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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의 망령…왜 교수들은 연구비 횡령을 반복하는가



사건/사고

    상아탑의 망령…왜 교수들은 연구비 횡령을 반복하는가

    솜방망이 징계 · 교수와 대학원생, 그 도제관계 때문에…

    #사례 1. 지난해 11월 전남의 모 국립대학교에서는 최근 2년간 3개의 연구사업을 수행하면서 교수들이 연구보조원을 내세워 인건비를 가로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학생들은 교수들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통장과 카드를 만들어 줬으며 교수들은 1년간 500여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전해졌다.

    #사례 2. 지난해 2월에는 인천의 한 대학 교수는 신제품 개발을 한 것처럼 연구결과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정부연구비 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 교수는 자재납품업체 대표와 짜고 가짜 제품사진과 허위 세금계산서 등을 첨부해 정부를 속였다.

    #사례 3. 지난해 7월 오전, 서울의 한 사립대학 내 은행. 대학원생 2명은 자신들의 몫으로 들어온 인건비와 연구비를 모두 현금과 수표로 인출했다. 두 사람은 곧바로 자신의 지도교수인 A씨의 통장에 입금했다. 이렇게 교수 주도로 한 연구비 횡령 현장은 고스란히 CCTV에 찍혔다. A 교수는 이렇게 제자 15명 몫 10억여원을 이체 받은 뒤 2억4천여만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하다 적발됐다.

    이렇게 대학에서 정부지원금을 횡령하거나 유용·전용하는 모습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감사원이 지난해 7~9월 단 석 달 동안 국공립대 6곳과 사립대 29곳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이자 A 교수처럼 연구비를 횡령한 교수만 10명이 적발됐다.

    cc

     

    CBS가 단독보도한 서강대 연구비 전용 의혹(1월 25일자 '서강대, 정부 연구사업비 전용 의혹…경찰 수사 착수' 제하)도 이런 유형 중의 하나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에서만 최근 5년 동안 지원한 연구비 가운데 유용 등으로 회수한 연구비가 11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액수의 국민혈세가 새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성의 요람인 대학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교수에게 내려지는 징계가 횡령을 통해 얻는 이득보다 약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학가에서는 "교수는 성(性)과 관련된 폭력 행위만 하지 않으면 지위를 잃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지난해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10개 국립대학 교수의 징계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모두 144명이 징계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60%에 해당하는 86건이 국가공무원법상 가장 낮은 징계인 견책을 받은 것으로 조사되었고, 가장 무거운 징계인 파면은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웬만한 횡령으로는 지위를 잃지 않는 경우가 많아 관리가 철저하지 못한 정부지원금 횡령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 때문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잘못 사용한 연구비에 대해 최대 5배까지 벌금을 물리겠다는 방안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의 도제관계에서 발생하는 권력관계도 정부 지원금 횡령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교수들의 지원금 횡령은 대부분 제자인 대학원생들의 동조로 이뤄지지만 이들도 사실상 피해자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임순광 위원장은 "대학원생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 악순환을 끊어야하지만 그 분야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또 "지원 기관에서 연구비가 적합하게 사용됐는지 제대로 된 감사를 해야하는데 돈 줬으니 그만이라는 식으로 나오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연구비를 검증하는 지원기관, 교수의 부정을 엄벌하는 대학당국, 내부고발자의 도움으로 목소리를 내는 연구원 등 세 박자가 맞아야 연구비 횡령의 악순환을 근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BestNocut_R]

    여기에 교수들의 연구비 집행 내역을 가까이서 관리할 수 있는 대학교 내부에서 외부 인사를 포함한 감사를 강화는 방법도 상아탑에서 횡령의 망령을 걷어낼 수 있는 방법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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