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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점령 EBS교재 "교과서 덮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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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 점령 EBS교재 "교과서 덮어"

    고3 수험생 수능 연계율 70%에 아예 교재 취급… 학교시험문제 출제로 또 다른 사교육 부추겨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EBS교재의 연계 비중이 높아지면서 EBS교재가 국정 교과서를 내몰고 수업시간을 점령하고 있다.

    16일, 국어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을 CBS 취재진이 찾았다.

    학생들의 책상 위에 국어 교과서는 온데간데 없고 'EBS수능 특강 언어영역'이 펼쳐져 있었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도 교과서가 아닌 EBS 수능 특강 문제집의 지문을 읽고 제시된 문제풀이 방식을 설명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소설이나 시, 인문학, 사회과학 글 전문 보다는 EBS교재에 등장한 지문의 일부분에 집중해 문학과 비문학 글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모습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서 모(18)양은 "선생님들도 교과서 갖고 오라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며 "학교에서 학기 초에 사야 될 EBS교재를 정해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고3학생 최 모(18)군도 "작문, 독서, 영어2 교과서는 한 번도 펴보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EBS교재의 수능 연계율이 70%로 나타나고 올해도 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교실에서 EBS교재 수업이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과서는 EBS교재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이 모(45)씨는 "수업이 수능에만 집중되다 보니까 부교재인 EBS교재가 국정 교과서급으로 취급되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이처럼 학교 현장에서 수능 과목 대부분 EBS교재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교재비로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수능 특강, 인터넷 수능, 수능완성 등 두세 달에 한 번 꼴로 교재를 사야하기 때문에 한 과목에 5~6권, 모든 과목을 합치면 최소 30여 권의 EBS교재를 구입해야 한다.

    20~30만 원의 추가 비용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이다.

    중간 고사와 기말 고사 또한 EBS교재에서 출제되다 보니,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방안이 오히려 공교육을 무너뜨리는 '주객전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이다.

    EBS 수강 등을 통해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당초 취지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형 입시 학원을 중심으로 이른바 'EBS족집게 강의'가 등장하면서 수험생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국어 교사인 이 씨는 "예전에는 학생들이 언어영역 학원을 다녔다면 지금은 EBS만을 위한 학원을 다닌다"며 "사교육을 줄이려는 정책이 또다른 사교육을 파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의 획일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영어 교사 전 모(36)씨는 "다양성과 창의적 교육을 위해 검인정 교과서를 도입했지만 EBS교재가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다 보니 공장에서 찍어내는 교육을 하게 된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지난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임해규 의원이 15개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1년도 전국 고등학교 정규수업 EBS교재 사용현황'에 따르면 조사대상 1800여 개 학교 가운데 50% 정도가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영역별 EBS교재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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