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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파업, 일과 소명을 팽개친 건 경영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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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일보 파업, 일과 소명을 팽개친 건 경영진이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ㄴㄴ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얼마 전 <국민일보>에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 소개 글이 실렸다. ''신과 인간''이라는 제목의 영화이다. 영화의 내용은 이러하다.

    "1996년 5월 아프리카 알제리, 티브히린 지방에서 7명의 가톨릭 사제와 수도사의 시신이 발견된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로 구성된 알제리 반군들이 저지른 짓이다. 숨진 사제 중 한 명은 그 마을에서 의사를 도와 간병인 역할을 맡아 왔다. 숨진 사람 중 사제장은 무슬림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코란을 공부할 만큼 차별 없이 마을 사람들을 아꼈다. 하지만 이슬람 근본주의 반군들이 외국인들을 처참하게 살해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사제와 수도사들은 목숨을 구하기 위해 떠날 것인지 마을 사람들을 돌보며 남을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결국 그들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기로 결심하고 남았다. 눈 내리는 겨울 이슬람 반군이 찾아오고 그 이듬해 늦은 봄 그들은 살해되었다."

    ◇들꽃은 햇볕을 찾아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알제리 티브히린 아틀라스 수도원 이야기는 실화이다. 실제의 내용은 영화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사제와 수도사들은 이슬람 반군들이 수도원을 위협한 이후로 3년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마을 사람들을 돌보았다. 그 3년 동안 보스니아에서는 이슬람교도들이 학살당하고 알제리에서는 기독교도들이 보복학살을 당하며 죽음의 공포가 수도원을 짓눌렀다. 교황청에서 이웃 나라에 피신처를 지정했지만 그들은 떠나지 않고 죽음을 기다렸다. 왜 그랬을까?

    사제들이 말했다. "우리는 떠날지도 모릅니다."
    주민들이 물었다. "왜 떠나시는데요?"
    사제들이 다시 말했다. "새들이 머물던 가지를 떠나는데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지요."
    주민들이 다시 물었다. "신부님, 여러분들이 새가 아니라 우리가 새입니다. 여러분은 우리가 깃든 가지구요."

    이슬람 마을에 잠시 흘러 들어와 주민들을 돌보고 있다고 여겨 온 사제들은 그 때 영적인 눈으로 마을과 수도원, 자신들과 주민들의 처지를 다시 바라 보게 된다. 겉으로는 이슬람 국가에 들어와 선교하는 기독교 사제들이 이방인이다.

    리비아 정부군도 리비아 이슬람 반군도 사제들이 이방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주민들의 물음을 묵상하며 아틀라스의 사제들은 하나님의 은총과 그리스도의 구원을 전하며 헐벗은 주민과 난민들을 돌보는 자신들이 숲이고 안식처이고, 전쟁과 가난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이 새이고 이방 나그네임을 보게 된다. 분노와 증오, 이념에 사로 잡혀 살인을 저지르는 점령 반란군들도 죄에 빠져 헤매는 이방인임을 깨닫게 된다.

    사제들은 ''이 순간, 이 자리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살고 그리스도와 함께 죽으면 그 뿐''임을 고백한다. "그거면 충분하고 후회나 아쉬움이 없는데 왜 도망을 치겠나!"라며 사제들은 그곳에 남는다. 그리고 결국 죽음을 맞는다.

    ''그리스도의 한 송이 들꽃으로 그저 피었다 지는 것이다.'' ''들꽃은 햇볕을 찾아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향기를 뽐내지 않고 더 많은 땅을 넘보지도 않는다'' (이것이 올 고난주간에 붙잡고 기도한 저의 묵상의 주제입니다).

    ㅁㅁ

     

    ◇국민일보 파업 100일, 누가 소명을 어기고 파업한 것일까?

    국민일보에 실린 영화 소개 이야기를 읽고 아틀라스 수도원의 기록을 찾으며 묵상을 이어가다 보니 국민일보 노조의 파업도 달라 보인다. 과연 누가 파업하고 일터를 떠나 헤매고 있는 걸까? 당연히 노조가 제 할 일을 놓고 광야로 떠난 것이라 여겼지만 과연 눈에 보이는 그것이 전부일까? 교회가, 성직자가, 언론이 자신의 본 모습과 소명을 잃고 기득권과 세습을 위해 시장 거리를 헤매면 그게 파업이고 이방인이고 철새가 아닌가?

    국민일보 파업 사태의 경과를 간략히 따져 보자.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 하나님께 봉헌한 신문사라고 홍보해 놓고 가족이 헤게모니 싸움을 벌였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아들, 사돈댁 어른까지 얽혀들며 고소, 고발, 횡령, 조세 포탈, 해외도피, 1차 큰 아들로의 세습 실패가 이어졌다. 그 다음에 벌어진 2차 작은 아들로의 세습도 결국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신문을 만들고 있어야 할 언론인들이 100일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조원들은 언제고 돌아가 회사를 살린다며 국민일보 구독운동도 벌인다.

    한국 목사의 아들이 미국 사람이 되었다. 물론 병역의무는 건너뛰었다. 그러나 신문사를 물려받고 싶어 귀국해 사장이 됐다. 하지만 법으로 외국인은 대표 이사를 할 수 없다 하니 회장으로 자리를 바꿔 맡았다. 회장 자격은 갖추고 있을까?

    미국에 가서 어린 나이에 국민일보 LA 지사에 파트타임으로 2년 일하고 곧바로 프랑스 파리 지사장으로 1년 일했고 이어서 일본 도쿄 지사장으로 1년 반 일했다고 한다. 국민일보 LA 지사나 특파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파리,도쿄 특파원은 있었다.

    [BestNocut_R]그러나 대부분 신문방송사들은 특파원 한 명 보내는 것도 돈이 없어 쩔쩔매며 사무실 마련은 꿈도 못 꾸었던 게 현실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다들 숙소에서 일한다. 국민일보 미주, 유럽, 일본 해외 지사가 있고 거기에 지사장까지 근무를 했다니 언제 그런 글로벌 신문으로 키운 것인지 믿을 수 없다. 더구나 조 회장은 프랑스 파리지사 근무기간과 일본 도쿄 지사 근무기간이 석 달이나 겹친다. 가난한 신문사에서 비행기 타고 파리 도쿄를 옮겨 다니며 근무했다는 것인가?

    들꽃은 햇볕을 찾아 자리를 옮겨 다니지 않는다. 그리스도의 사람도 불로소득과 헛된 명예를 찾아 거짓을 꾸미고 옮겨 다녀서는 안 된다. 출세와 부귀영광이 눈앞에 있어도 험하고 욕된 자리를 지켜야 한다. 오늘 이 시점에서 하나님의 일과 일터,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지키는 사람이 누군가? 회장의 가족과 경영진인가? 아니면 자유독립 언론을 외치며 광야로 나선 노조원들인가?

    인간의 법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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