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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공화국 선동자들이야말로 ''괴담 유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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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담공화국 선동자들이야말로 ''괴담 유포자!''

    [변상욱의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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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1. 괴담은 그저 괴담이 아니다.

    <괴담>에 대한 담론들이 갑작스레 언론 지면을 뒤덮고 있다. 우리 사회가 <괴담 공화국="">이라는 자조적인 이야기도 등장했다. 과연 그럴까?

    괴담은 어느 나라나 나돈다. 서양에는 할로윈 괴담이 대표적이고 한국과 일본은 학교괴담이 대표적이다. 특히 명문대 입학과 시험에 매달려 온 한국과 일본은 시험 및 성적과 관련된 괴담이 많다.

    우리 사회에 번졌던 괴담 중에는 ''''수능괴담''''이 있다.

    2009년에는 ''''신종플루로 수능 시험이 연기 된다''''는 괴담도 돌았다. 또 청계천 다리 22개를 모두 건너야 수능시험을 잘 치른다는 괴담도 있었다. 모두 입시에 대한 압박감과 과도한 긴장, 시험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담고 있는 이야기. 괴담은 이렇게 사회적 배경과 시의성, 화제성을 담고 있다.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이 모인 학교에는 늘 괴담이 존재한다. 특히 화장실에서 귀신이 등장하는 괴담은 단골메뉴이다.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 노란 종이 줄까?'''' 빨간 종이라 답하면 화장실 천정에서 피가 쏟아지고, 파란 종이라 하면 자기 몸속의 피가 빠져 나가 죽게 되고, 노란 종이가 정답이다. 이 괴담은 초경을 경험하게 되는 그 나이 또래 여학생들의 두려움과 공포에 가까운 스트레스를 반영하는 괴담이다.

    요즘 그런 괴담은 나돌지 않는다. 우수한 품질의 여성용품이 일반화되면서 공포가 사라지고 수세식 화장실로 바뀌면서 아이들은 화장실 극복해 냈다.

    ''''빨간 종이? 파란종이? 노란종이? 뭘로 줄까?''''
    - 저는 신문지만 쓰는데요
    ''''신문만 쓴다고 했지? 찌라시일보 줄까? 괴담일보로 줄까?''''- 저는 스포츠 신문만 쓰는데요
    그러면서 철컥 하고 물을 내리면 귀신은 비명을 지르며 빨려 들어가 버린다.

    모두가 기억하는 추억의 괴담. 학교에서 일하던 잡역부가 용이 되려고 하는 이무기를 삽으로 때려잡아 그 저주로 소풍 날, 운동회 때마다 늘 비가 내린다. 한 달 뒤의 날씨를 짐작하기조차 어렵던 시절, 중요한 행사에 날씨가 따라 줄지 망치게 될 지에 대한 걱정과 부담이 담겨 있는 괴담이다.

    그런데 날을 잘못 잡아 행사를 망친 학교 측은 괴담에 의지해 학생들의 비난을 피해갈 수 있다. 우리의 운명이다... 이렇게 넘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비가 안 온다면? 그것은 교장 선생님이 덕망과 리더십 때문이라며 생색내기도 가능하니 괴담의 순기능이라 할까?

    괴담이란 신화와 전설처럼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뚜렷한 형태로 고정되지도 격식을 갖추지도 못했다. 그러나 분명 괴담도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주민들의 집단의식과 불안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괴담의 연원을 살피면 괴담이 두렵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다.

    2. ''''괴담공화국'''' 발설자들이 괴담유포자.

    우리나라가 <괴담 공화국="">이라는 자괴적인 언론 보도는 어디에 연유한 것일까?

    * 괴담 - 괴상한 이야기.
    * 유언비어 - 근거가 부족한 상태로 소문에 의하여 비교적 광범위한 사람들 사이에 연쇄반응적으로 퍼지는 말.
    * 소문 - 그 내용의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세상에서 얘기되는 이야기.

    현재 FTA와 관련해 나도는 여러 이야기는 사실도 있고, 사실까지는 아니지만 개연성이 충분한 우려도 있고, 비판도 있고, 근거가 부족한 유언비어도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언론들은 <소문공화국>, <유언비어 공화국="">이라고 해야 옳다. 그런데 왜 귀신 이야기에나 붙일 <괴담>이라고 제목을 붙였을까? 그것은 FTA와 관련된 세간의 이야기들을 유언비어 아래로 깎아내려 봉쇄하고 싶은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다.

    FTA 관련 ''''괴담''''이라는 어휘를 받아 사용하는 순간 우리는 일부 언론이 의도한 ''''FTA 비준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한낱 괴담 때문에 국가 간의 중대한 협약을 두고 미적거릴 수는 없다는 논리가 은연 중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괴담이라니 그렇다.

    과거엔 국가와 기성 언론이 정보유통에서 빠르고 독점적이었다. 이 때 괴담은 은밀히 퍼져나갔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소문 또는 유언비어, 괴담의 유통에 있어 국가와 언론은 느리고 개인은 빨라 이런 소문들은 쉽게 넓게 퍼진다.

    정부와 기성 언론은 자신들의 정보독과점 기득권을 놓고 싶지 않다. 그러니 SNS를 통제하고 심의하고 SNS를 통해 번지는 이야기를 괴담으로 치부하려 한다.[BestNocut_R]

    물론 SNS 상에서는 의견과 정보가 단문으로 구성돼 복잡하고 구체적인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단정적 표현과 애매한 설명이 담기기 쉽다. 또 혼란스러울 때는 객관보다 믿고 싶은 쪽으로 기우는 것이 인간의 심리 본능이니 전파 속도와 강도는 자꾸 강해진다.

    해결할 방법은 따로 없다. 미국의 심리학자 고든 올프트, 레오 포스트먼이 밝힌 대로 <루머의 강도="중요성" *="" ambiguity="" (정보의="" 애매모호함)="">이다. 중요도를 어쩔 수는 없으니 애매함을 줄여야만 한다. 그러려면 평소의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

    정부가 장점과 단점, 이익과 문제점을 빠르고 상세히 정확히 설명해내지 않고 묻어 두거나 전문가들이 조사연구해 내놓는 것이라 하면서 편파적일 경우, 또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들이 비판적 기능을 상실해 권력에 굴종하거나 기득권을 고착시키려는 행태를 보이면 소문과 유언비어는 설득력과 전파력을 강화하게 된다. 어쩌면 진실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

    FTA의 득과 실, 장점과 단점, 문제점과 전망을 있는 그대로 정부가 먼저 내놓으라. 토론과 검증이 진행되는 사안에 괴담이 따라붙을 리 없다. 우리가 ''''괴담공화국''''이라는 그 선동이야말로 ''''괴담''''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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