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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 고통에 눈 감은 공교육



책/학술

    문맹 고통에 눈 감은 공교육

    30여년간 문맹퇴치신화 도취 문해력 등 기능적 문제 등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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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우는 지금까지 누구의 주목도 받지 않은 채 문맹 상태로 무사히 7년째 공교육을 받고 있었다. 창우 같은 아이는 민주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공교육의 울타리 안에서 무시와 무지라는 이중의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것이다. 창우는 학교의 베일 속에 가려진 문맹자였다.'

    우리나라를 떠받치는 신화가 하나 있다.

    바로 문맹 퇴치. 우리는 말한다.

    한글의 우수성과 높은 교육열로 매우 짧은 시기에 문맹 상태에서 탈출했노라고. 한 통계에 따르면 1945년 78%이던 우리나라의 문맹률(12세 이상)은 13년이 지난 1958년 4.1%로 급감했다.

    이승만 정권 하의 이러한 문맹 퇴치 신화를 근거로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30여 년간 이렇다 할 문해력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 충격적인 보고가 있다.

    2002년도 '한국 성인의 비문해 실태 조사 연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인구의 24.8%는 생활 속에서 읽기, 쓰기, 셈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8.4%는 완전히 읽고 쓸 줄 몰랐다.

    신간 '학교 속의 문맹자들'은 이를 근거로 묻는다.

    "4.1%에서 24.8%로, 40년 사이 드러난 한국 문맹률의 극적인 반전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책의 지은이는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있던 2004년에 1학년 창우를 만난다.

    창우는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의 말과 행동의 의미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읽어도 읽지 못하는 아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양적이고 기계적인 교육과정 안에서 읽기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다수 발견했다.

    지은이는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의식 속에 남아 있는 문맹 퇴치 신화를 뿌리까지 뒤흔든다.

    이 책은 정부가 성인 문맹자들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한 것이 최근 일이라고 말한다.

    2002년 들어 6개 문해 교육 프로그램에 4800만 원이 지원됐고,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연간 20억 원 정도를 들이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문맹에 가장 취약한 집단이 존재한다. (중략) 그 집단은 역설적이게도 배움의 장소라 일컬어지는 학교이다. 그 속에서 국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교육받을 권리를 찾지 못한 채 악몽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이 있다.'

    이 책은 학교 속 문맹자들의 실태와 이 현상의 밑바닥에 깔린 문제, 책임을 느껴야 할 사람들, 문제 해결법 등을 다룬 연구 결과물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학교 속의 문맹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라고. 그 아이들에 대한 공교육의 책임을 내던지지 말라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을 깨닫고 문제 해결의 길에 동참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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