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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술판 벌어졌던 경춘선 다시 타보니…



사건/사고

    [르포] 술판 벌어졌던 경춘선 다시 타보니…

    주저앉고 떠드는 대학생들, 눈살 찌푸리게 해

    ㄴㄷㄷㄷ

     

    10일 오전 11시 경춘선 전철이 시작되는 서울 상봉역은 모꼬지(MT)를 가려는 대학생들과 나들이에 나선 행락객들로 활기가 넘쳐났다.

    새학기를 맞아 MT를 떠나는 대학생들은 단체복으로 맞춰입고 개인 짐 외에 페트병 맥주, 과자 등을 한아름 안고 차에 올랐다. 옛날 경춘선 기차가 출발하던 청량리역을 방불케 했다.

    전철이 30분마다있지만 토요일 오전 춘천행 전철은 시발점인 상봉역부터 승객들로 빼곡히 들어차 빈 좌석은 없었고, 서서 가기 위한 공간도 비좁았다.

    운행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전동차 자체는 깔끔했지만 넘쳐나는 사람들과 각자 지니고 있는 짐 때문에 이리저리 채여 답답하게 느껴졌다.

    40분 가량이 지나자 서서 가던 대학생들 가운데 몇 명이 힘들었던지 출입문 앞 비교적 넓은 공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주위를 나머지 학생들이 둘러싸고 잡담을 하며 떠들었다.

    대학생들이 문 앞에 둥그렇게 진을 치면서 그 문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어 쓸모없게 변해버렸다.

    대학생들 주변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40대 아주머니는 "아무리 힘들어도 그렇지, 저기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겠냐"며 혀를 끌끌 찼다. 그러나 그 불평이 대학생들에게 전달되지는 않았다.

    대학생 일행 가운데 일부는 좌석을 찾아 헤맸다. 대성리역에서 자리가 나자 한 여학생이 쏜살같이 달려가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나머지 5-6명이 짐을 출입문 앞에 세워두고 우르르 몰려가 휴대전화로 단체사진을 찍는 데 여념이 없었다.

    ㄴㄷ

     

    사진찍기가 끝나자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출입문쪽 바닥에 주저 앉았다. 다른 학교 대학생으로 보이는 무리들은 입이 심심했던지 가져온 과자와 음료수, 오징어 등을 지하철 내에서 먹었다.

    8명이나 되는 학생들은 마치 전세라도 낸 듯 큰 소리로 웃으며 음료수로 건배를 하고 과자를 서로 돌려가며 먹었다. 서울 도심을 운행하는 1,2호선 등과는 다르게 여행을 떠나는 승객들이 많아서인지 토요일 경춘선은 굉장히 왁자지껄했다. 전화 통화하는 사람이 큰 소리로 말을 해야만 통화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통학 때문에 경춘선을 타고 서울과 강원도를 오간다는 이모(22.여)씨는 "평소에는 심하지 않은데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은 경춘선에서 편하고 조용하게 가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마침 실시간 트위터에는 남 눈치 안보는 대학생들의 '무개념' MT 여행을 꼬집는 글이 올라왔다.

    yeo***는 "D대 무개념이네... OOO 가는거 같은데 왜 내 다리에 기대서 셀카를 찍니"라고 글을 남겼다. 04***는 "경춘선은 열차 모양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승객 수준은 밑바닥이네"라는 글을 올렸다.

    전철이 강촌역에 도착하자 대학생들이 대거 내렸다. 전철안이 한산해 지자 이번엔 닭갈비집 사장이 전철 노선도가 그려진 닭갈비 전단지를 돌리고 있었다.

    전단지는 아이들에게도 전해졌지만 아이들은 관심이 없는지 좌석에 휙 버리고 경춘천의 마지막역인 춘천역에 내렸다.

    춘천역에 내리는 사람들 뒤에는 새로 깐 꽃무늬 초록색 좌석위에 전단지, 커피캔, 페트병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오후 2시, 이번엔 거꾸로 상봉행 전철에 몸을 실었다. 손님이 한 명 두 명늘어날 수록 등산객들과 나들이객들에게 묻어온 술냄새, 음식냄새가 진동을 했다.

    남춘천역부터 사람들이 들어차더니 강촌역에서 S대학 잠바를 입은 대학생들이 타자 전철은 이내 꽉찼다. 엠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인지 지난밤에 즐거웠던 이야기를 큰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옆 승객들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열차가 움직이고 20분쯤 지나자 학생 서 너명이 객차 중간에 자리를 잡고 주저 앉았다. 안그래도 비좁은 열차인데 학생들이 맨바닥에 앉아버리자 나머지 승객들의 얼굴에는 황당하고 불만스런 표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참다못한 중년의 남성이 "여기에 앉으면 어떡합니까 학생들, 전철인데 공공질서는 지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한마디하자 힐끔힐끔 눈치를 보던 학생들이 일어나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BestNocut_R]

    한쪽에서 "어른들은 여기서 술판도 벌이는데 학생들이 말을 듣겠냐, 지킬 건 지켜야하는데 어른이나 아이나 진짜 쪽팔리는 일"이라고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철은 4시쯤 상봉역에 도착했다. 어깨를 부딪쳐가며 뭉쳐져 있던 승객들이 출입문이 열림과 동시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그제서야 살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상봉동의 공기가 더 시원하게 다가왔다.

    경춘선 기차가 사라지고 다시 경춘선 전철이 개통되자 승객 수가 폭증했다.

    하지만 술판, 무법자 할아버지에 이어 민폐 대학생들까지. 몸살을 앓고 있는 경춘선에서 낭만은 너무 먼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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