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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당의 교묘한 집권전략



책/학술

    보수정당의 교묘한 집권전략

    경제보다 낙태·동성애 등 문화적 이슈로 감성호소 노동자·농민 표 얻어

    '왜 가난한 사람이 보수정당을 지지할까. 보수정당은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에 반대하고 기업인의 이익을 늘리는 정책에 팔을 걷어붙이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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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이 책의 배경은 미국 보수주의의 메카가 된 캔자스. 이 지역은 원래 미국 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곳이었다.

    궁금하다.

    도대체 캔자스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00년 대통령 선거를 마친 미국은 공화당을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뒤덮였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가 승리했기 때문이다.

    부시는 가난한 주가 많은 내륙 지역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됐다.

    미국인들은 상식적으로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당으로 민주당을 꼽는다.

    이 책의 지은이는 어리둥절했다.

    '왜 가난한 지역의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큰 도움이 안 되는 공화당에 표를 줬을까?' 그래서 그는 고향인 캔자스로 내려갔다.

    몰락한 공업도시 켄자스에는 가축을 치는 농민들이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농촌 마을들이 있다.

    2000년 대선에서 부시에게 80%가 넘는 표를 던진 곳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캔자스의 정치인, 시민단체, 주민들을 만나 '붉은 캔자스'의 근원을 하나씩 캐나간다.

    그리고 깨달았다.

    떠들썩한 공화당의 물타기식 주장이 지역 몰락의 원인인 경제구조와 그에 따른 계급 문제를 은폐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을 말이다.

    당시 공화당의 주도세력은 극우적 성향이 강했다.

    이들은 낙태, 동성애, 총기 소지 문제 등 민감한 문화 현상에 국민들이 집중하고 분노하도록 유도했다.

    문화전쟁을 통해 자신들이 노동자, 농민의 정당이란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캔자스는 본래 사회주의자가 시장이 되고 좌파운동인 민중주의가 휩쓸었던 곳이다.

    캔자스가 지금처럼 변한 것도 문화전쟁의 영향이 컸다.

    캔자스 문화전쟁의 분수령은 1991년 일어난 낙태 반대 운동인 '자비의 여름(Summer of Mercy)'. 이 운동이 성공하면서 캔자스는 급격히 우경화됐다.

    캔자스처럼 미국 전역은 감정이 앞선 문화전쟁 탓에 실질적인 경제 문제 등이 뒤로 밀리면서 보수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좌파들이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며 자신들이 잘났다고 만족해하는 동안 우파는 운동을 조직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고 매우 부지런히 그 일에 몰두했다. 보수주의 운동문화의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에 주목하라.'

    지은이는 민주당의 중대한 실책으로 '삼각화 전략'을 든다.

    1996년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클린턴은 미봉책으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노동자 농민 서민층을 버리고 일부 중도 우파·지식인들을 포섭하려 한다.

    당시 민주당은 재집권에 성공하지만 2000년, 2004년 대선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든든한 지지층을 잃으면서 당의 정체성도 잃은 탓이다.

    2004년 미 대선을 앞두고 출간된 이 책은 지금도 미국과 유럽에서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참고서처럼 읽힌다.

    12월 대선을 앞둔 우리에게도 지금의 정치 현상을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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