없이 건넸다는 말을 어떻게 믿으라는 건지, 이런 말도 있어요. 상황 설명을 해주세요.

    ▶ 곽노현

    제가 선거 끝나고 취임 후 4개월 반쯤 돼서야 어떤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너무나 놀랐고 하늘이 노래졌죠. 저는 취임 100일 막 지난 시점이라 전혀 신경 쓸 틈이 없어서 제가 가장 믿는 친구에게 ''''오해나 원망을 풀어줘야겠다. 네가 아니면 이 일을 해낼 사람이 없겠다. 상대방 후보는 약속했는데, 시치미 뗀 사람으로 오해하고 있으니...'''' 그런 상황에서 제 친구가 저를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 너무 딱하다는 거예요. 그렇게 된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액수가 너무 크지 않으냐고 해요. 통념상으로는 그렇죠. 그런데 상황을 보시면 상대후보였던 사람은 저와 단일화를 하기 위해 사퇴를 한 분이고, 그것 때문에 빚이 많이 쌓이고 큰 곤궁에 처한 거예요. 제가 몰라라 할 수 없는 거죠. 굉장히 특수한 관계가 됐다고 보시면 되요. 한 사람은 교육감이 되고 한 사람은 어렵게 되고. 선거와 관련해서 빚더미에 앉게 되면 한 두푼이 아니거든요. 이 사람이 최소한의 앞가림을 할 수 있고 재기할만한 수준은 돼야...

    ▶ 김미화

    지금도 나는 무죄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 곽노현

    물론이죠.

    ▶ 김미화

    교육감직 사퇴는 고민 안 해보셨나요?

    ▶ 곽노현

    무죄라 치더라도 워낙 돈도 물어내야하고 복잡하고. 변호사 친구들이 말하기를 이것은 매수 행위를 안 한 것은 분명한데 그렇게 인정받아도 이것은 처벌될 수 있다는 식의 얘기도 하고. 아주 복잡다단하니까 제가 잠시 흔들릴 뻔 했어요. 그런데 우리 가족들이 그것은 말이 안 된다. 큰 아들이 제가 벌어서 아버지 잘 모실 테니까 아무 염려 말고...(웃음) 억울해서 어떻게 지내시려고요 하면서...

    ▶ 강인봉

    사퇴를 고민하셨군요.

    ▶ 곽노현

    잠시 그랬습니다.

    ▶ 김미화

    옥에 갇히셨잖아요.[BestNocut_R]

    ▶ 곽노현

    130여일 됐습니다.

    ▶ 김미화

    편지 쓰신 걸로 책이 나왔어요.

    ▶ 곽노현

    네. 최근에 <나비>라는 책을 냈습니다. 제가 교육감이 된 다음 강렬한 필을 받은 날 트윗을 날렸어요. 옥에서는 못 날리고 교육감이 되고 나서요. 부지런히 교육철학과 교육정책에 대한 단상을 트윗으로 날렸어요. 그것을 골라내고 또 제가 옥중 일지를 썼어요. 제 집사람과 늘 30분이상 대화를 하는데 거기서는 그게 안 되잖아요. 제가 그 좁은 공간에서나마 날마다 집사람하고 나눠야지 하고 날마다 일지를 써서 보냈어요. 그것을 편집해서 편지로 묶은 거죠.

    ▶ 강인봉

    그렇게 생각하면 옥중 생활이 나쁜 것만은 아니네요.

    ▶ 김미화

    좀 들어가 보실려고요?(웃음) 아까 얘기하신 친구, 강경선 교수님.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실 것 같아요.

    ▶ 곽노현

    함석헌 선생님이 장준하 선생님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쓰신 시인데요. <그대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 들어보셨나요? 만리길 나서는 길 / 처자를 내맡기며 / 맘 놓고 갈만한 사람 (중략) 탔던 배 꺼지는 시간 /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 그 사람 (중략) 불의의 사형장에

    서 /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 저만은 살려두거라''''일러줄 / 그 사람(이하 생략)강 교수는 저에게 바로 그 사람이에요.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왜냐면 이 세상에 그 사람을 가졌는가 8~9번 함석헌 선생님이 묻거든요. 아무 망설임 없이 아무 주저 없이 ''''네, 가졌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분이 몇 분 될지 모르겠지만, 그 중 한 사람이거든요. 제가 힘들거나 갈피를 못 잡을 때 언제나 함께 논의해줘요. 상황적으로 적합한 해법이나 조언을 제시해주고. 제가 정말 사랑하고 존경하는 친구죠.

    ▶ 김미화

    충주에 반바지 입은 학생 인상적이던데요. 서울도 여름에 반바지 교복 어떤가요?

    ▶ 곽노현

    지금 서울 시청에서도 직원 전체가 반바지 입어도 되잖아요. 학교에서도 안 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지금도 교장선생님께서 학운위와 의논하면 그런 학칙을 만들 수 있습니다. 교복은 학칙 상이기 때문에 지금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 김미화

    중고등학교 때는 한껏 멋 내고 싶어 하잖아요. 자기 딴에 멋 낸다고 화장도 좀 하는 모습이 너무 예쁘거든요. 엄마 입장에서는 교복 입히는 게 돈도 안 들고 편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애들이 멋 다 내거든요. 그렇게 따지면 애들 편하게 내두는 것은 어떤가요?

    ▶ 곽노현

    저는 궁극적으로 교복을 꼭 고집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요. 교복 안 입는 날도 정해서 아이들에게 개성을 표출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들이 지레 짐작으로 걱정하시는데, 대부분 규제는 어떻게든 그것을 벗어나게 하려는 꼼수를 낳고요. 풀어주고 자율적으로 해보라고 하면 품위를 만들어내요.

    혁신학교에서는 복장규제, 두발규제 안하거든요. 심지어 피어싱까지 허용하는 학교도 있어요. 그런데 피어싱 거의 안 합니다. 잠깐 하다 말고요. 해보고 싶어서 한 번 한거지 그거 해보고 싶은 마음이 도덕적으로 비난 받아야 할 것은 아니라는 거죠. 좀 넉넉하게 생각하시고 아이들 믿어줘도 되겠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김미화

    혁신학교 얘기를 하셨잖아요. 정확하게 혁신학교는 어떻게 운영되나요?

    ▶ 곽노현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이 힘을 합쳐 운영하고 계시고요. 가장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시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학교 운영의 혁신, 즉 평교사를 운영에 참여시켜 선생님의 주인의식을 최대한 살리고 자발성을 이끌어 내는 거예요. 이 힘으로 수업 혁신에 나서게 합니다. 그래서 수업을 통해서 민주시민 교육이 되고, 수업을 통해서 문예체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덕성 가치가 흘러 다닐 수 있도록.

    ▶ 김미화

    학생들의 만족도는요?

    ▶ 곽노현

    높죠. 선생님들이 생활지도 패러다임을 인권, 상호존중으로 바꿔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더 의젓해지고,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합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파라다이스로 바뀌는 것은 아니고요. 그러나 사람들이 걱정했던 것과는 딴 판으로 아이들이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나이스하게 변화하시고 수업지도와 생활지도 전문성이 강화되면서, 그 힘으로 아이들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변화시킵니다. 그러면서 선순환이 시작해요. 그것이 21세기형 공교육이자, 공교육의 새 표준입니다. 우리가 유학 보내고 싶어 하는 선진 공교육의 모습입니다. 여기서 일어나고 있고요. 확산될 겁니다.

    ▶ 김미화

    한 시간이 훌쩍 지났어요. 학부모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짧게 부탁드려요.

    ▶ 곽노현

    학부모님들은 아이들이 반듯한 인간으로 커서 행복하게 살길 원하시잖아요. 그럼 한 번 자문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과연 행복하고 반듯한 사람을 자유를 줘서 키울 것인지 통제로 키울 것인지, 남하며 비교하며 상처 주며 스스로 자기주도적으로 꿈을 찾으라고 하며 키울 것인지. 어디에 베팅하시겠습니까? 자유와 권리에 베팅해서 의무와 책임으로 가는 길을 열어두시겠습니까? 아니면 통제와 간섭에 베팅하시겠습니까? 맘마보이로 만드시겠습니까?

    이 터프한 세상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헤쳐 나갈 힘, 역경마저 기회로 만들어 내는 사람으로 키우시겠습니까? 베팅하셔야 합니다. 90% 지금까지 학부모들이 실패하셨습니다. 우리가 모두가 베팅하면 서울대는 못가도 인성 좋은 자식은 만드실 수 있거든요.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 김미화

    부모가 행복한 세상은 아이들도 살기 행복한 세상이 되겠죠. 교육감님도 행복한 일만 많이 일어나길 바라면서, 강인봉 씨. 마지막으로 노래 선물 주셔야죠.

    ▶ 강인봉

    제가 만든 노래인데요, <아빠가 미안해="">라는 노래입니다.

    ▶ 김미화

    강인봉 씨 노래들으며 마치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곽노현

    2년이 지나는 반환점에서 잘못하면 쓸쓸할 뻔 했는데,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미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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