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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싶어도 일감이 없어 … 건설경기 악화 허드렛 일조차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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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고 싶어도 일감이 없어 … 건설경기 악화 허드렛 일조차 적어

    <새벽현장보고서>컴컴한 어둠 환하게 밝히는 수동인력시장 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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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년생 김영길(가명)씨는 8년째 수동 청주시일자리종합지원센터를 찾고 있다. 직장에도 다녀봤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다. 술 때문이라고 했다. 차가 있는 영길씨는 일용직 근로자들 사이에서 '대대장'으로 불린다.

    그는 두툼한 야상에서 지갑을 꺼내 만원 지폐 몇 장을 흔들어 보였다. "돈 필요한 사람들은 다 말해. 내가 다 꿔 줄께. 안줘도 괜찮아." 영길씨의 돈 자랑은 한참동안 계속됐지만 동요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에겐 익숙한 풍경 같았다. 그의 몸에선 술 냄새가 진동 했다.

    박종학(가명)씨의 면바지는 찢어져 있었다. 모자를 꾹 눌러쓰고 얇은 배낭을 메고 쉼터 안을 계속해서 왔다 갔다 했지만 누구와도 말을 섞지는 않았다. 이곳에 얼마나 자주 나오느냐고 물으니 '거의 매일'이라는 짧은 답이 돌아왔다. '일을 나간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노숙을 한듯 한 옷 여기저기는 얼룩이 무늬처럼 새겨져 있었다.

    일감이 줄어든 것은 요 며칠 사이의 변화가 아니었다. 10년 넘게 수동 인력시장을 찾고 있다는 김준철(가명) 노인도, 6년 넘게 쉼터에 오고 있다는 김연자(가명) 아주머니도 허드렛일조차 찾지 못해 생활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새벽 인력시장에 나오는 이유는 습관이 됐기 때문이다. 일감이 없는 날엔 급식소 '봄날의 보리밥'에서 아침밥을 해결했다.

    인력시장의 새벽 풍경이 변화한 지는 꽤 오래되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때 실업자들이 넘쳐났지만 휴대폰 보급과 유료직업소개소가 난립하면서 청주의 대표적 명소였던 수동 인력시장도 급격하게 쇠락해 갔다. 건설경기 악화도 시장 침체의 원인이 됐다.

    청주시일자리종합지원센터가 집계한 1월부터 10월까지의 일용직 취업실적을 보면 구인자수는 지난해 1만7천809명에서 올해 1만2천255명으로 감소했으며 취업자 수는 지난해 1만3천805명에서 9천633명으로 줄어들었다.

    고용시장이 변화하면서 인력관리센터의 기능 전환도 불가피했다. 청주경실련이 위탁받아 관리했던 청주시인력관리센터는 올해 1월 1일, 12년 동안의 역사를 마감하고 청주시일자리종합지원센터로 새롭게 거듭났다. 건설 일용직 중심의 취업알선에서 상용직 취업을 위한 종합일자리지원센터로 전환한 것인데 일용직 근로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김준철 노인은 기능 전환은 아쉽지만 새벽 쉼터는 계속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IMG:4}"옛날에는 사람들이 여기만 왔는데 지금은 용역으로 빠져서 일감이 없어. 용역에서는 1만원만 주면 차로 데려다 주고 일감도 계속 있으니까 누가 여기 올라구 하나. 기술도 없고 허드렛일 하는 사람들은 수동으로 올 수밖에. 하루에 5만원도 받고 8만원도 받고 대중없어도 일감만 있으면 고맙지. 그래도 새벽에 올 데가 있어서 좋아."

    이른바 '쓸 만한 일꾼들'은 유료직업소개소로 흡수됐다. 청주시일자리종합지원센터는 건설 일용직 시장에서도 낙오된 취약계층들의 새벽 쉼터로 기능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청주와 충주, 제천 등 충청권 건설인력취업지원사업을 줄줄이 탈락시켰다. 청주시일자리종합지원센터의 건설일용직 지원이 축소된 배경이다. 새벽마다 일용직 근로자들과 함께 생활해온 김두호 센터장은 건설일용직 근로자들을 위한 별도의 취업알선기구와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청주에만 100개가 넘는 유료직업소개소가 있습니다. 대형 건설사들도 이들과 연결되어 있죠. 보통 하루 일당 8만원을 받으면 10%의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데 시중노임단가라는 게 투명하지 않아요. 근로자들은 자신이 얼마짜리 일당을 받고 일하는지 몰라요. 그래도 유료직업소개소를 찾는 이유는 일감이 꾸준하기 때문이죠."

    김두호 센터장은 값싼 외국인 근로자들의 시장 점유율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평균 55.6세에 달하는 국내 건설일용직 숙련공들의 평균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4년 후면 목수, 철근, 조적, 타일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환갑이 됩니다. 위기의식을 가져야 해요. 최고의 숙련 근로자를 키우고 적정 노무비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취약계층을 위한 고용노동부의 취업지원 사업이 더욱 확대돼야 합니다."

    중부매일 김정미기자/ 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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