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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상금 절반은 선생님 몫", 기능대회 입상자들의 고백



경제정책

    [단독] "상금 절반은 선생님 몫", 기능대회 입상자들의 고백

    문제 터져도 교육당국 ''쉬쉬''…소극 대응으로 ''상금 나누기'' 여전

    "니들 음악 듣고 맛있는 음식 먹어가며 공부할 때/ 우리는 3년에 1번 나갈까 한 전국 대회를 위해 학창시절 내내 비가 오나 눈이오나 목숨 걸고 연습했으며/...니들 공부할 때 1등 2등 3등 알아주지만/ 우리들은 1등 아래엔 낙오자가 되었다..."

    전문계고 기능반, 한 학생이 써내려 간 글처럼 기능반 학생들은 메달만을 바라보며 꼬박 3년을 바친다. 지방기능대회와 전국기능대회를 거쳐 국제기능올림픽까지.

    전국에서 수 천 명의 기능반 학생들이 한 곳만 보고 달려서 종목당 서너 명만 수상의 영광을 안는다. 전국대회 금메달 1,200만 원, 은메달 800만 원, 동메달 400만 원. 상금은 3년의 피땀, 눈물과 맞바꾼 결과다. 하지만 그것은 온전히 그들의 몫이 아니다.

    ◈지도교사와 상금을 나누는 것은 관행

    서울의 한 전문계 고교 실습장. 기능반 학생들은 3년 내내 메달을 향해 실습장에서 땀을 흘린다. (장규석 기자/노컷뉴스)

     

    "저 때는 50대 50으로 했어요." 국제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A씨는 지도교사와 상금을 나눴다. 선배들도 그래왔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선생님께 드린 상금 절반을 "저를 인간 만들어주신 답례"로 생각한다고 했다. 취업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지금도 아깝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수년 전 전국기능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B씨는 상금 1,200만 원 중 900만 원을 지도선생님께 드렸다. 은행에서 상금을 찾아서 직접 현금으로 드렸다. 당시엔 별로 억울하다는 생각은 없었다. 선배들도 그랬으니까. 물론 관행에 대한 부담은 있었다.

    "전국대회 입상해도 여전히 학생이잖아요. 선생님을 계속 보게 되는데, 선생님이 얼마를 달라고 하시면 그걸 안 줄 수가 있겠어요? 학교랑 인연을 끊어야 되는데?" 그는 한 선배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그 선배는 대회 (준비) 도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입상을 했어요.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져서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그때도 선생님이 상금을 받아갔어요."

    기능반 지도교사들은 하나같이 "큰일 날 소리"라며 펄쩍 뛰었다.

    서울의 한 전문계고에 근무하는 C교사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인사를 한 것이고 학교에서 일률적으로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계고 교사 D씨도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학생 처우 차원에서 사용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선생님들이 순수한 마음에서 그렇게 한 것으로 봐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예전에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인 지난 2009년 전국대회 은메달 입상자인 F씨도 지도 교사와 반반씩 상금을 나눴다고 확인해 줬다.

    또 올해 국제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E씨는 "저 때부터 그런 것이 많이 없어졌다"면서도 "알고 지내는 다른 학교 선수들 경우에는 지방기능대회 때부터 상금을 반으로 나눴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여전히 상금 나누기 관행을 유지하는 학교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민주당 안민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모 공업고등학교의 경우 기능반 운영비 예산이 2억 원이 넘었다.

    ◈"막대한 예산 지원에 가산점도 받으면서…", 교육 당국은 문제 덮고 가

    이도 모자라 전체 학교 학생에게 배정된 실험실습비 5억여 원의 절반을 기능반에서 당겨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과 대구, 부산의 경우도 전문계고 기능반들이 각 학교 별로 1억 원에 가까운 운영비와 수 천만 원의 실험실습비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기능반 지도교사는 학교에 따라 전국기능대회나 지방대회 입상 실적이 있는 경우 승진 가산점을 받고 있다. 지자체에 따라 지도교사에게 별도의 포상금을 주기도 한다.

    [BestNocut_R]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 이성주 정책국장(서울공고 교사)은 "기능반 선생님들이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능반이 막대한 예산을 쓰고 있고, 지도교사가 가산점까지 받는 상황에서 학생에게 상금을 나누자고 할 명분은 없다"고 말했다.

    굳이 학생들이 원한다면 학교 발전기금 형태로 투명하게 기부할 방법도 얼마든지 많다는 것이다.

    전교조에서도 한 때 기능대회 상금 비리 문제가 지적된 적이 있었다. 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대구 모 공업고 기능반 지도교사가 기능대회 은메달을 딴 학생의 부모에게 상금 800만 원을 ''전액 현금으로 학교에 환불''하라고 요구한 사건이 발생했다.

    식당 일을 하는 학생의 모친은 집안 사정이 어려워 그럴 수 없다고 버텼다. 그러나 아들이 교사에게 수차례 불려가는 등 고통을 호소하자 결국 지도교사의 통장으로 600만 원을 송금했다.

    이 일을 알게 된 학생의 담임교사가 전교조에 사실을 알리고 문제 제기를 했다. 한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니 전면적인 조사를 해달라고 교육감에게 요청했다.

    그러나 대구시교육청은 문제가 된 지도교사가 학부모에게 상금을 돌려주도록 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이를 공론화 한 담임교사만 지도교사로부터 ''같은 동료 교사를 수렁에 빠뜨렸다''는 원망을 들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뤄져 온 기능대회 상금 나누기 관행은 그나마 한 번씩 문제가 터져 나왔을 때도 교육당국이 덮고 가기에만 급급했다. 때문에 그 관행은 아직도 상당부분 ''그들만의 비밀''로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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