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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에서 만나' 하면, 무조건 그 빵집 앞이었는데…



사회 일반

    '강남역에서 만나' 하면, 무조건 그 빵집 앞이었는데…

    뉴욕제과 '마들렌', 리치몬드 '슈크림' 남은 흔적은 간판뿐...대기업이 앗아가는 '추억'

    우리사회에서 '상생 협력'이라는 단어 자체가 '경제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지만 현실은 과연 그럴까. CBS는 상생을 외면하는 대기업의 사례들을 통해 문제점을 제시하고 대안까지 모색해보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편집자註)

    상생을 외면하는 대기업이 골목 상권까지 진입하면서 사라진 것은 명물 빵집과 더불어 오랜 세월 동안 쌓인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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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서울 강남역 뉴욕제과 자리. 28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흔적은 '뉴욕제과'라는 간판뿐이었다.

    손님으로 가득했던 홀은 어두컴컴한 가운데 집기류가 모두 치워지고 덩그러니 빈 공간만 남았다.

    길을 오가던 일부 시민들은 수십 년 동안 굳건히 지켰던 뉴욕제과의 휑한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 가던 길을 멈췄다.

    이들은 어두컴컴한 쇼윈도우에 가까이 다가가 텅 빈 홀을 멍한 바라보기도 하고, 못내 아쉬운 듯 마지막 남은 간판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남기기도 했다.

    쇼윈도우 안을 한참 동안이나 유심히 바라봤던 회사원 남 모(42)씨의 표정도 굳어있었다.

    남 씨는 "1991년 대학교 1학년 때 선배와 뉴욕제과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 뒤 21년 동안 '강남역에서 만나자'는 무조건 뉴욕제과 앞이었다"며 "갑자기 없어진 것을 보게 돼 깜짝 놀랐다"며 못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인근에서 26년 동안 살았다는 정혜인(30·여) 씨에게 뉴욕제과는 어린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남겨진 곳이었다.

    정 씨는 "유치원에 다닐 때 울면서 투정을 부릴 때 어머니가 사다 주셨던 게 뉴욕제과 마들렌이었다"면서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마들렌을 더 이상 맛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자리엔 제일모직의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에잇세컨즈’가 들어선다. 에잇세컨드는 리모델링을 거친 뒤 이 건물의 1~4층에 오는 8~9월쯤 문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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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30년의 역사를 뒤로한 채 폐점한 리치몬드 과자점 홍대지점 자리에는 롯데그룹 계열사인 앤제리너스 커피와 잡화 브랜드인 다이소가 자리해 있었다.

    민 모(31·여)씨는 리치몬드 과자점이 사라진 자리를 볼 때마다 그 자리를 차지한 대기업이 야속하다고 했다.

    민 씨는 "어린 시절 생일 때마다 아버지께서 리치몬드 홍대점에서 케이크를 사다주셨고 대학교 때는 남자친구와 함께 자주 들러 슈크림을 즐겨 먹었다"면서 "리치몬드 홍대점이 사라진다고 들었을 때 충격이 생각보다 컸다"고 말했다.

    민 씨는 대기업이 차지한 건물을 바라보며 "유년시절의 리치몬드가 그립다"며 애틋한 표정을 지었다.

    조 모(30·여) 씨도 리치몬드 슈크림에 각별한 추억이 있다고 했다.

    조 씨는 "대학 초년 시절인 2003년 친구의 생일 날 리치몬드 과자점에서 파는 슈크림을 나이만큼 사서 즉석 생일케이크를 만들어 파티를 했던 소중한 기억이 있다"며 회상에 젖었다.

    조 씨는 "물론 아직 성산지점이 있기는 하지만 홍대지점에 쌓인 추억은 모조리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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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제과나 리치몬드 과자점 홍대지점처럼 아예 문을 닫은 곳 외에도 소중한 추억이 사라질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1979년부터 이화여대 후문을 지켰던 빵집 '이화당'. 33㎡(약 10평) 남짓한 이화당은 연세대·이화여대 학생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직원들이 단골인 유서 깊은 빵집이다.

    이런 이화당 바로 옆에 파리바게뜨가 생긴 것은 지난 1월. 이화당 주인 박성은(74) 노인의 근심은 이후에 점점 커져가기 시작했다.[BestNocut_R]

    박 노인는 "단골들이 있어 큰 걱정은 하지 않지만 우리가 900원에 파는 걸 800원에 파는 등 공격적으로 가격경쟁을 하고 있다"며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박 노인의 걱정만큼 이화당 단골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7살 아들과 손을 잡고 이화당을 찾은 김 모(30·여)씨는 "우리 아들이 입맛이 까다로운지 다른 프랜차이즈 빵집의 빵은 안 먹고 이곳 빵만 먹는다"면서 "이 아이가 나중에 크면 이화당 빵집의 맛을 추억할 텐데 그 맛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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