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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의 그늘…벼랑끝 시장상인 ''그들에겐 희망이 없다''



생활경제

    양극화의 그늘…벼랑끝 시장상인 ''그들에겐 희망이 없다''

    "처분하자니 살길 막막해서…" 한숨만…재래시장 내 또다른 양극화

     

    대규모 자본을 중심으로 유통시장이 재편되면서 시장상인들이 설 자리를 잃은 지 오래지만 이들 가운데서도 자생력을 잃은 영세상인들은 양극화의 최대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다.

    누군가의 도움을 기대할 처지도 못되고 그렇다고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여력도 갖추지 못한 이들은 어쩔 수 없어 삶의 끈을 부여잡고 있다.

    #1.1월 12일 이른 아침 서울 영등포5가 로타리상가 3평 남짓한 모자가게. 상인 김 모씨(55)는 이날도 어김없이 새벽같이 시장으로 출근해 가게문을 열고 손님 맞을 채비를 서둘렀다. 가게 앞으로 좌판을 펴고 모자와 옷가지를 진열하는 손놀림이 능숙하지만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설 대목이지만 좀처럼 매기가 일지 않은 탓이다.

    "90년대초까진 경기가 좋았어요, 그런데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통 물건이 팔리지 않아요 어제는 겨우 4만원의 매상 밖에 올리지 못했어요" 김씨는 깊은 한숨을 뱉어냈다. "월 300만원 어치 파는데 점포 임대료와 식사비, 관리비, 세금 내고 나면 생활비도 빠듯해요"

    김씨의 점포는 상가내에서도 3거리에 위치해 그나마 목이 좋은 편이지만 주변 상권이 죽은데다 시설이 낡아 열악했다. 찬바람을 막기 위해 골목길 위로 비닐차양이 쳐진 상가는 전체적으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백화점의 세련된 쇼윈도, 대형마트의 안락한 쇼핑여건과는 비길 바가 못된다.

    #2.11일 남대문 자유핸드백 상가의 이 모씨(62)는 "과거엔 외국인 손님이 많이 찾았는데 IMF뒤 재래시장이 사양길로 접어든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2평 반 남짓한 점포엔 문이 없고 자그만 난로 하나가 전부여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이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남대문은 그나마 군소시장들보다 환경이 좋은 편이지만 매기가 없기는 마찬가지. 가게에 머문 1시간 동안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돈이 없어 가게를 넓히지도 못하고 값싼 중국산을 가져다 팔 능력도 안돼 늘 적자지만 붙들고 있을 수 밖에 없어요, 처분하고 떠나면 살길이 막막하니 그저 경기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거죠" 이들에겐 희망이 없는 것 같았다. [BestNocut_R]

    90년대 들어 소매 유통시장에 대자본이 진출하면서 재래시장이 사양길로 접어든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때문에 한계 점포들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고 자본력을 갖춘 상인들은 발빠르게 점포확장과 환경개선에 나서면서 재래시장 내부에서도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경제적 여력이 있는 중대규모 상인들은 ''목 좋은 곳''에서 손님을 독차지하고 싸고 질 좋은 상품들을 갖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영세상인들은 고사 직전이다. 국내 상권 전체로 보면 대형마트와 백화점 대(對) 재래시장으로 양극화가 이뤄졌지만 재래시장 내에서 또다른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남대문 상인 이씨는 "시장 안에서도 잘 나가는 사람은 잘 나간다. 가게를 여러 개 소유하고 있고 또 영업이 그런대로 되는 가게는 중국에서 물건을 수입하는 등 나름대로 활로를 개척하는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의 민속공예상가 점원 박 모씨(27)는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은 자본력의 차이죠, 뭐든지 종류가 많고 커야 사람들 발길이 한 번이라도 더 가고 그러는거지 없는 사람들은 버텨나가다 무너지는 거죠"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부터 진행된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은 이명박정부 들어 더욱 가속화돼 요즘은 웬만한 재래시장에는 공용주차장과 화장실, 현대식 지붕이 설치돼 그나마 환경은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바쁜 영세상인에게 까지 정부 지원의 온기가 전달되지는 않고 있다. 상인들이 입점한 건물은 대부분 건물주가 따로 있어 예산을 투입해 현대화에 나서기도 어려운 형편이다.[BestNocut_R]

    성장이란 명분 아래 대기업과 중견기업에는 세제를 비롯 여러 혜택이 집중되지만 영세상인들에게는 그나마 주어지던 특례도 사라져 일률적인 과표에 따라 과세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 상인은 밝혔다. 다시말해서 장사가 잘되든 못되든 일정한 수준의 세금은 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의 양극화는 대한민국 성장의 과실이 모든 계층으로 골고루 퍼져가는 분배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영세 상인들은 오늘도 양극화의 그늘에서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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