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노컷시론]몸통 자처, 꼬리 자르기인가



사회 일반

    [노컷시론]몸통 자처, 꼬리 자르기인가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의물꼬를 튼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이 20일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두해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장 전 주무관은 최근 언론 등을 통해 청와대 지시로 불법사찰 증거를 인멸했고, 입막음용으로 이영호 당시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았다고 폭로한 인물이다.

    또, 청와대 또 다른 비서관으로부터 5000만 원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내용 등을 추가 폭로했다.

    그런데, 같은날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영호 전 비서관이 느닷없이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보인 이 전 비서관은 비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며 제가 몸통이라고 자처했다.

    또, 장 전 주무관에게 2000만원을 건넨 것은 사실이지만, 입막음용이 아닌 선의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료 삭제를 지시했지만 증거 인멸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장 전 비서관을 참고인으로 소환하면서 본격적인 재수사가 시작된 첫날 몸통을 주장하는 인물이 불쑥 나온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MB정권의 도덕성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메가톤급 권력형 비리게이트로 비화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에 느닷없이 몸통을 자처하는 인물이 나타나 어리둥절하기까지하다.

    그렇다면 이영호 전 비서관은 자신의 말처럼 정말 이번 사건의 몸통일까?

    의심을 키우는 것은 언뜻보아도 이해가 가지 않는 몇 가지가 이 전 비서관의 주장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는 장 전 주무관에게 2000만 원을 선의로 줬다고 하지만 웬만한 재벌이 아니고서야 2000만 원을 선뜻 선의로 줄 수 있는 것인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 자신이 자료 삭제를 지시한 몸통이라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사후에 윗선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을지 의문이다.

    정부의 중요자료가 외부로 유출될 것을 우려해 삭제를 지시했다는 주장도 미심쩍기는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사건의 파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영포라인의 핵심인 박영준 전 수석 등으로까지 번지지 않도록 가미카제식 자폭성 꼬리 자르기 아닌가 하는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솔직히, 검찰은 잇따라 터져나오는 폭로와 부실했던 1차수사에 대한 따가운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재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검찰이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이번 재수사에서 진실을 밝히기보다 어물쩍 구색맞추기로 또다시 수사를 마무리하려 한다면 검찰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정권 눈치보는 정치검찰이라는 케케묵은 비난을 넘어 국민들 사이에서 검찰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마저 뿌리째 흔들려 검찰 조직 자체의 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을 한상대 총장을 비롯한 검찰수뇌부는 물론 간부, 평검사 할 것 없이 검찰 조직원 모두가 반드시 명심해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