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조선, 시절이 어느 땐데 낚시질이야



뒤끝작렬

    조선, 시절이 어느 땐데 낚시질이야

    [변상욱의 기자수첩] 조선의 낚시질에 무슨 배경이 있겠나, 그저 가는 세월…

    rr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조선일보> 1월 17일자 1면 머리기사는 고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의 이야기였다. 북한 김정남과 일본 도쿄신문 기자의 이메일 대화록 내용이 책으로 나온 것을 월간조선이 취재해 쓴 내용. 조선일보 기사의 제목은 "김정남, ''천안함은 북의 필요로 이뤄진 것". 그러나 읽으려니 조선일보의 기사내용은 시작부터 아리송하다.

    1. 기사의 큰 제목은 ''천안함''이고 작은 제목은 ''김정은은 할아버지 외모만 닮았다'', ''기존의 파워 엘리트가 주도할 것이다'', ''김정남 자신이 내쳐진 이유'' 3가지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기사 내용은 큰 제목인 천안함부터 시작돼야 하는데 등장하질 않는다. 2개의 작은 제목에 관한 내용으로 절반 정도 지나가자 연평도가 먼저 등장했다.

    2. 다음은 언급한 주체와 언급의 확실성 정도가 불분명하다. "연평도 포격은 북조선 군부가 자신들의 존재 이유, 핵 보유의 정당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저지른 도발이다", 다음이 천안함 관련 내용, "북조선 입장에서는 서해 5도 지역이 교전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핵과 선군정치 모두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이다", 연평도 사건 내용은 ''저지른 도발이다''라고 분명히 김정남이 말한 부분을 인용하는데 천안함에 가면 ''그래서 북한이 저질렀다''는 표현이 등장않는다. 기자라면 김정남의 말 속에서 "그래서 북한이 저지른 도발이다", "그래서 북한이 저질렀다고 들었다"는 확실한 한 마디를 찾아 강조하는 것이 마땅한데 조선일보 기사에는 없다.

    3. 천안함과 연평도, 두 사건을 언급할 때 김정남이 연평도, 천안함 순서로 언급했다 해도 조선일보는 천안함, 연평도 순으로 기사를 써야 정상이다. 세계적인 이슈였고 의혹으로 남아있고 희생자도 훨씬 많은 사건이니 어느 언론이라도 그렇게 쓴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순서는 뒤바뀌어 있다.

    이 쯤되면 누구라도 조선일보의 피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시절이 어느 땐데 낚시질이야

    다음 날인 18일 논란이 시작됐다. <경향신문>은 18일 자 온라인 판에 김정남과 이메일 편지를 주고받은 도쿄신문 고미 요지 편집위원이 "김정남은 이메일로 천안함 이야기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고미 위원은 "연평도 사건과 관련해 서해 5도를 언급한 것을 조선일보가 나름대로 해석한 것인지는 모르나 명백한 오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지적대로라면 연평도 관련 이야기를 둘로 나눠 앞에 것은 연평도 것으로 쓰고 뒤에 것은 앞에다 조선일보 스스로 "천안함에 대해선" 이란 말을 끼워 넣어 천안함 이야기를 한 것으로 조작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고미 위원은 "천안함은 내가 물어 본 적도 김정남의 답변을 들은 적도 없다. 한국 보도를 보고 놀라서 내가 책을 잘못 썼나 싶어 다시 확인했다"고 경향신문은 전한다. 한편 서울신문도 고미 편집위원과 인터뷰를 한 뒤 경향신문과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ㄹㄹ

     

    일이 이렇게 돌아가자 조선일보를 인용해 18일자 신문 사설에서 "천안함 북한 소행, 김정남도 인정했는데 ....."라는 강력한 사설을 쓴 동아일보까지 머쓱해진 상태. 조선일보는 말이 없다.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취재 내용대로라면 조선일보의 김정남 천안함 언급 보도는 ''오보''가 아니라 ''날조''이다. ''오보''면 사과를 받아들이겠고, ''날조''면 왜 그래야만 했는지 절박한 사정 이야기라도 들어보자.

    일본서 발간된 책을 확인하면 금방 들통 날 날조를 왜 했을까? 큰 특종이라고 생각했다면 일찌감치 취재 돼 있던 내용이다. 한 주를 시작하는 16일 월요일 자 신문에 크게 터뜨리는 것이 상례이고 효과가 큰데 하루 늦춰 17일 화요일 자 신문에 터뜨려 다른 신문들이 18일 신문부터 쫓아오도록 한 이유는 뭘까?

    18일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내려진 재판 판결에 대한 기사 한 건을 읽어보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4부는 18일 조선일보 방상훈 대표가 KBS와 KBS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인 조선일보의 패소판결을 내렸다. 조선일보는 ''성접대 사건과 관련해 고 장자연 씨가 남긴 문건에 조선일보 방상훈 대표가 기재돼 있고 조선일보가 이 사실을 은폐하려 했으며 수사가 미진한 것도 조선일보 때문이라고 암시하는 보도를 KBS가 지속적으로 내보내 명예가 훼손됐다''며 손해배상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선일보가 문제 삼는 보도 대부분은 진실성이 어느 정도 입증되었고, 일부 진실성이 입증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한 것도 악의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아 위법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 해 뜨는 아침 신문의 생명 존중

    조선일보 사장의 ''강제 성접대 리스트'' 포함 파문과 관련해 패배로 끝난 재판 보도를 물 타기 하려고 천안함 희생 영령들을 소환했다? 아니면 김정남이 천안함 희생자들에 대해 한 마디 언급조차 없는 것이 원통하고 화가 나서?

    나는 후자이리라 믿고 싶다. 조선일보의 생명존중 정신을 알고 있으니 그렇다. 생명존중 정신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설과 칼럼을 하나씩만 소개해본다.

    조선일보 2009년 12월 31일 자 사설이다. 제목은 ''용산 참사 해결, 해 안 넘기길 잘했다''

    "원칙으로만 보면 농성 사망자에게 위로금을 주고 조합 보상금을 받아들이지 않고 버텼던 세입자에게 추가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늦게나마 양측이 합의를 봐서 국민이 2010년 새해를 개운한 기분으로 맞을 수 있게 해준 것은 잘한 일이다... 개발은 꼭 필요하지만 경제적 약자들도 그 개발이 정의에 부합한다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방식의 개발이어야 한다.. 남은 큰 이득을 보는데 나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법이 세워놓은 울타리 밖으로 나가 전철연 같은 폭력적 조직에 의존하겠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2008년 8월 7일 사회부 데스크의 태평로 칼럼 제목은 ''(촛불 시위를)소의 입장에서 보니...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하라는 시위는, 평균수명 15~20년인 소를 생후 30개월 이전에 도축하라는 뜻이다. 소의 입장에서는 단명이요, 비명횡사요, 제대로 청춘의 꽃도 피워보지 못한 요절인 셈이다. 당초 식육용(食肉用)의 소 팔자를 타고났다 해도 이렇게 명을 재촉하니 박정하기 짝이 없다. 어느 강심장의 소라도 서울 도심의 시위 장면을 본다면 벌벌 떨지 않겠는가... 맹자 시절에는 한 마리 소의 죽음을 놓고도 ''가르침''이 있었건만, 요즘 세상은 ''30개월 미만의 소만 먹겠다''고 석 달 넘게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파와 이념을 떠나서도 너무 동정심이 없지 않은가. 지금쯤이면 생명존중단체나 가축사랑모임에서 뛰쳐나와 ''우리 한번 소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자''며 시위를 벌일 때가 됐다."

    아, 조선일보!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