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폭로는 기획, 사퇴는 셀프''…심리학으로 읽는 돈봉투 파문



뒤끝작렬

    ''폭로는 기획, 사퇴는 셀프''…심리학으로 읽는 돈봉투 파문

    [변상욱의 기자수첩]

    ss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이 여야에서 동시에 번져가고 있다.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자.

    ◇ 고승덕 의원은 배신자인가?

    고승덕 의원이 한나라당의 배신자라면 한나라당 비대위의 칼날은 고승덕 의원을 겨냥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칼끝은 박희태 의장을 향하고 있다. 한나라당 비대위는 박희태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조직 안에 머물면서 내부고발을 하면 시쳇말로 왕따가 되며 배신자로 낙인 찍혀야 하나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 ''이렇게까지 뒷통수를 쳐도 되는 거야?'' 라는 아우성도 나오지 않는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지금 고승덕 의원을 욕했다가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의해 찍어낼 사람으로 찍히기 십상이다.

    양심에 따른 내부고발일 경우 당사자도 심리적 위축을 겪는다. ''내가 너무 한 건 아닐까'', ''남들이 나를 보며 한 번 배신한 인간은 언제고 또 배신한다며 인간 자체를 불신하면 어쩌지''라는 고립감이 깊어진다. 혼자서 견디어 내기 힘든 상황에 놓인다.

    고승덕 의원은 현재 표면상으로는 함께 나서주는 사람 없이 혼자이다. 고승덕 의원이 혼자 해내는 것 치고는 너무 잘 견디고 당당하다면 배후와 조력자가 있을 거로 유추할 수도 있는 것.

    ◇ 사퇴는 셀프, 폭로는 기획?

    사건의 실체는 사전 기획일수도, 우연히 불거진 사건을 최대한 활용한 기획일 가능성도 있다. 사건의 전개로 보면 사전기획설이 나올만큼 매끄럽고 순조롭다.

    고 의원은 지난달 13일 경제신문 칼럼을 통해서 전당대회 돈 봉투를 언급했고 지난 4일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이를 재확인하며 구체적인 액수 등을 밝혔다. 5일 한나라당 비대위는 박근혜 위원장이 "의혹을 털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겠다고 밝혔고 그날 바로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그리고 조전혁 의원이 "나도 천만 원 돈봉투 뿌린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 전해 들었다"며 가세했고, 이후 박희태 의장의 출국과 검찰의 고승덕 의원 조사와 언론 브리핑이 이어진다.

    한 달 전의 신문 칼럼부터 박희태 의장의 미국 외유 스케줄에 맞춘 사퇴 촉구까지 물 흐르듯 이어지는 매끄러움이 오히려 의혹을 사는 이유가 되고 있다.

    ''고승덕 의원의 단독결단인가?''에 의구심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변호사는 고객의 비밀을 지키는 것을 덕목으로 하는 직업이다. 변호사 출신의 고승덕 의원이 결국 박희태라는 이름을 밝히게 될 것을 알면서도 칼럼과 방송에서 거푸 이야기 했다면 박희태라는 이름을 밝히기로 이미 마음을 굳히고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결심이 단독의 결단이라 믿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일부가 뜻을 모은 거라면 실제 이 폭로 사건은 쇄신의 희생양을 처리하는 과정일 수 있다. 겉으로는 커다란 덩치이지만 실제로는 별 쓰임새없는 낡은 둥치를 걷어 내면서 쇄신의 생색은 크게 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된다.

    ㄹㄹ

     

    ◇ 계산은 계산, 쇄신은 쇄신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의 입장을 비교해 보자.

    한나라당은 당을 송두리째 뒤집어 새 판을 짜는 시점이다. 한편 민주당은 서로 다른 세력들을 끌어들여 당을 키우고 결속시키는 과정이다. 또 한나라당은 박근혜 위원장의 비대위가 구심점으로 활동하는 상태이고, 민주당은 구심점 없이 주도권을 놓고 다투다 겨우 봉합된 상태이다.

    한나라, 민주 모두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이지만 잘못 처리될 경우 민주당이 입을 타격이 훨씬 클 수 있다.

    정신분석에서 ''베이직 트러스트(basic-trust)''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이것은 인간의 관계와 사회화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신뢰감이다. 이것이 있어야 그 위에 다른 믿음과 기대 등이 쌓여 올라가게 된다. 이것이 깨지고 흔들리면 아무리 침착하려 해도 침착하기 어렵다. 바가지를 썼을 때와 친구에게 배신당했을 때 상처가 다른 것도 베이직 트러스트의 문제이다.

    한나라당이 전당대회 돈 봉투로 국민의 신뢰를 잃기야 하겠지만 베이직 트러스트가 깨지고 말고 할 것은 아니다. 어차피 차떼기 당이라는 오명을 쓴 바 있다. 지금 언론은 연일 한나라당 사태를 보도하지만 한나라당의 베이직 트러스트는 유권자에게서나 당원에게서나 사실상 거의 흔들리지 않고 박근혜 위원장에게로 무게중심이 수월히 옮겨가며 새로운 신뢰기반을 닦고 있는 지도 모른다.

    [BestNocut_R]하지만 민주당은 전당대회 돈 봉투의 결말이 베이직 트러스트를 손상시킬 수도 있다. ''야당으로 힘이 없어 무기력하다'', ''주류.비주류로 싸운다'' 등으로 야단은 맞아왔지만 부패정당이란 비난은 듣지 않았다. 이번에 일이 커져 국민의 ''그래도 부패하지는 않았어''라는 기본신뢰가 무너진다면 민주당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상대적으로 더 이익집합형 정당인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당 전체가 위기에 몰리면 자기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더 결속이 빠르고 강해질 수 있다는 게 민주당과 다르다. 한편으로는 민주통합당을 파문 속으로 슬쩍 밀어 넣는 통합진보당 유시민 대표의 돈봉투 발언도 절묘하다 하겠다.

    어찌 시작이 됐건, 정치적 이해득실 계산이 어찌 되건 쇄신은 쇄신이다. 정당 내에서 관행이 되어 버린 불법적 거래와 흥정비리를 뿌리 뽑자. 여야 가릴 것 없이 철저히 밝혀내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각 정당도 검찰도 내부 돈 봉투의 실상을 국민에게 이실직고하라. 그 다음은 국민이 판단해 처리할 것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