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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받는 쪽이나 조사하는 쪽이나 모두 의아해 했다."
2009년 하반기에 경찰의 연예계비리 수사 당시 조사를 받았던 D기획사 김 모 대표의 말이다. D사는 경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하명으로 내사를 벌였다는 의혹이 불거진 김제동 씨가 소속된 회사다.
김 대표는 3일 CBS와의 통화에서 2년 반 전에 있었던 경찰 조사 내용을 비교적 소상하게 기억하고 있었지만 누가 조사를 했는지는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왜 의아해 했냐'는 질문에 "연예기획사의 성상납, 방송 출연대가 금품제공 등을 다루는 수사였는데 저희는 여자 연예인도 없고 방송국과 유착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매출이 큰 곳도 아니었다"고 답했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조사하는 경찰쪽에서도 의아해 했다는 게 김 대표의 기억이다. 성상납, 금품제공 등과 관련해서 조사하라는 것이었는데 D사는 그런 내용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경찰 조사도 싱겁게 끝났다. 기본적인 계약서 받아가서 검토하고 김 대표를 한 번 불러 확인한 뒤 무혐의 처리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당시 경찰이 수사한 연예기획사가 8곳에 불과했다는 사실도 최근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그 때 여의도 방송가에 서울경찰청과 광역수사대, 강남서 등이 팀을 꾸려서 수사를 한다는 소문이 돌아 대형 기획사들을 대상으로 한 대형 비리사건 수사인 줄 알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의 이런 말은 2009년 연예기획사 수사 당시 군소 업체에 불과했던 김제동 씨 소속 회사가 특정 목적에 의해서 끼워넣기 됐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부분이다.
이런 정황은 경찰의 설명을 통해서도 뒷받침 된다.
경찰은 지난 2일 긴담회에서 2009년을 전후해 탤런트 장자연 씨 자살 사건과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폭행 사건 등이 터져 '연예계 주변에 대한 기획 수사'를 두 달 간 벌였으며 연예인 성상납, 출연 대가 금품요구 행위가 주요 수사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와 광역수사대, 강남.서초.양천서 등 6개팀으로 진용을 짠 나름대로 야심찬 수사였다.
하지만 연계기획사 수사가 상당히 어려운 수사 가운데 하나여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 8개 기획사를 수사해서 5건 9명을 입건하고 1명을 수사하는 게 그쳤다.[BestNocut_R]
경찰 관계자는 당시 수사가 누구의 지시로 시작됐는지에 대해 분명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팀 내부 구성원 말고 1명의 외부에서 온 파견자가 있었고, 이 경찰이 가져온 첩보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 사실은 인정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김 대표가 경찰 소환 조사를 받은 4일 뒤에 김제동 씨는 KBS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했다.
김제동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정원 직원이 자신을 찾아와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추모공연 사회를 맡지 말 것을 주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