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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40시간 살인노동 ''전공의''... "의사든 환자든 죽어야 해결"



보건/의료

    주 140시간 살인노동 ''전공의''... "의사든 환자든 죽어야 해결"

    "지금 모든 병원에서 근로기준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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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 갈 시간도, 밥먹을 시간도 없다. 1년 내내 당직을 서는 경우도 있다"

    "기계도 계속돌리면 고장날 수 있는 데 사람을 계속 돌리면 실수하는 빈도, 확률이 늘어나고 그게 환자들에게 갈 수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합쳐 일주일에 140시간을 근무한다면 하루 근무시간은 20시간이다. 100시간을 근무하면 하루 15시간 넘게 일주일을 꼬박 일하는 셈이다. 얼마간 버틸 수는 있지만 오래 지속하기 힘든 노동시간이다.

    그럼에도 주 140시간, 100시간 근무를 수 년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문의가 되기전 수련 과정에 해당하는 전공의(레지던트, 인턴)가 그들이다.

    모 대학병원 레지던트 3년차인 A씨는 한 주에 평균 100시간을 근무한다. 그나마 지금은 나은 편이어서 1년차때는 주당 120시간 가량을 근무했었고, 140시간 근무한 동료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지 40년이 넘었지만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전공의(레지던트)들은 아직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집단 가운데 하나다.

    전공의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은 3차례나 있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병원들이 지키지 않는다.

    이른바 ''빅5'' 병원중 한 곳에서 전공의 과정을 밟다가 중단한 B씨는 "지금 모든 병원들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목숨을 잃는 전공의들이 있지만 과로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A형 간염에 감염돼도 산재처리를 못받는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의사가 죽든, 환자가 죽든 누군가는 죽어야 해결되는 문제라는 자조석인 한탄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레지던트가 병용금기약을 처방해 환자가 죽음에 이르자 유가족들이 병원에 소송을 내면서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이 80시간으로 줄었고, 일본은 전공의가 사망하면서 근로시간이 줄었다고 한다.

    전공의들을 힘들 게 하는 것은 노동시간만이 아니다. 노동강도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B씨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주간에 5,60명의 환자들을 진료한다. 물건을 찍어내듯이 환자를 봐야 한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이 전공의들인 주치의가 환자 상태가 어떤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저 어느 병실에 몇 번째 침상에 있는 환자라는 정도만 아는 수준이다.

    밤에는 당직 근무를 서는 데, 당직 다음날에 쉬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당직을 한 달에 25일 가량 선다.

    낮과 밤을 이렇게 보내다보면 의사가 환자를 보는 건지, 환자가 의사를 보는 건지 헷갈린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환자의 건강권이다. B씨는 "전공의가 건강해야 환자가 건강하고 전공의가 피곤하면 환자가 위험해 진다"고 말했다.

    결국 참다못한 전공의들이 28일 대한의사협회에 모여서 궐기대회를 열었다. 근무시간 단축은 인권의 문제라며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게 해 달라는 게 주된 요구였다.

    다음달 14일에는 전공의 총회를 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울 방침이다. B씨는 그동안에도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실제 행동에 나선적은 없었다며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았다.

    다행히도 보건복지부가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에 대한 입법예고를 마감하면서 전공의 3~4년차를 야간.공휴일에 응급실 전문의로 배치하도록 한 당초안을 삭제했다. 전공의들이 휴일이나 밤에 당직을 안서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그렇게 될까? B씨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복지부나 병원들이 당직의를 ''백 듀티(Back Duty)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BestNocut_R]

    ''백 듀티'' 개념의 당직의는 야간에 병원에 남아 있지 않고 밖에 있다가 연락이 있으면 오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응급실 의료진과 당직의 사이의 시.공간적 거리를 메워줄 누군가가 필요한 데, 그게 전공의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는 것이다.

    담당 교수가 당직의라도 걱정스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도제식 교육체계에서 스승이 당직을 서면 제자들도 함께 남을 수 밖에 없다. 교수와 함께 비자발적으로 당직을 서지만 돈은 돈대로 못받고 근로시간으로 인정도 못받을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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