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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는 줄일지언정 해고는 없습니다…협동조합이니까"



경제 일반

    "급여는 줄일지언정 해고는 없습니다…협동조합이니까"

    • 2012-07-02 06:00

    [협동조합에 길을 묻다 ②] 대량해고 문제 - 이탈리아 ''Risto3''와 캐나다 ''MEC''

    올해는 세계 협동조합의 해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말부터 다섯 명 이상 모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에 들어간다.

    협동조합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CBS 노컷뉴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세계 곳곳에서 성공을 거둔 협동조합을 직접 취재했다, 그리고 이들의 성공사례가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에는 어떤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2010년 겨울, 한진중공업은 무려 350명에 달하는 대규모 정리해고를 통보한다. 수주불황이 이유였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이 해외에 설립한 필리핀 수빅조선소에는 선박 수주가 밀려들었다. 그 해에 한진은 주주들에게 170억 원이 넘는 주식배당을 실시했다.

    2009년 쌍용차에서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은 아직도 거리를 떠돌고 있다. 회사 사정이 나아지면 다시 부르겠다던 약속은 아직도 온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쌍용차 노동자들과 가족 22명이 목숨을 저버렸다.

    ◈ 해고자들이 세운 회사, Risto3

    유럽 재정위기는 이탈리아를 불황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탈리아 곳곳에서는 대량해고의 칼바람이 불고 있고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트렌토 현(縣)에 위치한 급식협동조합 ''리스토3''(Risto3). 지역 내 회사와 병원, 학교 등 곳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트렌토 지역 내 급식업의 선두 주자로 발돋움한 회사다.

    리스토3 또한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누구도 해고를 걱정하지 않는다.

    세르지오 비글레티(Sergio Vigliotti)

     

    리스토3의 세르지오 비글레티(Sergio Vigliotti) 대표는 "매우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급여를 줄일지언정 해고는 하지 않는다"며 잘라 말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해고한 적이 없습니다. 어려운 시기에는 경영자부터 노동자까지 모두가 함께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다. 이것이 협동조합의 정신입니다."

    리스토3가 어려움 속에도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 회사가 정리 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세운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1978년, 주정부 법률에 의해 학교 급식을 담당하던 기관들이 문을 닫았다. 요리사를 비롯한 여자 점원들이 대량 해고를 당하고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았다.

    오랜 기간 동고동락했던 이들은 창업으로 다시 뭉쳤지만 요리와 서빙밖에 할 줄 몰랐던 이들은 협동조합 창업 1년 만에 실패하고 만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함께 일하기를 원했다.

    "이전에는 일을 하려면 매년 회사와 계약을 해야 했습니다.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였습니다. 그랬기에 초기 조합원들의 최우선 목표는 적게 벌더라도 안정된 일자리를 갖고자 했습니다."

    1982년 세르지오를 비롯한 조합원들은 전문 경영인을 초청해 실패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경영 교육을 받았다.

    리스토3이 운영하는 한 구내식당. 가격이 저렴하고 맛도 좋아 주변 회사에서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 (유연석 기자)

     

    돈이 없었기 때문에 긴축경영을 했다. 모든 직원이 최소 급여만 받았고, 보너스·성과금 등을 없앴다. 퇴직금 지급 체계도 손봤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긴축경영이었지만 견뎌야만 했다. 실로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는 기간이었다. 고난의 기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긴축경영 1년 만에 흑자를 내기 시작했고,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조합원 400여 명에, 직원이 1,000여 명이나 되는 건실한 회사로 성장했다.

    대량해고의 아픔.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게 해준 협동조합의 정신이 현재의 불황을 이기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 대량해고가 불가능한 협동조합 기업, MEC

    협동조합은 규모가 아무리 크더라도 대량해고 자체가 구조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캐나다 최대의 아웃도어 브랜드인 MEC는 조합원 수 330만 명에 캐나다 전역에 대형 매장 15개를 보유하고 있는 거대 협동조합이다. 직원 수는 1천544명, 지난해 2억7천만 달러(약 3천2백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대한 이윤을 내서 주주 배당을 해야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은 배당을 하지 않는다. 대신 MEC는 양질의 장비를 최소한의 마진으로 공급해 조합원 편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캐나다 최대 아웃도어 브랜드인 MEC 매장. 캐나다 전역에 15개의 매장이 있다. (MEC제공/ 노컷뉴스)

     

    5달러의 가입비를 내고 조합원이 되면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해마다 열리는 조합원 총회에 참석할 수 있다. 온-오프라인 투표를 통해 이사회(Board of Directors)를 선출하는 권한도 주어진다. MEC의 구매자 뿐 아니라 직원들도 모두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사장이나 말단 직원이나 각자 한 표씩만 행사하는 조합원이다 보니, 경영진이 독단으로 대량해고라는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구조다.

    MEC 홍보담당 마크 제임스(Mark James)는 ''''협동조합 기업은 정기적인 주식배당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3년에서 5년 정도의 장기적인 전략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며 ''''따라서 조직개편을 할 때도 대량감원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BestNocut_R]

    지난해 MEC의 최고경영자가 받은 임금은 직원 평균 임금의 9.2배에 불과했다. 캐나다 상위 1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직원 봉급보다 189배나 더 많이 가져간 사실에 비추어보면 놀라운 일이다.

    모두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협동조합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MEC가 캐나다에서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Canada''''s Top 100 Employers)에 선정된 저력도 이런 협동조합의 특성에서 나온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취재, 작성되었습니다.)

    대학 산악부 6명으로 출발한 MEC
    19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 캐나다에는 제대로 된 등산장비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항상 돈에 쪼들렸던 대학 산악부 학생들은 밴을 몰고 미국의 시애틀까지 원정을 가서 등반용 로프나 빙벽 도끼 등을 사 왔다. 세관에서 세금을 물지 않으려고, 몇 번 사용한 것처럼 위장해 들여오는 방법도 동원했다.

    그러던 중 1970년 여름, 베이커 산(Mount Baker)으로 등반을 갔던 4명의 부원들이 ''''우리가 밀수꾼도 아니고 이럴 바에 차라리 협동조합을 하나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하게 되고, 이듬해 8월 2일 조합원 6명에 자본금 65달러의 협동조합 MEC가 설립된다.

    처음에는 매장도 없이 밴에다 샘플을 싣고 다니며 보여주며 조합원들이 공동구매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공급했다. 첫 3년 동안은 수익이 미미했고 봉급도 없이 회사가 운영됐다. 자신이 책정한 가격으로 팔지 않으면 물건을 주지 않겠다고 업자들에게 거절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질 좋은 상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조합원은 꾸준히 늘어났고, 1973년 밴쿠버에 첫 매장이 들어섰다.

    회사는 성장을 거듭해 설립 10년째인 1981년에는 조합원이 5만 7,000명으로 불어났고, 20년째인 91년에는 33만 명으로 급증했다. 연매출도 3,6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설립 40년, 조합원 330만 명에 매출 2억 7,000만 달러를 기록할 때까지, 회사 설립멤버인 6명은 단 한 번도 수익을 요구하거나, 수익 배분을 둘러싼 소송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5달러의 가입비를 낸 조합원의 한 사람으로 열성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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