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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기소 청탁' 수사가 판검사를 상대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재호 판사에 대한 소환 조사, 판검사들의 대질 조사까지 운운하던 당초 경찰의 엄정 수사 의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수사 흐름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피고소인 신분으로 15일 출석 요구를 받은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인 김 판사가 서울지방경찰청에 이날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경찰은 전날까지 김 판사의 출석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 변호인 측에 수차례 전화 연락을 했지만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참고인 신분인 박은정 검사와 후임이었던 최영운 검사의 서면답변서도 예정 제출일인 13일 넘겨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전날 "김 판사의 출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변호인 측과 제대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 검사의 진술서는 오늘 도착할 예정이고, 박 검사의 경우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판사가 출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필요하면 관련자들 대질 조사도 검토 중이며 나 전 의원도 조사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박 검사는 지난 13일 부천지청으로부터 경찰이 보낸 서면질의서를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 검사는 지난 13일 경찰에 답변서를 보낸 것으로 전해진 상황이다.
지금까지 박 검사의 1차 서면답변서를 제외하면 기소 청탁이 있었다는 정황은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라는 것도 경찰이 풀어야 할 어려운 과제다.
김 판사와 최 검사는 지난해 말 경찰조사와 언론을 통해 기소 청탁이 없었다고 말했고, 1심 재판을 맡았던 김정중 재판연구관도 같은 내용의 발언을 했다.
따라서 김 판사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다면 다른 증거가 없는 한 경찰 수사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김 판사와 박, 최 검사의 진술이 엇갈릴 경우 대질 조사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경찰의 고민 가운데 하나다. [BestNocut_R]
조현오 경찰청장이 앞서 서울청 수사라인을 사실상 지목해 "자신 없이 타인 눈치나 보려면 자리를 내놔라. 받아주겠다"고 강조했지만 판검사들 사이에 낀 수사진은 속을 태우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