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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서울의 경쟁력 고층빌딩서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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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서울의 경쟁력 고층빌딩서 나오지 않는다"

    취임 1개월 맞은 박원순 서울시장

    지난달 26일 재보선에 당선된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에 입성한지 꼭 한달이 지났다.

    박 시장은 "지난 한 달이 가야할 곳도 살필 일도 너무 많아 쏜살같이 지났지만 서울 시민들과 소통하며 매우 보람있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 서울시 공무원들과 함께 좋은 팀웍으로 안정과 더불어 변화의 바람을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는 2014년 6월까지 민선 5기 서울호를 이끌 박원순 시장을 소공동 다산홀 7층 집무실에서 만나 서울시정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들어봤다.

    ㄴㄷㄷㄷㄷ

     

    ▶서울시장에 당선돼 취임한지 꼬박 한달이 지났다. 지난 한 달은 어떤 시간이었나. 시정을 펴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지난 한 달은 시정을 파악하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가야 할 곳도 살필 일도 너무 많아 쏜살같이 지나갔지만, 매우 즐겁고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전부터 공공기관과 관련한 일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공간이 바뀌고 책임감이 무거워졌을 뿐 전혀 낯설지는 않았다.

    물론 힘든 일도 많았다. 특히 서울 어디를 가도 과거 10년의 유산인 뉴타운 등 개발 사업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아 고민이 깊었다. 서울에 산적한 여러 갈등요인을 합리와 상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시민들의, 전문가들의 지혜를 구해 차근차근 풀어 나가겠다."

    ▶시민들은 시장의 일과에 대해서도 아주 궁금해 하고 있다.

    "파악해야 할 사안도 많고 보고 받아야 할 내용도 많다. 더구나 면담을 요청하는 분도 아주 많다.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약속이 가득하지만 이미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시절에도 그러했으니 낯설지만은 않다.

    최근에는 일부러 공무원들에게 빨리 퇴근하라고 종용하기도 한다. 가끔 일찍 집에 가는 날이 있는데 그런 날은 오히려 가족이나 나나 적응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사실 휴식은 창조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니 나도 연말이나 연초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새로운 시정을 구상할 예정이다."

    ▶온라인 취임식은 아직도 화제다. 지난 24일에는 '원순씨의 서울e야기'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생방송도 시작했다. 이후 반응 등이 무척 궁금하다. 시민들과 소통 확대를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나.

    "살펴보면 가장 기본과 상식에 충실한 취임식이었다고 생각한다. 1000만 시민이 주인공이 됐고, 돈 안들이고 7만 여명의 시민이 함께할 수 있었다.

    SNS 등을 활용한 결과 이후에도 접속자가 100만 명을 향해 가고 있고, 프랑크푸르트 등 외신에서도 화제가 됐다. 돈 안 들이고 100만 명 시민을 초대하고 국가홍보까지 한 셈이다. '원순씨의 서울e야기'온라인 생방송은 시장이 진행을 맡아 시정을 설명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쌍방향 소통이다.

    또 '청책투어'라는 이름의 시민 의견 수렴 창구도 운영한다. '청책'은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廳) 정책(策)에 담는다는 의미다.

    임기 끝까지 '현장소통'을 멈추지 않겠다. 모든 답은 현장에 있고, 현장은 모든 행정의 가장 본질적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시장 취임 일성으로 복지시장, 사람 냄새나는 시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사람냄새 나는 시장의 모습'이란 무엇인지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아파트 벽에 갇혀 사람과 사람이 단절된 도시는 결코 좋은 도시라 할 수 없다. 추운 겨울 거리로 쫓겨나는 사람, 밥 굶는 사람이 있는 도시는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도시가 될 수 없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서로 도와주며 배려하는 공동체적 가치가 복원돼야 한다.

    행정의 패러다임이 '관 중심'에서 '시민 중심'으로 바꾸고 무조건 효율 중심으로 돌아가던 정책의 나침반을 건강한 성격의 다양한 공동체 회복으로 돌려야 한다. 제도나 기술로 보완될 수 없는 교육, 보육, 생활안전의 틈새를 채워가야 할 때다.

    지난 반세기 성장과 발전의 논리에 짓눌려 소중하지만 잊고 살았던 이웃 간의 정, 사람 사는 냄새를 반드시 되찾아 드리겠다."

    ▶반값 등록금과 관련해 얼마 전 서울시립대 학생들과 토론회도 가졌다. 무상급식, 반값등록금에 대한 시장의 생각과 계획은.

    "반값등록금이나 무상급식은 예산이나 재정 문제가 아닌 교육을 바라보는 비전과 가치의 문제이며,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와 직결된다. '고용 없는 성장'시대라 불리는 지금, 교육복지는 오히려 우리 후손들을 위한 최고 수익의 투자이자 저축인 셈이다.

    무상급식의 경우, 아이들 모두에게 건강한 급식이 제공되는 차원을 넘어서 조리사 등 여성일자리가 대폭 늘었고, 유기농 식자재를 사용하면서 농촌 경제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서울시가 첫 시동을 건 반값등록금도 마찬가지다. 대학생들이 더 이상 등록금 부담에 학업을 못하는 아이러니는 피할 수 있게 됐다. 등록금 경감을 확산시키는 '변화의 민들레 씨앗'으로서 상징성도 크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립대 사례처럼, 대학생들이 사회적 취약계층 아이들의 선생님이 돼주고, 지역 아동센터의 멘토로 활동하며 '사회적 나눔'을 실천할 경우, 그 사회적 가치는 10배, 100배, 1000배가 되어 되돌아올 것이다.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받은 혜택을 다시 서울시민에 돌려주는 선순환적인 사회기여 구조도 창출할 수 있다."

    ▶주거, 교통, 환경 등 서울시가 풀어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 반면 예산은 한정돼 있다. 이에 대한 견해와 계획이 있다면?

    "돈을 최대한 아껴서 꼭 필요한 곳부터 쓰겠다. 시장부터 아끼겠다. 시청 집무실이나 관용차 규모를 줄인 것도 그런 차원이다. 그렇게 아낀 돈은 어려움에 처한 분들에게 쓰겠다.

    올해 26%까지 올린 복지예산을 30%까지 확대하겠다. 또 시혜성 복지가 아닌 시민의 정당한 권리로서 복지를 정착시키겠다. 안전에 대한 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작은 안전시설이라도 만들고 뜯어내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처럼 100년 간 끄떡 없이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데 주력하겠다. 진정한 도시경쟁력은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위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오히려 보육 등의 복지정책이나 창조산업을 통해 성장을 견인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

    그리고 실질적 시민 참여 루트를 열어놓는 거버넌스 행정, 혁명적인 수준의 정보공개를 통해서 이러한 변화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보완하겠다."

    ▶ 수도 서울은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중심이다. 워싱턴, 뉴욕, 도쿄, 베이징, 런던, 파리 등 외국 대도시에 맞서기 위한 서울의 비전과 시장 재임 중 꼭 이루고 싶은 사항은 무엇인가.

    "21세기의 경쟁력은 고층빌딩과 같은 하드웨어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복지, 교육, 문화 나아가 상상력과 같은 창조적 소프트웨어가 세계도시와 어깨를 겨눌 경쟁력을 만들어 낸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런던의 경우, 창조산업이 전체 산업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탄탄한 복지가 그 밑바탕이 돼 주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서울시 역시 더 늦기 전 창조적인 구조 재편이 필요한 시기다.

    눈에 보이는 변화 이전에 꾸준한 복지 투자로 시민 삶의 수준을 높이고, 21세기가 요구하는 문화, 예술, 교육 등 부가가치의 창조적 산업 역량을 키워야 할 때다.

    과거 하드웨어 인프라를 통해 내세웠던 미래보다는 시민 삶 속에서 행복이 우러나오는, 사람냄새 나는 서울의 미래상을 만들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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